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4%대 급등했지만…’진짜배기‘ 반등은 아직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대형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오래간만에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진짜배기’ 반등을 위해서는 업황 회복이 우선돼야 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회복세가 이듬해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2500(4.50%) 상승한 5만8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첫 상승 마감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4400원(4.87%) 오른 9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의 상승률이 각각 4%를 넘긴 것은 지난 7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세는 추석 연휴 해외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연휴에 약 5% 올랐다.
다만 반도체주들이 아직 추세적인 반등세에는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이 현재 좋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어 당분간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메모리 업황은 부진하며 수요와 공급 모두 시장 예상을 하회한 가운데, 3분기와 4분기에 재고 증가가 가파를 전망”이라며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이듬해 실적 전망치는 추가적으로 하향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승은 증시 전반이 반등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과도한 하락세에 따른 저가 매수 유입이 주가를 견인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5만9700원에서 추석 연휴 전인 지난 8일 5만5600원까지 추락해 해당 기간 6.87%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주가도 5.04% 내렸다.
두 종목의 주가는 전일 나란히 4% 넘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지난달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수준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지난 8일 기록한 종가 5만5600원은 52주 신저가인 만큼, 과도한 낙폭에 저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것으로도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부진한 반도체 업황이 최소한 이듬해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산업은 올해 1분기부터 다운사이클에 진입했으며, 전방시장의 수요 약세 등을 고려할 때 업황 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디램, 낸드 순으로 업황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한편 업황 둔화로 내년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 업황 반등 구간에서 설비투자가 증가해 온 점과 2024년 수요 빗그로스 대응, 칩4 불확실성 대비 등의 요인으로 투자가 크게 줄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도연 연구원은 “주가 추세 상승 시기는 이듬해 1분기 내외로 전망된다”며 “올해 하반기는 주가의 저점을 시험하는 구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trailing PBR) 저점에 위치해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며 “매크로 하강이 연착륙할 경우, 두 종목의 지난 7월 주가 저점은 중요한 지지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