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비법(秘法): ‘생태계’와 ‘차별화’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 경기대 겸직교수] 이스라엘을 침공한 블레셋의 골리앗은 무거운 갑옷을 입고 칼과 창, 커다란 방패로 무장한 거인 장수였다.
소년 다윗은 양치는 일보다 외적에 맞서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울 왕을 찾아간다. 사울 왕은 자신의 갑옷을 주었지만 갑옷이 맞지 않자 다윗은 거추장스러운 갑옷 대신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챙겼다.
이마에 돌팔매 공격을 받은 골리앗은 쓰러졌고, 다윗은 칼, 갑옷 없이 블레셋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었다.
물류전쟁에는 대규모 자산, 인력 같은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라면, 플랫폼 경제는 이런 상식을 깬 ‘다윗’ 같은 기업들의 등장을 가능케 했고, 시장도 이런 히어로(Hero)의 탄생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자신이 속한 생태계의 니즈를 파악하고, 칼, 갑옷으로 무장한 강자와는 다른 돌팔매 같은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물류분야의 ‘다윗’ 기업들을 살펴보자.
• 아마존의 ‘정보 독점’에 맞선 쇼피파이의 생태계 지원 전략
최근 쿠팡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쿠팡이 자신만의 제국건설에 막대한 투자와 비용지출을 감수하는 동안, 네이버는 셀러와 물류기업 등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활용전략으로 이미 이커머스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필자의 이전 기사 참고. ‘같은 듯 다른 ‘네이버’와 ‘쿠팡’의 물류전략‘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20203500098)
사실 쿠팡과 네이버의 관계는 한국판 아마존과 쇼피파이(Shopify)에 비견될 정도로 이들의 벤치마킹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존은 1994년 제프 베조스가 월가를 버리고 인터넷에서 책을 파는 전자상거래 기업을 설립한 이후로 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물류, 클라우드서비스, 로봇 등 관련된 산업 전 영역에서 독보적인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글로벌 초거대기업이자 하나의 ‘제국’ 기업이다.
쇼피파이는 어떤 회사일까?
아마존이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제공한다고 하면, 쇼피파이는 상품을 파는 셀러 누구나 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이커머스에 필요한 웹사이트 제작, 고객 관리, 결제·배송 등 기능을 최저 월 29달러에 제공하는 이커머스 개발 플랫폼 기업이다.
창립자 토비아스 뤼트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공부 대신 게임과 프로그래밍으로 시간을 보내던 열등생이었다.
MMORPG(Massive Multi-user Online Role Playing Game) 중 가상세계에서 만난 캐나다인을 찾아 오타와로 왔고, 결혼 후 정착하였다.
자기 집 차고에서 스노보드를 팔려고 이커머스 플랫폼을 썼는데, 이 플랫폼이 너무 비싸고 불편해서 자신이 새로 만들면서 2006년에 이커머스 플랫폼 전문회사를 창업하게 되는데 이것이 쇼피파이의 시작이다.
현재는 전 세계 175개국에 200만명이 넘는 쇼피파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판매자를 보유, 당당히 아마존의 경쟁자로 성장한 상태이다(※사실 쇼피파이를 키워준 것은 아마존인데, 2015년 제3자 판매자인 중소상인 등을 위한 아마존 웹스토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쇼피파이 플랫폼으로 이전을 권유한 것이 아마존이었다.).
쇼피파이의 목표는 누구나 이커머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었고, 이는 다음의 뤼트케 CEO의 말로 대변될 수 있다.
“아마존은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는 반란군을 무장시키려 하고 있다”
• 새벽배송 전쟁의 유일한 ‘흑자기업’의 생태계 전략
새벽배송 시장은 광고모델 전지현을 앞세운 마켓컬리의 등장 이후에 2022년 9조원, 2023년에는 11.9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출처: 교보증권).
현재는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마켓컬리를 비롯해 쿠팡, SSG.COM 등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의아한 점은 전통적인 유통강자 롯데의 존재감이다.
사실 ‘새롯배송’, ‘새벽에ON' 등 자체 새벽배송 브랜드를 기치로 참전을 선언했었지만, 롯데는 2022년에 새벽배송 전쟁에서 철수를 선언하게 된다.
