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0.20 07:06 ㅣ 수정 : 2022.10.20 07:06
10년 만에 기준금리 연 3% 시대, 추가 인상 예고 가계대출 금리 들썩···주담대 상단 연내 8% 갈 듯 이자 부담 완화 방안 시급, 은행 이자 장사도 도마 거대 야당 ‘가계부채 대책법’ 우선 처리 의지 방침 금리 인하 효과 기대되지만 시장에선 역효과 우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10년 만에 기준금리 연 3% 시대가 열리며 가계대출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라 차주들의 상환 능력 약화 등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내용이 여러 차례 언급된 만큼 국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거대 야당이 최우선 과제로 ‘가계부채 대책 3법’을 꼽아 법 개정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3.00%로 올린 한국은행은 다음 달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연 3%대로 올라선 건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들어 시작된 기준금리 연쇄 인상에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상단이 연 7%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선 고신용자들의 연 5%대 상품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담대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는 지난 9월 전월(2.96%)보다 0.44%포인트(p) 오른 3.40%로 나타났다. 2012년 7월(3.40%)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은행들은 전일부터 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수치를 주담대 상품에 반영했다.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5%대 초반에서 6%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다음 달 상단이 연 7%대에 도달하고, 연말이나 내년 초 8%대를 뚫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발작’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차주들의 이자 부담 증가도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평균 16만4000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가계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금리 상승기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대한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국회가 이번 국정감사 이후 가계대출 금리 관련 대책 마련 및 법안 처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가 또 오르고 가계대출 금리 상승 후폭풍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금리 관련 은행법 개정안들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차이) 축소 유도 ▲대출금리 원가 산정 근거 공개 등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들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영업 비밀 침해 논란도 있어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시장 개입에 따른 역효과 등 법안 처리 전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다만 이들 법안이 발의된 시점과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변화가 생긴 만큼 기류가 바뀔 가능성도 잔존해있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계류법안에 대한 심사가 본격화하는데, 가계대출 관련 법안이 우선순위에 들어올 수도 있다.
특히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7대 입법 과제 중 하나인 ‘가계부채 대책 3법’을 최우선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과도한 이자 부담으로부터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가계부채 3법은 ▲불법사채 무효법 ▲금리폭리 방지법 ▲신속회생 추진법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 중 금리폭리 방지법은 은행이 고객에 이자율 산정 방식과 근거를 제공·설명하도록 하는 기존 대통령령을 법률로 상향하는 게 핵심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은행들은 고객에 가계대출을 내줄 때 ‘어떻게 이 금리가 산정됐는지’ 말해줘야 한다. 특히 차주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 산정 근거까지 제공하란 것이다. 이는 은행이 가장 예민해하는 부분 중 하나다.
가산금리는 가계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준거금리(기준금리)에 더하는 것으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매긴다. 각 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형으로 가산금리를 책정해 영업 전략·비밀이라고 하지만, 그간 공개되지 않아왔기 때문에 최근 이자 장사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다만 가계대출 관련 법안 논의가 시작된다 해도 실제 입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정부와 야당이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고, 시장과의 협의도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금리 급등세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법안에 ‘산정 근거를 공개하라’는 표현만 단순 명시하면 금리 평준화에 따른 은행간 경쟁 격화나 저신용자 대출 기피 등 부작용이 생길 게 뻔하다”며 “지금까지 형성된 시장 논리를 규제로 억압하면 당장은 원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금융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