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0.20 05:00 ㅣ 수정 : 2022.10.20 05:00
삼성전자, D램 낸드플래시 세계 1위...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육성 시급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 향후 3년 내 210조원대 거대 시장으로 커져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안정적이며 반도체 전체 시장의 70% 차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통해 비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목표 2030년까지 총 171조원 투입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과 생산라인 구축 '기흥-화성-美 오스틴-평택-테일러' 대규모 파운드리 생산라인 '눈길'
삼성전자가 이끄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가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업체는 비(非)메모리 분야인 시스템반도체에서는 글로벌 상위권에서 다소 멀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 반도체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에만 치중하는 '반도체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양 날개' 전략을 펼쳐야 한다. 뉴스투데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펼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육성책 등 반도체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른 기획물을 시작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5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재용(54·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 삼성'으로 향하기 위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단연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비(非)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세계 1위를 거머쥐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이른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반도체 반쪽 1위’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오명을 떨쳐내고 완벽한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왕좌를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수 년간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수백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3년 내 파운드리 사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이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향후 3년 내 약 2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의 전망도 한 몫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전력투구...'통 큰' 투자 꼬리에 꼬리 물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경쟁업체 빛에 가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 비메모리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1위와의 격차가 매우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M/S)은 대만 TSMC가 1위이며 M/S가 5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이지만 M/S는 16.5%에 그친다.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시황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이다. 이에 따라 가격 변동이 커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비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반도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달성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육성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비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지난 2019년 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33조원 가운데 국내 시스템 반도체 R&D 인력 양성에 73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나머지 60조원은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투입돼 국내 설비·소재 업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거머쥐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계획했던 133조원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첨단 파운드리 공정 R&D와 생산라인 설립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바이오 등 사업군에 3년간 240조원, 연평균 80조원을 투자하는 '통 큰'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는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확대된 투자 금액 가운데 대부분이 반도체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는 선단공정 적기 개발과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혁신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전 세계 1위에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는 게 삼성전자의 '빅 픽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인 반도체는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일종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적인 절대우위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의 경쟁력을 확보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리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 거점 확대·초격차 기술력‘ 기반으로 국내외로 뻗어가
삼성전자는 생산 거점 확대와 초격차 기술력을 활용해 파운드리 사업 영토도 넓히고 있다. ‘파운드리 기술 혁신’, ‘응용처별 최적 공정 제공’, ‘고객 맞춤형 서비스’,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는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거래선 수요, 경제성, 수익성 등 여러 부분을 종합 검토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경기도 기흥 2개, 경기도 화성 3개,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시(市) 1개 등 모두 6개다.
그리고 최근 가동을 시작한 경기도 평택 3라인(P3)에 파운드리 양산라인도 차례대로 구축할 예정이다. P3는 면적 70만㎡(약 21만1750평), 길이 700m로 축구장 25개를 합쳐놓은 크기다. 이곳은 파운드리 라인을 포함해 낸드플래시, D램 등이 모두 배치되는 복합 팹이다.
이와 함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市)에 제2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은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규모 약 500만㎡(150만평)이 조성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HPC(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초격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핀펫(FinFET) 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데 이어 지난 6월 GAA(Gate All Around)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공정 양산에 성공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특히 GAA 신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GAA 기반 공정 기술 혁신을 지속해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파운드리를 확장하고 자체 설계 개발, 이를 위한 인력투자를 이어가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세계 최정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파운드리는 비즈니스다. 파운드리 고객은 결국 설계, 즉 팹리스(반도체 설계)"라며 "애플, 엔디비아 등 물량이 큰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처럼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기업들을 모으면 대형 고객사 만큼 실적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영국 팹리스 전문기업 ‘ARM’을 인수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것을 언급하며 “반도체 설계 인력 육성과 외부 인재 유입 등으로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 능력을 키우면 향후 비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날이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