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LG화학·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나노신소재, 6조 투자해 북미 배터리소재 시장 잡는다
LG화학, 美테네시주에 30억달러 이상 투자해 미국 최대 양극재 공장 건설
포스코케미칼, 캐나다에 양극재 설비 구축해 현지 시장 공략
에코프로비엠, SK온 및 포드와 북미 양극재 공장 구축 계획 밝혀
나노신소재, CNT공장 美켄터키주에 건설 추진..국내 배터리 3사 전격 지원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양극재, 음극재, 탄소나노튜브(CNT) 등을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 나노신소재 등이 미국 완성차 기업과 손잡고 전기자동차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LG화학 등 4개 회사가 북미 시장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약 5조5600억원에 이른다.
이들 4개 업체가 이처럼 지갑을 열어 미국과 캐나다에 '통 큰' 투자를 하는 데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8월 IRA를 통과시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두달 후인 지난 10월 현지 매체를 통해 “외국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면 총 28억달러(약 3조7850억원) 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며 “흑연, 니켈 등 배터리 원료에 대한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까지 합치면 지원 규모가 모두 90억달러(약 12조168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이 IRA 발효에 따른 혜택을 누리려면 미국 및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공장을 세워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및 캐나다에서 이미 공장을 가동하거나 신축공사를 진행중이어서 IRA가 한국기업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이에 따라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 나노신소재 등 4개 업체는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빅3'가 추진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GM은 현재 LG에너지솔수션과 합작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수션 모기업인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원사격에 나서는 셈이다.
포드는 SK그룹 계열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 SK온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포드-SK온 합작사가 생산하는 전기차배터리 부품소재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를 공급한다.
■ LG화학, 미국 내에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 세운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州)에 30억달러(약 4조575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7년까지 미국 내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연산 12만t의 양극재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연산 12만t은 고성능 전기차 약 120만대에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LG화학이 이처럼 양극재 생산 설비 확충에 가속페달을 밟는 데에는 GM과 손잡은 든든한 고객사 LG에너지솔루션이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미국에서 양극재를 생산해 LG에너지솔루션이 GM에 납품하는 전기차배터리 생산과 납품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양극재 생산량을 오는 2026년에 연간 26만t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이는 올해 양극재 생산량(약 9만t)보다 3배, 그리고 10배에 이른다.
이처럼 대규모 양극재 물량을 GM에 전달하기 위해 LG화학은 미국 내 최대 규모 양극재 생산설비를 마련한 것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테네시 양극재 공장은 LG화학의 차세대 배터리 소재 사업의 핵심기지가 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배터리 소재 시장과 글로벌 고객사 수요에 긴밀하게 대응해 LG화학이 세계 최고 종합 소재 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 포스코케미칼, 북미에 양·음극재 생산 '초읽기'
이에 질세라 포스코케미칼도 북미에 양극재 생산라인을 구축해 현지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포스크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 탄자니아 흑연 광산 등 해외 광산을 활용한 원자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GM과 올해 3월 캐나다 퀘벡주(州) 베캉쿠아에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Ultium CAM)'을 설립했다. 이 합작법인은 포스코케미칼이 지분 85%(약 4000억원), GM이 15%(약 710억원)를 갖고 있다.
얼티엄캠은 오는 2024년까지 퀘벡주에 약 4억달러(약 4900억원)를 투자해 연 3만t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2025년부터 8년간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 공급한다. 8년 동안 공급하는 양극재 물량은 8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합작사다.
이와 함께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7월 국내 광양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극재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얼티엄셀즈에 공급하는 계약을 GM과 추가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케미칼이 현재까지 GM으로부터 수주한 금액이 2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주요 완성차 기업 3사와 음극재 납품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는 “미 완성차 기업과 함께 음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에 설립한 얼티엄캠처럼 새로 설립될 합작사 지분 가운데 포스코케미칼 지분이 50% 이상이 되면 미국내 포스코케미칼 입지는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며 "이는 포스코케미칼이 미국과 캐나다에 양·음극재를 모두 생산해 공급하는 막강한 소재기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에코프로비엠, SK온·포드와 함께 미 양극재 진출 계획 밝혀
국내 양극재 시장에서 포스코케미칼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7월 SK온, 포드와 ‘배터리 공장 설립 및 투자를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에코프로비엠이 처음으로 북미 배터리 소재시장을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에코프로비엠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는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 생산에 총 1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성사되면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연 18만t이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 공장 위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조지아주 둘르스시(市)가 유력하다"며 "에코프로비엠이 생산하는 양극재는 포드와 SK온의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SK온이 포드와 논의를 거쳐 대규모 양극재 물량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얘기도 나와 에코프로비엠의 북미 진출에 긍정적 신호"라고 덧붙였다.
■ 나노신소재, CNT도전재 공장 건설해 배터리 3사 지원사격
시가총액 약 9000억원 규모로 코스닥에 상장된 소재 전문 기업 나노신소재는 미국 켄터키주에 5000만달러(약 676억원)을 투자해 탄소나노튜브(CNT)도전재 공장 설비를 구축할 방침이다.
CNT도전재는 CNT 특성을 지닌 도전재(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를 뜻한다.
CNT는 탄소 6개가 육각형 모양으로 지름 1 나노미터 크기 튜브 형태를 띠고 있는 물질이다. 이 같은 특성에 머리카락 한 올의 10만분의 1 두께를 지닌 CNT는 강도가 강철보다 100배 뛰어나고 전기전도는 구리와 유사하다.
이에 따라 양극재에 CNT도전재를 첨가하면 도전재 양을 기존에 사용되던 물질(카본블랙)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즉 CNT도전재를 양극재에 투입하면 도전재 비용을 줄이고 같은 성능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CNT도전재를 음극재에 첨가하면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충전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보다 적은 비용으로 안정성이 뛰어나고 충전속도가 빠른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어 CNT도전재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NT도전재 확보가 국내 배터리 3사의 숙제였는데 나노신소재가 미국에 직접 생산설비를 세워 배터리3사를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원석 연구원은 또 "내년에는 CNT도전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 나노신소재 실적 향상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나노신소재는 2023년 매출액 1482억원, 영업이익 28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실적 전망치인 매출 859억원, 영업이익 57억원과 비교해 각각 53%, 51% 상승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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