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문어발 시대 역행한 '메리츠'가 박수 받는 이유

임종우 기자 입력 : 2022.11.25 07:53 ㅣ 수정 : 2022.11.25 07:53

지배구조 이슈 부각되는 현재…이해관계자인 소액주주 중요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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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문어발 상장 일색인 국내 증권시장에서 메리츠그룹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장이 끝난 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주식 교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식 교환을 통해 메리츠증권 주주는 보통주 1주당 메리츠금융지주 0.16주를, 메리츠화재 주주는 1주당 1.27주를 받게 된다. 메리츠화재와 증권은 내년 상장폐지되며, 메리츠금융지주만 단독으로 상장을 유지하게 된다.

 

그동안 물적분할로 신음을 내던 시장은 가뭄에 단비를 맞듯 메리츠금융그룹의 결정을 반갑게 맞이했다. 발표 다음날인 22일 유가증권시장의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을 최대한 쪼개 상장하는 것이 더 많은 자금을 모집할 수 있고, 각 기업별로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크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통한 자회사의 신규 상장은 소액주주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모회사의 주식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고, 이에 개미들은 한 기업의 물적분할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카카오그룹은 2020년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지난해에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연달아 상장하며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상장 이슈가 생기며 손자회사까지 분할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LG화학 산하에서 분할 상장되면서 단숨에 코스피 시총 2위까지 올라섰다. 배터리 부문은 LG화학의 기대받는 신성장 동력이었는데, 이것이 떨어져나오면서 LG화학의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정부 차원에서 물적분할에 대한 제재 논의가 이뤄졌고,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분할 상장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기업 통합뿐만 아니라 중기적(3년 이상)으로 2023회계연도 이후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의 50%를 자사주 매입·소각 혹은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사용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는 그동안 3개 상장사가  환원한 당기순익의 최근 3년간 평균치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은 여러 차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하며 주가 부양의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0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4392억310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보통 기업은 더 큰 이득을 취하고, 불가항력적으로 소액주주는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번 통합은 오히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지분율을 기존 79%에서 47%로 낮추게 된다. 지분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면서 회사 내 경영권이 약화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던 메리츠라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메리츠는 주주환원 정책에서 '장난은 치지 않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된 이후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의 역대급 긍정적인 사례가 나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나 가능한 형태의 통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경우 구글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따로 상장해도 무방할 정도의 기업체가 있지만 아직까지 알파벳 단 한 종목 만이 상장돼 있다. 시총이 2000억달러를 넘기는 애플도 여전히 단일 상장 종목으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추가로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배구조를 비롯한 ESG가 부각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이번 메리츠금융그룹의 결정이 각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소액주주를 조금이나마 더 신경쓰게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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