SSG.COM은 온라인 커머스를 위해 4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동화설비를 투자하였는데, 1등 마켓컬리, 2등 쿠팡을 포함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어떠할까? 결론은 모두 적자상태이며, 2021년 기준 각각 쿠팡 1조8천억원, 마켓컬리 2177억원, SSG.COM 107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반면에 2020년 97억원, 2021년 57억원, 2022년 2분기 기준 71억원 등 매년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 중인 곳이 있는데 ‘오아시스마켓’이라는 강소업체가 그곳이다. (출처: 물류트렌드2023, 2022년)
그럼 유일한 흑자기업 오아시스마켓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오아시스마켓의 대표적인 특징은 저렴한 친환경 유기농 상품만을 취급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1번란’이라 불리는 달걀이다.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없는 ‘자연방사란’을 뜻하는데, 이런 비슷한 제품으로 콩나물, 두부, 우유 같은 식품 등을 취급함으로써 지역 친환경 농가와 충성고객을 잇는 생태계의 조력자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운영측면에서는 온라인/오프라인(O2O) 연계를 통한 독특한 옴니채널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는 오아시스마켓이 2011년 창업 이래 구축해 왔던 수도권 중심의 78개 오프라인 매장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아시스마켓의 새벽배송 시장 진출은 2018년 8월부터 시작되었는데 온라인 폐기율 0% 정책이 ‘흑자’ 운영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폐기율 0%를 달성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당일 입고된 신선식품의 재고(over-stock)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이후에 78개 오프라인 매장으로 입고시킴으로써 적어도 온라인으로 발생하는 불용재고를 원천적으로 없앤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너무나 쉽고 당연한 운영전략이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경우는 절대 불가능한 전략이다. 즉, 기존 오프라인 부서와 신생 온라인 부서는 연초에 각자 경영목표를 세우고, 구축/운영되는 매출/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의 실적을 관리한다. 상호 매출 및 재고 관련한 정보의 통합적인 핸들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후 책임과 실적을 평가하는데 매우 큰 혼선이 따르기 때문이다. 예로 SSG.COM이 기존 신세계그룹과 이마트의 온라인 부문들을 떼어내어 이전함으로써 새롭게 생겨난 이유도 대기업의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뜻하는 옴니채널전략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33조원 B2B 화물운송 시장의 미들마일 플랫폼 전략
라스트마일 시장의 격전에 이어 2022년 화물운송 시장의 미들마일 플랫폼 사업에 대기업들의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T맵모빌리티는 2022년 4월 SPC(특수목적법인)의 간접지분투자를 통한 방식으로 기존 화물정보망 플레이어인 ‘원콜’ 인수전에 참여, 가장 빨리 시장 진출을 결정하였다(※원콜은 2016년 운송주선사/정보망사업자 11개 대표 연합으로 창립되었다.).
또 다른 통신사 kt는 디지털 물류자회사인 kt롤랩을 통해 2022년 5월 kt롤랩과 kt가 공동으로 개발한 ‘브로캐리’ 서비스를 출시했다(※브로캐리는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화물을 발송하는 화주와 운송하는 차주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미들마일 플랫폼 진출을 공식화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이미 사업을 위한 사전 준비는 다 마친 상태로 알려져 있다(※2021년 6월 ‘위드원스’ 20억원에 인수 완료, 2022년 10월 주선연합회 소유 화물중개플랫폼 ‘화물마당’의 지분 49% 인수 완료).
이들 대기업과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존 중소규모의 주선사 혹은 레거시(legacy) 화물정보망 업체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과거 2004년 SK에너지의 ‘내트럭 프렌즈’ 서비스를 필두로, 2011년 한진의 ‘eTruck’ 서비스, 2015년 CJ대한통운의 헬로(Hello), 한솔로지스틱스의 ‘다이렉트넷’, 2016년 출시 1년 만에 서비스 종료되긴 하였지만 SK플래닛의 ‘트럭킹’까지 대기업군의 진입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 왔다.
특히 2011년 한진의 ‘eTruck’ 서비스는 10년 전에 이미 아래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실패로 돌아간 것도 사실이다.
ㅇ 화주~차주 중개거래가 미완료될 경우를 대비한 ‘책임운송제’
ㅇ 우수 차주회원 확보를 위한 ‘차주평가제’
ㅇ 운임지급 안전결제시스템인 에스크로(escrow) 서비스
ㅇ 실시간 차량위치 관제서비스
ㅇ 차주용 모바일 전용 앱 구축
ㅇ 한진 정비공장에서 차량 수리시 정비공임 10% 할인
과거 대기업 진출의 실패요인에 대해 명확한 분석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필자는 기존 생태계를 위한 이해보다는 자신의 발전 로직에만 충실했던 것이 실패의 주원인이지 않았을까 하는 판단이다.
기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중소규모의 주선사 혹은 화물운송플랫폼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면 다가올 골리앗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과거의 교훈에서 변치 않은 ‘다윗’의 지혜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