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다이나믹스(Dynamics) (23)] 미국 LTL업계의 BOL 표준 발표를 보며...
[기사요약]
미국 LTL 화물업계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BOL 표준형식 지정
‘표준화’로 화물업계 효율화는 물론, 고질적 악성 운임체불 방지에도 효과
‘표준화’ 위해서는 대형 운송사/3PL업체들의 협업과 정부·협회 차원의 독려 및 지원 필요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SW경영대학 겸직교수] 지난 10월 24일 미국 LTL(Less-than-Truckload) 화물업계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하증권(BOL, Bill of Lading)을 전자적으로 전송하기 위한 표준 형식(standard format)을 갖게 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참고로 LTL은 혼적운송이라고 불리며 여러 화주의 화물들을 모아서 운송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FTL 즉 Full-Truckload 운송은 한 기업의 화물을 한 대의 차량으로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단독으로 운송하는 독차운송 방식을 지칭한다.)
국내 화물운송업계의 경우 산업 성장과 함께 규모는 상당한 커졌지만, 예전의 관행과 종이, 팩스, 전화가 근간인 인프라는 아직도 디지털화 관점에서의 개선이 필요한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왜 지금이 변화의 시점이 되어야 할까? 도대체 변화의 방향성은 무엇이고, 이런 변화가 어떤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일까?
• 운송시장에 BOL 표준 도입이 갖는 의미는?
해상운송에서의 BOL은 화주와 선박회사 간의 해상운송 계약에 의해 선박회사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쉽게 운송화물의 적재와 양도 시 화물의 인도를 상호 약정한 증빙의 일종이라 생각할 수 있다.
국제무역에 있어서 BOL은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 해상보험증권(Marine Insurance Policy)과 함께 거래의 기본이 되는 서류이다.
육상운송의 경우도 BOL 개념의 문서는 필요하며, 화물상환증, 인수증(POD: Proof of Delivery) 등의 명칭으로, 유사한 의미를 갖는 여러 형태의 문서들이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미국 LTL업계의 새로운 BOL 표준 발표는 LTL업계 요율(pricing) 및 프로토콜을 감독하는 기관인 NMFTA(National Motor Freight Traffic Association)를 통해 이루어졌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을 주도한 NMFTA의 디지털 LTL 위원회에 따르면 초기에 운송업체, 3PL, 화물 중개업체 및 기술 회사를 포함한 29개 업체가 늦어도 내년 7월 20일까지 새 표준에 따라 완전히 운영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참고로 이들 초기 참여업체가 차지하는 LTL운송 비중은 연간 85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에 이른다.
사실 표준화에는 표준화된 플랫폼을 지원할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개발 및 확산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인데, 소규모 화주가 이를 감당하기는 일반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대형 LTL운송 관련 기업들이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이들 대형사가 투자로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일까? 운송의 효율성 향상을 보장하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마이그레이션(migration) 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우월한 가격경쟁력 등이 그들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다.
디지털화에 찬성하는 업계 옹호자들은 ‘종이’ 기반 흐름에 대한 오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비용 및 오류 절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및 속도 개선에 엄청난 기회를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화주, 운송업체 및 3PL이 사용해온 수많은 기존 디지털 플랫폼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국내 화물운송의 증빙서류 디지털화, 아직 갈길 멀어...
국내 화물운송에서 대표적인 증빙서류는 ‘인수증’과 ‘세금계산서’이다. 화물 운송이 완료된 이후에 운임청구를 위해서는 사전에 현장의 양수도 싸인 혹은 도장이 있는 인수증 및 (간이)세금계산서를 차주가 우편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일상적인 관행이었다.
세금계산서의 경우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이후에 70~80% 정도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되지만, 아직도 종이 세금계산서를 우편(등기 포함)으로 화주 혹은 주선사에 전달하는 차주들도 많다.
인수증 경우, 화주에 따라서 특정양식을 사용하는 이유로 디지털화가 덜된 편이고, 화주로부터 인수증 원본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서 스캔 혹은 사진을 업로드하는 정도가 디지털화의 현재 수준이다.
인수증 관련 흥미로운 점은 외국의 경우는 인수증, 즉 POD가 운임지불에 필수 서류인 반면에 국내는 POD가 생략되는 경우도 있어 이후 분쟁 발생 시에 문제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기 서류 전달에 따른 비효율로는 우편료(등기) 발생, 접수된 서류 분리/정리에 따른 인건비, 기입오류 혹은 분실로 인한 추가적인 서류작업처리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서류 전달에 걸리는 물리적인 소요시간 만큼의 ‘합법적인’ 운임지불 지연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예로 한 달 동안 접수된 세금계산서를 기준으로 익월 특정일 운임을 지급하는 규칙을 적용하는 화주의 경우는 차주가 운송완료 후 최대 45일 혹은 60일까지 운임지급을 못 받게 되는 경우도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운임체불 건인데, 최근 경기침제에 따라 운임체불 건이 점점 더 이슈화 되고 있다. 실제로 주선사가 파산하였는데, 차주들에게 미지급된 운송 건을 보니 심지어 5~6개월 전 운송 건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지털화를 통해서 차주가 적기에 쉽게 운임 청구가 가능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이런 장기 체불 발생은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정보 표준화 및 디지털화는 산업의 인프라와 관련된 과제이며, 관련 산업 선진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민간 통신사, 혹은 개별 스타트업들이 이와 관련한 디지털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지만 결국은 ‘표준화’ 문턱에 걸려 확산에는 제한이 있었던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는 정부와 산업계 차원에서 ‘표준화’에 관심을 갖고 협력할 시기이며, 미국의 사례에서와 같이 시작은 많은 물량을 갖는 대형 운송사, 3PL업체들의 협업과 정부·협회 차원의 독려 및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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