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사우디 네옴시티'에서 해법 찾아라
유화업체, 혁신 없다면 '가라앉는 배' 될 수밖에 없어
미국 등 기존 시장에 뒤늦게 진출해도 큰 소득 얻기 힘들어
사우디 '네옴시티' 등 해외 혁신도시 개발에 눈 돌려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던 2020~2021년을 뒤돌아보면 저(低)유가와 함께 보호마스크 등 의료용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폭증해 석유화학업계는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일궈냈다.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호조의 밑바탕이 된 것은 저유가 덕분이다. 저유가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이에 따라 저유가는 석유화학 업계에 호재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코로나19 특수 종료가 이어지면서 석유화학기업은 실적 부진이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침체 속에서 유독 실적 호조를 이어간 두 기업이 있다. 바로 LG화학과 포스코케미칼이다.
LG화학은 올해 1~3분기에 매출액이 11조6081억원, 12조2399억원, 14조177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분기 10조243억원, 2분기 8785억원, 3분기 9012억원으로 견조한 실적을 거두었다.
같은 기간 포스코케미칼은 매출 6646억원, 8032억원, 1조533억원 영업이익 255억원, 552억원, 818억원을 기록했다.
업황 침체 속에서도 두 업체가 이 같은 실적호조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신(新)성장동력인 양극재 소재사업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산업은 단연 전기자동차 산업이다. 전기차 산업이 꾸준히 확장하려면 전기차 배터리 산업도 지속적으로 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극재,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산업도 꾸준히 확대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포스코케미칼은 이 같은 시장구조를 일찌감치 파악해 배터리 소재 원료인 광산 매입, 양극재 공장 건설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질세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배터리 자회사를 지니고 있어 양극재 설비 구축에 속도를 냈다.
문제는 새로운 먹거리를 공략하지 못한 기업도 있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 매출액은 올해 1분기 5조5863억원, 2분기 5조5110억원, 3분기 5조682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분기 826억원, 2분기 영업손실 214억원, 3분기 영업손실 423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적자 역시 급증하는 모습이다. 이는 롯데케미칼의 성장동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금호석유화학은 매출액 기준으로 올해 1분기 2조1991억원, 2분기 2조2439억원, 3분기 1조887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분기 4491억원, 2분기 3540억원, 3분기 2305억원이다. 영업이익이 분기별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금호석유화학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올해 5월 배터리 소재 분야와 수소 산업에 총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금호석유화학은 6월 전기차 소재와 바이오 소재에 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이 새로운 먹거리에 서둘러 투자하고 있지만 이미 그 분야에서 앞선 LG화학과 포스코케미칼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LG화학,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완성차 업체 GM 등과 협력노선을 구축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 등 후발주자로서는 국내 업체가 이미 선점한 미국 등 일부 해외에만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이런 와중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사막에 '네옴시티'와 같은 혁신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국제적인 화제거리가 됐다.
네옴시티가 건설되려면 첨단 건설기술 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구축, 수소를 활용한 전력확보 등 모든 첨단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국내 기업으로서는 사우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이미 앞서 나가고 있는 기업들과 유사한 경영전략을 유지해봤자 그들을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이 보다 과격한 경영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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