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화학 이슈 점검] 포스코케미칼·LG화학·롯데케미칼 '소재 초격차'로 미래 먹거리 거머쥔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기업으로 변신 완성 단계
최 회장, 포스코케미칼 2030년까지 세계 소재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대로 육성
LG화학, 석유화학 사업 뛰어 넘어 양극재 등 소재 영업이익 광폭 성장
LG화학-LG에너지솔루션-GM과의 협력체제 갖춰 세계 최고 기업 '채비'
롯데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동박 사업 본궤도
롯데케미칼, 소재 사업 통해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 목표 세워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국내 주력 화학 기업이 새해를 맞아 지속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이들이 기간산업 기반인 화학 산업에만 의존하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성장과 미래 먹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양극재, 음극재, 동박 등 배터리(2차전지) 소재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현재 배터리 소재 업계 1위 업체로 부상한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2020년부터 급격한 체질 개선을 통해 완전한 양극재 및 음극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에 질세라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소재부문인 양극재 사업을 집중 육성해 소재 사업 영업이익이 석유화학부문 영업이익을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롯데케미칼은 동박 전문기업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확보했다.
2차전지 음극재에 포함된 동박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이동경로 역할을 하고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한다. 동박은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 1정도 수준의 얇은 구리 호일을 이용해 고도의 공정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동박이 얇을수록 음극에 더 많은 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을 높일 수 있다. 활물질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물질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업계는 지난 수 십년간 경쟁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 제품 품질과 단가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그러나 배터리 소재는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격차)가 생길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국내 화학업체들이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과 이를 통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소재 등 소재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 포스코케미칼, 3년 만에 소재 기업으로 '환골탈태'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자동차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소재사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사업부문은 △내화물(용광로와 같은 고온에서 성질을 유지하는 제품) 제조·판매를 맡는 ‘내화물 사업’ △생석회(철강 제조 때 불순물을 제거해 주는 제품)등을 가공하고 판매하는 ‘라임화성 사업’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에너지소재 사업’으로 나눠진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총 매출 가운데 3개 사업부(내화물·라임화성·에너지소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33.9%, 51.3%, 14.8%였다.
그러나 이후 내화물·라임화성·에너지소재 비중은 △2020년 28.9%, 37.0%, 34.1% △2021년 23.3%, 33.9%, 42.8% △2022년에는 12.0%, 24.3%, 56%를 기록할 전망이다.
결국 최근 3년 사이 포스코케미칼의 핵심 주력사업이 기존 라임화성에서 에너지소재로 바뀐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3~4년 새 급격하게 바뀌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즉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 회장인 최정우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소재 사업 강자로 부상하는 변신을 꾀한 것이다.
최정우 회장은 2018년 2월 음극재 사업을 하는 포스코켐텍 사장에 임명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8년 8월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그는 그룹 내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합병해 2019년 포스코케미칼을 출범시켰다.
소재 사업 육성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라는 사실을 파악한 최 회장은 이처럼 야심찬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주도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양·음극재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늘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소재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공개했다.
이러한 명확한 사업 목표와 그룹의 전사적 지원에 힘입어 포스코케미칼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 61만t, 음극재 32만t, 리튬 30만t, 니켈 22만t 생산 체제를 갖춰 매출 4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물론 포스코케미칼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포스코케미칼이 IRA를 준수하려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하며 특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IRA라는 과제가 등장했지만 포스코케미칼은 모회사 포스코홀딩스의 광물 확보 역량에 톡톡히 이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리튬 채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2024년 상반기 준공해 연간 2만5000t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게다가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21년 호주 니켈 전문회사 레이븐소프 지분 30%를 2억4000만달러에 인수해 2024년부터 연간 7500t 규모의 니켈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생산·공급되는 리튬·니켈 대부분은 포스코케미칼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흑연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인수해 향후 흑연 공급 효과가 크다"며 "앞으로도 포스코그룹의 소재 사업 대부분은 포스코케미칼이 담당하며 그룹의 전사적 지원으로 포스코케미칼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유안타증권 보고서는 올해 포스코케미칼이 매출 5조8300억원, 영업이익 43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실적 전망치인 매출 3조5166억원, 영업이익 2374억원과 비교해 각각 65.7%, 84.1% 증가한 성적표다.
