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화물운송사업 '치킨게임' 되나...대형항공사 이어 LCC까지 가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항공업계는 이에 따른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으며 견뎌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는데 그 주역은 ‘항공화물운송사업’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운휴 여객기에 대해 안전요건을 충족하면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고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운행이 중단된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실어 날랐다. 화물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여객기 운항 감소에 따른 화물칸 공급 부족으로 항공운임이 크게 올라간 상황이 맞물리면서 대한항공은 실적 호조라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에 질세라 그동안 여객사업 위주로 살림을 꾸려온 LCC(저비용항공사)까지도 사업 다각화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로 화물사업에 눈을 돌렸다.
제주항공은 국적 LCC 처음으로 화물기를 도입했고 지난 6월 20일 인천~베트남 하노이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일본 도쿄(나리타), 중국 옌타이로 노선을 확대해 화물기 운항 횟수를 늘려 올해 10월 기준 하노이 주 6회, 도쿄(나리타) 주 4회, 옌타이 주 6회를 운항 중이다. 이에 따라 화물기 취항 첫 달부터 월별로 △6월 242톤 △7월 920톤 △8월 952톤 △9월 1060톤으로 매월 수송량이 늘어나 총 3174톤의 화물을 운송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화물수송전용 여객기를 통해 780톤을 운반한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진그룹 계열 물류업체 ㈜한진은 아시아 5개국 7개 공항으로 운송하는 항공수출 물량 유치에 성공했다. 또 세계적인 이커머스 시장 물량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계열 LCC 진에어는 ㈜한진과 손을 잡고 화물운송 사업을 늘렸다. 두 회사는 항공화물 GSA(General Sales Agency·총판대리점) 운송계약을 맺고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인 운송에 들어갔다. 예상물량은 월 최대 300톤이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은 항공화물 시장 확대에 따른 기대감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실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최근 ‘세계 상용시장전망 2022~2041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이 연간 4.1%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이 보고서는 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를 잡아 전자상거래 도입이 빨라지면서 이에 따라 항공화물 물동량이 커져 화물운송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항공화물운송사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항공 물동량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항공운임도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물동량 감소에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관련업체가 더욱 늘어나는 이른바 '업체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국내 출발·도착 화물 수송량은 지난 9월까지 6개월간 줄곧 전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화물운송 전체 물량이 지난 4월부터 2018년 수준을 밑돌고 있는 등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항공사가 취급한 화물수송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항공화물 운송)인덱스'가 매월 발표하는 항공화물운임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노선의 항공화물 운임이 kg당 평균 12.72달러를 보이며 최고점을 찍었지만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 9월 기준 kg당 7.94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LCC 업체들의 화물사업 확장이 기대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LCC 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LCC 관계자는 “항공운임은 부동산 가격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최고점 대비 떨어진 것이지 이전보다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항공운임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로 최고점 대비 낮아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으로 화물사업을 시작한 것이지 이를 주력 사업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물량이 증가하고 있고 물동량 자체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