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지동섭 호(號), 내년에 사업 흑자로 휘파람 분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SK그룹의 배터리 전문업체 SK온(대표 지동섭)이 내년에는 흑자전환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SK온이 지난 2016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출한 후 8년 만에 거둔 성과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산업은 △핵심기술과 양산기술 확보 △대형 고객사로부터 수주 물량 확보 △본격 양산과 수익 발생 단계로 진행된다.
SK온은 2016~2018년 배터리 기술 확보에 주력했으며 △2018~2022년 대규모 수주 △그리고 올해부터 배터리 본격 양산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양산 과정에서 수율(투입 물량에 대한 양품 비율) 확보가 원만하게 진행돼 SK온 흑자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배터리 후발주자임에도 광폭 투자를 진행해 2025년 기준 생산설비 291GWh를 확보해 세계 5위 수준의 설비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어 헝가리 공장에서 수율 개선과 미국 공장에서 판매량 증가 등으로 내년에 흑자를 기록하는 배터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4분기 매출액 2조7263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을 기록해 첫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온은 창립 후 올 3분기까지 줄곧 적자였기 때문에 2022년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2023년부터 본격적인 흑자기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리포트에 따르면 SK온의 2023년 매출은 11조4548억원, 영업이익 75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 헝가리공장 수율 개선과 미국 공장 판매량 확대가 긍정적 영향 미쳐
SK온이 내년에 흑자시대를 예상하는 데에는 헝가리 공장에서 수율이 대폭 개선됐고 미국공장에서 배터리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SK온은 2021년까지 니켈·크롬·망간(NCM)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셀 형태로 생산해왔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와 SK온이 함께 모듈과 팩을 제작했다.
셀은 가장 기초적인 배터리 1개 단위를 뜻한다. 셀을 10개에서 50개까지 묶은 제품을 모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모듈을 10여개 묶어 팩으로 만든 후 이를 전기차에 장착하기 때문에 SK온과 완성차 기업이 협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SK온이 모듈 생산까지 전담하면서 상황이 다르게 전개됐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SK온은 2022년 연산 11.5GWh 규모의 헝가리 코마롬 2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셀 뿐만 아니라 모듈까지 생산해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새 공장에서 모듈을 처음 생산했기 때문에 올해 초 기준 수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생산 수율이 90% 이상이 되어야 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일컫는다. 그러나 SK온은 2분기에 수율을 50~70%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3분기 이후 9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으레 불량 배터리 제품이 나오면 이를 폐기하거나 리사이클링(재활용) 공정을 거쳐 다시 탄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 수율이 90% 이상 유지되고 있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시점에 접어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기준 50GWh 규모 생산설비를 가동했으며 올해는 70GWh 설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장 설비 대부분은 코마롬 공장 설비로 파악된다. 이 공장 수율이 정상화에 돌입했다는 것은 SK온 영업이익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을 맞이한 것으로 봐도 된다.
■ 미국 조지아 1공장 본격 가동 시작... 2023년 2공장 가동 차질 없어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4분기부터 9.8GWh 규모 미국 조지아 1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생산되는 배터리는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 F-150 픽업트럭과 독일 차 업체 폭스바겐 ID4에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조지아 1공장은 당장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
유안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이 공장이 가동된 후 배터리가 생산될 때 분기마다 약 1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정상 가동과 판매가 진행됐으며 F-150 관련 배터리 물량과 ID4 물량이 순조롭게 고객사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SK온 관계자는 “헝가리 공장 수율 개선을 이미 이뤄냈기 때문에 추후 들어서는 공장 수율 개선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수율 개선 작업을 담당하는 인력이 새롭게 가동되는 공장으로 이동해 새 공장의 수율 업무를 맡고 있어 수율 개선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온의 11.7GWh 규모 조지아 2공장은 내년 1분기 정상 가동에 돌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1공장이 적정 수준의 생산 안정화(수율 안정화)에 도달하기 까지 약 9개월이 걸렸지만 2공장 안정화는 보다 빠르게 진행돼 2023년 정상가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2023년부터 시행된다"며 "이에 따른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SK온은 공장 가동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 배터리 수율 확보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수주 및 배터리 설비 증설도 걱정 없어
올해 상반기 기준 SK온의 배터리 수주 규모는 1048GWh로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300GWh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있어 2030년까지 수주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배터리 생산설비 증설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SK온은 이달 초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세워 미국 켄터키주(州)에 건설되는 86GWh 규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달러 강세에 따른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SK온은 차질 없이 계획대로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블루오벌SK는 북미 완성차 시장 전동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향후 미국 시장 공략의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온 배터리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오는 2025년 291GWh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2030년 491GWh의 설비를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