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조달시장 경색에 자금줄 '비상'…카드론 금리 더 오르나
12일 AA+ 3년물 금리 5.511%…신용 스프레드 1.409%
기준금리 인상에 연말까지 여전채 금리 인상 지속될 듯
여전채 투자매력 줄어…일부 카드사 변동금리부채권 발행
조달부담 심화에 금리인상‧혜택 축소 등 소비자 부담 증가 예상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커진 카드업계의 수익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저신용자의 대출창구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도 인상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에도 반영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으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게 된다.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선반영돼 여전채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달 마지막 금통위를 앞두고 있는 만큼 조달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인상돼 왔다. 이에 따라 조달금리도 꾸준히 상승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올해 1월 3일 2.420%였던 여전채 금리는 지난 12일 5.511%로 3.091%p 상승했다. 지난 11일에는 5.738%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심화하자 카드업계는 장기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조달 방안을 다각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여전채를 통한 조달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기존에 저금리로 조달했던 채권의 만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저금리로 조달했던 자금을 상환하고 나면 이전에 비해 높은 금리의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여전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달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여전채 수요가 위축돼 자금 조달은 더욱 힘든 상황이다. 국채와 여전채의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 역시 12일 기준 1.409%p로 올초 0.537%p와 비교해 약 2.5배 높은 수치다. 신용 스프레드가 클수록 여전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카드사들은 변동금리부채권을 발행하면서 조달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변동금리채권은 시중금리와 연동해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채권이다. 여전채는 통상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고정금리로 발행된다. 변동금리부채권은 금리상승기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어 카드사에 불리하다. 그러나 여전채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을 내면서 조달에 힘쓰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여전채 발행시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조달환경 개선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드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역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저신용자의 주요 대출창구인 카드론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의 지난 8월 카드론 금리는 연 12.14~14.70%로 나타났다. 전월과 비교해 하단은 0.16%p 낮아졌지만, 상단은 0.35%p 오른 것이다.
또 카드 이용고객에게 제공되는 할인 등의 혜택이 축소될 수도 있다. 할인이나 캐시백, 경품 제공 등은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조달이 어려워지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혜택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달여건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에 선반영돼 당장 조달금리가 오르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조달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조달 방안을 여러 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론의 경우 조달이 어려운 만큼 부실대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위주로 영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카드사들은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수익에 악영향을 받았는데, 법정 최고이자율도 20%로 제한돼 있어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변동금리부채권 발행은 금리상승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여전채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조달이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발행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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