[데스크칼럼] ‘주인 없는 삼성’ 만들어 투기자본에 제물로 바칠 셈인가

김민구 기자 입력 : 2022.12.14 01:01 ㅣ 수정 : 2022.12.14 01:01

‘삼성생명법’,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빼앗는 횡포
개정안으로 600만명 삼성전자 개미도 피해 ‘불 보듯’
삼성, 악의적 외국 투기자본에 휘둘리는 운명 맞을 수도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답 없어
정치권 ‘갈라파고스 규제’에 한국경제 ‘빨간 불’ 켜져
‘반도체특별법’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 먼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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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민구 기자] 정치권의 ‘삼성 괴롭히기’는 잊을 만하면 회전목마처럼 다시 나타난다.

 

대표적인 ‘반(反) 삼성법’으로 꼽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8년 만에 먼지를 훌훌 털고 다시 국회 테이블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주식·채권 가치 평가 방식을 취득 당시 가격(취득원가)이 아닌 현재 가격(시가)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한 개정안은 보험사 손실 위험을 막기 위해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까지 보유하는 이른바 ‘3%룰’을 요구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악마는 늘 디테일에 숨어 있기(The devil is in the details) 마련이다. 

 

특정 주식에 집중 투자해 부실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은 다름 아닌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법이 대주주 일가 지배력을 약화하고 정부의 간섭 여지를 넓히려는 저의가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생명법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현행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지분 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약 5억815만주)는 1980년 당시 취득원가(주당 1072원)으로 계산하면 약 5444억원이다.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314조원)의 3%인 9조원에 미달해 주식 보유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가평가 기준으로 계산법이 바뀌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주당 5만원대로 계산하면 30조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는 9조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21조원대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에 21조원이 넘는 대규모 주식이 쏟아지면 ‘오버행(과잉 매도물량)’으로 삼성전자는 물론 주식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는다. 특히 600만 명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주에겐 엄청난 피해를 준다. 

 

또한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 핵심 연결고리인 삼성생명이 사라진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매각 차익의 22%를 법인세로 내야 한다.

 

삼성생명이 1980년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1072원에 사들였지만 5만원대 후반인 삼성전자 최근 주가를 고려하면 주당 1만2000원 가량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는 5조원이 넘는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금액은 삼성생명의 3년치 당기순이익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법은 결국 삼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없애려는 악법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1.63%에 불과해 지분 7.6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전자가 하루아침에 ‘주인 없는 회사’가 되는 황당한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정부 입김이 강한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시장 경제체제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매물로 나온 삼성전자 지분을 외국인이 사들이면 외국인 지분율(현재 약 56%)은 60%를 넘는다. 삼성전자 연간 배당금을 10조원으로 가정할 때 6조원을 외국인이 가져간다는 얘기다.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악의를 지닌 외국 투자자들이 삼성에 ‘감 내놔라 배 내놔라’하며 경영권을 간섭하고 위협할 수 있다. 몇몇 외국인 주주들이 손잡고 삼성전자 경영권을 위협하면 방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경제 자랑거리인 삼성전자가 자칫 엘리엇과 같은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이러한 상황을 더불어민주당이 설마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수십 년간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단지 시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규는 눈을 해외로 돌려봐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회가 특정 기업 지배구조를 마음껏 바꾸려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한국 정치권에서만 볼 수 있는 ‘갈라파고스 악법’이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답은 없다.  또한 가족경영을 바라보는 그릇된 시각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가족경영 체제가 전문경영 체제에 비해 매출은 물론 이익증가율도 높다는 것은 경영학계에서 인정하는 사실이다. 

 

가족경영은 기업이 성장하는데 중장기적 관점을 보며 야성적 충동을 발휘한다. 이에 비해 전문경영인 체제는 2~3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길게 보기 힘든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후폭풍과 미국발(發) 인플레이션으로 한국경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퍼펙트스톰(복합위기)을 맞이하고 있다.

 

온통 암울한 경제지표로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국경제를 이끄는 삼성 지배구조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은 혀를 차게 만든다. 

 

오히려 야당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삼성생명법이 아닌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아닐까.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이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에서 세계 초일류 지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각종 법규를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국내 기업이 잘 뛸 수 있도록 밀어줘도 힘든 상황인데 지배구조 문제로 기업을 뒤흔드는 것은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급박한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정치’에 매몰된 정치권을 모든 국민은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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