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2.10.11 07:13 ㅣ 수정 : 2022.10.11 07:13
올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증권사 5곳 KRX 증권, 최근 3개월간 11.01% 하락 “금리 인상·경기 우려에 전망 좋지 않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업황 부진에 증권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각 증권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를 도모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며 당분간 증권 업황이 반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소각까지 이어가는 것이 주주 가치 제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한 증권사는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메리츠증권 등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4일부터 이듬해 1월 3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총 200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한다. 취득 목적은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 차원이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29일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해 오는 12월 29일까지 자사주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10만주와 5만주씩 장내매수 방식으로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도 지난달 22~28일에 4411주를 장내매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7월부터 내달 말까지 1390만주의 보통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에도 19차례에 걸쳐 총 255만92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는 최대주주의 의결권 확보를 위한 취지지만,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는 효과를 봤다.
유안타증권 최대주주인 유안타시큐리티스아시아파이낸셜서비스도 지난 한 달간 장내매수를 통해 유안타증권 보통주 9만4872주를 사들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7월 2008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고환율, 금리 상승 등으로 증시 불안이 지속되자 연말까지 자사주 취득 한도 제한을 완화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자사주 취득신고 주식 수의 10% 혹은 이사회 결의 전 30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의 25% 중 적은 수량으로 한정됐으나, 특례조치를 통해 한도를 취득신구 주식 수 전체로 확대하기도 했다. 또 신탁취득 한도는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1% 이내에서 신탁재산 총액 범위 내로 확대됐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주가는 부정적인 업황 전망에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을 종합한 지수인 KRX증권은 지난 7일 523.70에 거래를 마치며 최근 3개월간 11.01% 하락했다. 3개월 내 고가(635.37)와 비교하면 17.58% 떨어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은 3.13% 내렸고, 삼성증권(4.51%)과 한국금융지주(20.58%), 메리츠증권(21.73%), 키움증권(6.97%) 등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증권사들의 주가 약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의 코스피 대비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달 중순 이후 확대된 금리 및 주식시장 변동성으로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40% 이상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주요국 시장 하락이 이어지며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 중 하나인 홍콩H지수(HSCEI)가 녹인 배리어(ELS의 원금 손실이 발생 가능한 구간)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해지 비용 부담으로 나타날 수 있는 우려”라며 “금리 상승과 경기 우려가 반영돼 글로벌 부동산 가격 하락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이나 미매각 수익증권의 평가 손실 우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이어 소각까지 진행되는 것이 실질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나중에 재매각하면 결국 조삼모사일 뿐”이라며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까지 이어가 전체 유통주 수를 줄이는 것이 실질적인 주가 부양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