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동연 경기지사의 미·중 넘나들기, 글로벌 공급망 패권 경쟁을 돌파할 실천적 해법
모도원 기자 입력 : 2022.12.02 16:12 ㅣ 수정 : 2022.12.04 16:19
반도체 공급망 등 미중 패권 경쟁 격화, 한탄만 해서는 한국경제 상황 악화돼 미국진영과 중국진영과의 협력을 각각 강화한다는 전략적 원칙 제시가 중요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그간 겪어본 적 없는 거대한 복합 위기에 더해 세계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실리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
지난 22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열린 ‘제8차 한중 경제협력 포럼’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한 발언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니 협력 관계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김 지사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만남을 가졌다. 한국과 미국은 전통적 동맹관계이니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김 지사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정세에서 미·중 양측 모두의 경제 네트워크에 동시에 참여하고 협력관계를 강화하자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배경에는 김 지사가 강조한 바와 같이 격화되는 세계 패권 경쟁이 자리한다.
현재 글로벌 자유무역 시장은 블록경제로의 체제 전환이 한창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국·유럽의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의 반 서방 진영으로 나뉘어 공급망과 기술, 경제 교류가 단절되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며 제조업에 필요한 핵심 자원은 동맹 국가에서만 구할 수 있으며, 기술력이 글로벌 패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육성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칩4 동맹이다. IRA는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광물을 사용하는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을 찾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일본·대만 등으로 구성한 동맹 결성체다. 여기서도 한국은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며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렸다. 당연히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 여타 중요 현안에 대한 상대 진영과의 교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지사가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 양 진영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과 경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야하는 이유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경기도에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는 5개 혁신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면담에서 “경기도를 바꿔서 대한민국을 바꾸는 시도를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중앙정부도 아닌데 무슨 권한과 능력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냐는 의문이 당연히 들법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양진영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적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중앙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패권 경쟁에 대한 대응전략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넘어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며 경제,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 핵심 현안에 대해 논의를 가지고 협력관계를 돈독히 다져가려는 김 지사의 행보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에 끼인 한국경제의 딜레마를 풀어갈 실천적 해법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인한 갈등 심화를 한탄만 하는 것보다는 실천적 극복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