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자산운용, 디폴트옵션 선점 '시동'...DC 전환 효과는 내년부터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11.10 07:38 ㅣ 수정 : 2022.11.10 09:49

고용부, 1차 165개 상품 승인...이달 14일부터 상품 판매
전문가 "디폴트 활성화 내년"... 증권사·자산운용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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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입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상품이 일차적으로 걸러지면서, 흐릿한 제도의 윤곽이 드러나게 됐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도입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이 일차적으로 걸러지면서, 흐릿했던 제도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38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신청한 디폴트옵션 상품 220개 중 165개(75%)를 승인했다. 상품 상당수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타깃인컴펀드(TIF), ETF 매니지드 포트폴리오(EMP) 펀드로 구성돼 있다. 

 

이에 은행·증권·보험사는 오는 14일부터 디폴트옵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증권가 역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스템 정비와 약관심사 등 소요 시간을 고려할 때 실제 적용되는 것은 다음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제도가 제대로 안착해 본격 활성화까지는 올해를 넘기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솔루션운용팀장은 “이번 디폴트 상품의 1차 승인을 계기로 앞으로 연금시장이 상당히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디폴트옵션 시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처한 시장 요인도 있으나, 이번 제도적(디폴트옵션) 요인이 기존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로 더 촉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변 팀장은 “이미 DC형으로는 전환이 많이 된 상태다”며 “지난해는 4조 정도가 TDF로 유입이 됐었고, 올해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1조원 정도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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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의 1차 승인이 반려된 사업사의 재신청과 2차 승인을 신청한 신규 사업자의 승인 여부가 이달 마무리된다.

 

불승인된 이유는 과거 퇴직연금 운용 성과가 저조하거나, 연금 가입자가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너무 많은 경우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 없이도 자동으로 사전에 지정한 상품을 운용하는 제도며,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게 퇴직연금 운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퇴직연금 규모는 커졌어도 가입자가 관심이 없거나 전문성이 부족해 낮은 운용수익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던 터였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해 퇴직 시 확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DB형, 개인이 직접 운용해 원리금을 받는 DC형·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디폴트옵션은 이 중 DC형과 IRP형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 본격 도입됐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이며, 가입자의 수익률 개선이 향후 증시 부양 효과로까지 이어질 거란 분석이 많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디폴트옵션 상품이 통과되고 시행이 돼 가는 과정이다”며 “근로자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디폴트 상품을 선택하는 단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나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디폴트옵션에 대한 주요 정보와 구체적인 운용 과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 박사는 “새롭게 만들어진 퇴직연금 제도가 1차 이후 2차 승인이 나면, 이 상품을 기업에 제시하고 근로자들은 그것을 고르면 된다”며 “그사이 운용 당국은 제도를 점검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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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업계는 연금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이미지=freepik, 황수분 기자]

 

투자업계는 연금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증권사들은 관련 고객 유치를 위해 이벤트를 속속 진행하는가 하면, 자산운용사들은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055550)은 DC 퇴직연금 개별 가입·IRP 고객 대상으로 오는 30일까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 1매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한국투자증권(071050)은 IRP 입금 이벤트와 DC·IRP 채권 거래 이벤트로 나눠 최대 3만원의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을 주는 행사를 오는 12월 31일까지 한다. 

 

현대차증권(001500)도 올해 말까지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서 사용 가능한 연금플러스금융상품권 3% 할인 이벤트를 연다. 상품권 구입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가능하다.

 

KB자산운용이 내놓은 TDF 상장지수펀드(ETF) 3종 모두 총보수를 연 0.18%로 설정했고, 인하 후 운용보수는 연 0.135~0.225%다.

 

한화자산운용은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전 ‘한화 LIFEPLUS TDF’의 운용보수 수수료를 8~10% 내렸으며, 빈티지별 인하 폭은 상이했다. 

 

아울러 한화자산운용은 자사 펀드직판 애플리케이션 파인(PINE)에서 최대 67만원의 투자지원금, 호텔 숙박권이 포함된 럭키박스 등을 지급하는 연금대축제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연 운용보수를 약 15% 인하했다. 이 상품의 운용보수는 빈티지(목표 은퇴 시점)별로 인하율이 달라진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한국형TDF’의 운용보수 수수료를 0.03% 낮추며 경쟁에 가세했고, TDF·TIF 등 디폴트옵션 관련 상품 20종의 판매보수를 최대 0.125%포인트 낮췄다. 

 

미래에셋운용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운용 규모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는 만큼, 아직까진 수수료 인하보다는 운용 전략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에 대한 사전 이해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필요할 것 같다”며 “특히 자산운용업계는 TDF의 핵심인 운용보수를 낮춘다거나, 연금 관련 세미나, 책자 발간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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