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다이나믹스(Dynamics) (28)] 글로벌 물류 전망으로 본 ‘기회’의 계묘년 새해
[기사요약]
공급망 붕괴 상황에서 눈부신 성장 이룬 글로벌 물류기업의 해법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증가 예상되는 아시아 교역에 눈여겨 볼만
또 다른 기회 디지털 기술에도 관심 가져야 할 시기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 / 경기대 겸직교수] 올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실리콘밸리 Palo Alto에서 맞게 되었다.
주된 이유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3 참여가 목적이고, 그 전에 실시간 대화형 AI 스타트업 딥브레인(deepbrainai.io)의 미국법인장 후배를 만나기 위해 새로 오픈한 Palo Alto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참고로 딥브레인의 기술력은 글로벌 1위로 2~3년 뒤 1조원 규모의 상장을 목표하고 있고, 마침 CES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하였다.
후배와 함께 뉴욕타임스퀘어, 파리 등 주요 도시의 신년 행사 영상을 보다가 서울 한강의 밤하늘과 BTS 노래를 배경으로 펼쳐진 현대차의 드론쇼를 보면서 기술한국의 독창성에 감탄하며 잠시 울컥하기도 하였다.
2023년은 무역과 물류 관점에서 ‘글로벌’한 변화의 변곡점을 맞게 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의 글로벌 공급망 단절이 어떤 기업에는 기회가 되기도 했으며, 미-중 갈등에 따른 악영향 속에서도 아시아 교역은 오히려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변화의 변곡점에 선 우리에게 ‘기회’의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기회1.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복잡성 증가
지난해에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이전까지 연계된 공급망 가정 하에서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해 왔던 글로벌 물류기업들에게 새로운 문제를 던져주었다. 공급망 단절 즉 붕괴 상황에서 물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색다른 질문이었다.
예로 2008년 금융 위기와 같은 쇼크가 닥쳤을 때 물량은 급감했지만 차이점은 공급망 자체는 중단되지 않았었다.
과거 어느 시점에서 모든 회사는 상품을 제조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지만 이제 기업들은 “중국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중국에 의존해 왔던 기업들은 정부나 당국의 명령을 받을 수도 있고, 심지어 공장을 폐쇄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면서 ‘공급망 다각화’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인도, 베트남 포함 동남아시아, 폴란드, 터키, 멕시코 등으로 생산거점 이전을 시작하고 있다.
사실 기업에 있어서 탈중국이 쉬운 것은 아니다.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물류인프라에 대한 문제인데, 예로 인도의 인프라는 끔찍한 수준이다.
도로는 물론 통신 인프라도 엉망이고, 노동력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가 기업이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데 미흡한 점이 많다. 탈중국 기업 입장에서 믿을 만한 물류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물류기업은 어떤 전략을 취했을까?
첫째, 인수합병 등의 투자를 통해 성장을 조정하고 확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였다. 둘째는 육상, 철도, 항공, 해상 등 전영역에서 기존에는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었던 다양한 대체 루트 및 국가거점을 확보하는데 집중 하였다. 그 결과 지난 2년 동안 급격한 성장 달성에 성공한 물류기업들이 존재한다.
예로 세계 10위 프랑스의 글로벌 물류회사 지오디스(Geodis)의 2022년 매출은 기록적인 증가세였던 2021년에 비교해서도 19% 증가한 약 138억달러(약 130억유로)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폴란드, 미국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3PL 및 라스트마일 업체를 인수했고, 지난 12월에는 독일에 기반을 둔 의약품의 온도 제어 운송 전문 배송 회사인 Trans-o-flex를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기회2. 미-중 갈등에 따른 아시아 권역 물동량 증가
2018년에 시작된 미-중간 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에 기반을 둔 제조업체들은 관세를 회피하거나 향후 격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생산 라인의 일부를 중국의 아시아 이웃 국가로 이전하였는데, 그러한 개편은 오히려 중국과 아시아의 다른 지역 간의 무역을 감소시키기보다는 향상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10개 이웃 국가와 중국의 총 교역(수출 및 수입)은 미국이 처음으로 다양한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한 2018년 7월 이후 71% 증가한 9790억달러에 달했다. 아울러 중국과 인도의 무역은 같은 기간 동안 49% 증가하였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것처럼, 경제학자들은 수십년 전에 경제대국을 중심으로 인근 경제와 더 많이 거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가 있다.
즉, 중국은 아시아 최대의 경제국이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는 대부분의 이웃 국가들에 교역 상대국이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 경제는 대 미국 수출에 있어서도 미-중 간 무역갈등을 통해 큰 이익을 얻었다.
미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중국과의 무역이 증가한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부터의 미국 수입도 급증하여 총 교역액은 4500억달러에 달해 2018년 중반의 2620억달러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한국도 중국의 주변국가로서 교역량 증가의 수혜를 누릴 수 있으며, 이는 물류기업에도 향후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 디지털 기술이 주는 또 하나의 기회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등이 세운 AI 연구소인 OpenAI의 초거대 AI 모델인 GPT-4가 지난 연말에 이미 튜링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다. 튜링테스트는 컴퓨터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테스트이다.
아래 버전인 GPT-3 기반의 챗봇(ChatBot)을 체험해 본 필자의 경험에도 왜 영국 인디펜던스지가 “구글은 끝났다”라고 했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유통 및 물류에도 GPT-4가 미칠 영향이 클 것은 매우 분명하다.
초반에 밝혔던 것처럼 미국 방문의 목적이 'CES 2023'의 참관이었고, 독자들이 이 글을 보고 있을 때쯤이면 필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한참 발품을 팔고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물류에 가져다줄 또 하나의 기회에 대해서는 CES가 끝나고 난 다음 연재에서 보다 깊이 다룰 수 있었으면 한다.
토끼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어서 오르막에 강하다고 한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에 오르막을 쉽게 오르는 토끼처럼 어려운 글로벌 격변의 언덕길을 쉽게 헤쳐 나가는 K-물류를 응원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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