■ LG화학, 양극재 영업이익 광폭 성장... 든든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성장궤도 올라
LG화학 역시 포스코케미칼과 마찬가지로 최근 3~4년간 엄청난 포트폴리오 변화를 겪었다.
LG화학 사업 가운데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사업(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은 △납사(나프타)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부문 △양극재 등을 생산하는 첨단소재 부문 △의약품원료 등을 생산하는 생명과학 부문으로 구분된다. 최근 양극재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으나 아직까지 LG화학의 총 매출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상당하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2020년 기준 총 매출에서 47.4%를 차지했으며 △2021년 48.6% △2022년 42.9%(추정) 등 5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양극재 사업이 포함된 첨단소재 부문 매출은 △2020년 12.8% △2021년 11.2% △2022년 16.0%(추정치)를 차지했다.
매출 기준으로 봤을 때는 첨단소재 부문 성장이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업이익 기준으로 했을 때 첨단소재 부문 실적은 괄목할 정도로 뛰어나다.
첨단소재 부문은 2020년 영업이익 1조6280억원을 기록했으며 △2021년 2조3300억원 그리고 △지난해 10조27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 부문은 △2020년 19조6790억원 △2021년 40조8200억원 그리고 △지난해 10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석유화학 부문 성장성은 다소 부진한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세계 많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포화 수준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 부문에서 기업 역량이 뛰어나도 영업이익 성장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LG화학이 적극 육성하고 있는 양극재 사업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배터리·반도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양극재 시장은 지난 2021년 173억달러(약 21조원) 수준에서 2030년 793억달러(약 98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과거 '산업의 쌀'이 석유화학과 철이었다면 미래 산업의 쌀은 배터리 및 양극재, 음극재 등 관련 소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LG화학은 이 같은 시대적 트렌드를 파악해 양극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LG화학은 지난해 11월 4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미국 테네시주(州)에 건설되는 양극재 공장은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IRA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공장에 양극재를 대규모 납품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 미국 등에 양극재 생산체제를 구축해 2025년 연산 26만t, 2027년 연산 34만t 설비를 확보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세계 최고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 증설은 수년간 약속돼 있기 때문에 LG화학 첨단소재 사업 또한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롯데케미칼, 동박 사업 인수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동박, 전해액 등 배터리 핵심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석유화학 사업을 주축으로 성장해온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급진적인 개혁 계획을 밝힌 것은 석유화학 사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2년 매출 23조8520억원, 영업이익 275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21년 매출 18조1200억원, 영업이익 1조5360억원 대비 매출은 31.6%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82.2% 하락한 숫자다.
롯데케미칼 사업은 △에틸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하는 기초소재 부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ABS),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첨단소재 부문으로 나뉜다.
두 사업 부문은 다른 명칭으로 구분돼 있지만 사실 모두 석유화학 산업 범주에 포함된다. 이러한 사업 포티폴리오는 국제유가와 긴밀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뒤떨어진다는 약점도 드러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은 동박 전문기업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초강수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53.3%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공정위)는 올해 1월 롯데케미칼의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지주사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유에스에이(USA)’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는 롯데케미칼이 100% 지분을 보유한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지주회사로 지난해 6월 설립됐다.
미래에셋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일진머티리얼즈 실적이 연결되는 재무제표는 올 1분기 내로 작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오는 2027년 동박 매출액 4조200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기준 4만t 규모이던 설비는 오는 2027년 22만5000t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동박 생산 증강에 따른 신규 공장이 말레이시아와 스페인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내 새로운 부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호 미래에셋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이미 1조3000억원 대 현금을 갖고 있어 사업 진행에 따른 자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공장 가동 및 증설은 롯데케미칼에 재무적 부담을 주지 않고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해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중장기적인 신사업을 확보하게 됐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재무적 목표와 탄소감축 성장을 이루겠다는 비재무적 목표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석유화학 사업을 넘어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성장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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