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1.10 02:25 ㅣ 수정 : 2022.11.10 03:00
코로나19 여파·美금리 인상 등 악조건에서 LG 車부품 매출 10조원대 넘어 LG전자 전장사업부문 매출액 2조원대 돌파...분기 사상 최대 실적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 매출 5분기 연속 증가세 기염 토해 LG에너지솔루션, 미국·유럽 탈중국화 전략으로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구광모(44·사진)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이 최근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배터리 중심의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장·배터리 사업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 초부터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밀어붙인 분야다.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휴대폰·태양광 등 부진한 사업은 과감하게 버리고 전장·배터리 사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꾀했다.
그의 경영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와 미국발(發) 금리인상에 따른 경제 타격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LG는 올해 3분기 그룹 계열사의 차(車) 부품 관련 매출이 10조원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LG의 전장·배터리 사업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 LG 미래 먹거리 ‘전장·배터리’ 사업 성장가도 달린다
LG그룹 각 계열사가 공개한 올해 3분기 실적에 따르면 LG전자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전장) 사업본부는 2조34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5.6% 증가한 성적표다.
LG전자는 “완성차 업체의 차량 생산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2분기 연속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7조6482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변수가 많았던 올해 상반기와 달리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 고객 수요가 늘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증가했다”며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북미지역 전력망 프로젝트와 첨단 배터리 등 ESS(에너지저장장치) 공급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의 3분기 매출액은 380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 올해 2분기 대비 15%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매출이 5분기 연속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전방 산업 수요가 살아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차량용 통신모듈, 전기차용 파워 등 전 제품군에서 매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故 구본무 회장 이어 구광모 회장의 뚝심과 결단력 돋보여
LG그룹 계열사가 이처럼 전장사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은 고(故) 구본무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뚝심과 결단력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LG의 배터리 사업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회장을 지냈던 구본무 회장이 영국 출장에서 충전식 2차배터리를 접하고 계열사 럭키금속(옛 LG화학)에 배터리 연구를 지시했다.
이후 LG화학이 이를 이어받아 소형배터리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2000년대 들어 전기차 배터리 양산에 본격 나섰다. 배터리사업은 당초 기대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LG가 배터리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배터리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2007년 현대차 HEV(하이브리드 차량), 2009년 미국 완성차업체 GM 전기차 볼트(Volt) 탑재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LG화학은 2009년 충청북도 오창과 2010년 미국 미시간주(州)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에 역량을 쏟아냈다.
이에 힘입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2020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LG화학 전지 부문은 매출이 2조8230억원으로 이는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에 전기차 판매가 늘고 북미지역의 대규모 ESS 프로젝트로 LG화학 3분기 전지사업 매출액이 2분기에 비해 25% 증가했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폴란드 공장 수율(양품 비율) 개선, 원가 절감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한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이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구광모 회장은 매년 수조원대에 달하는 시설투자 금액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사업 분할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분사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탄생한 법인이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5년 내 연 매출 3배 이상 성장,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우려가 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고객사 인기 모델을 중심으로 출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의 탈중국화 전략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커져 당분간 경쟁업체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거머쥘 것”이라고 평가했다.
LG는 배터리에 이어 전장 사업도 그동안 험로를 걸어왔다. LG전자는 2013년 5월 자동차 부품설계 엔지니어링 업체 'V-ENS'를 인수하고 7월 VS사업본부(당시 VC)를 새로 출범해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고 구본무 회장 기조를 이어 구광모 회장도 전장사업 키우기에 열을 올렸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은 2018년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기업 ZKW의 지분 70% 인수했다. 구광모 회장은 같은 해 VC사업부를 VS(전장)사업부로 개편했다. VS사업본부장에는 자동차부품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당시 김진용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LG전자 전장사업은 만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장사업은 2015년 4분기 이후 2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전자는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연도별 LG전자의 전장사업 투자 금액은 △2016년 3303억원 △2017년 5878억원 △2018년 1조7189억원 △2019년 6293억원 △2020년 4721억원 △2021년 6138억원에 이른다.
LG전자의 이러한 노력은 올해 2분기 성과를 냈다. 1분기 기준 63억원을 기록했던 VS사업본부 영업손실은 2분기 영업이익 500억원으로 돌아서며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VS사업본부 2분기 매출액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 26분기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 힘입어 LG전자 전장사업은 전망이 밝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 사업은 전방시장 성장세와 함께 매출 상승 폭이 고정비 부담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연기관 자동차 모델 및 저가 수주 물량 축소 등 수주잔고 건전화) 노력과 신규 프로젝트 성과에 힘입어 LG전자 전장 사업은 내년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