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이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해 ‘1조 클럽’ 명찰을 단 5곳이 올해는 해당 타이틀을 내걸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증권사들 대다수가 증시 침체와 금리 상승 여파로 상반기 실적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증권사만 리스크 관리, 투자은행(IB) 부문 등 활력으로 비교적 선방해 웃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1조4858억원)과 NH투자증권(1조3167억원), 삼성증권(1조3111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889억원), 키움증권(1조2088억원)이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주식시장의 경우 저금리 등으로 넘쳐나는 유동성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하지만 올해 국내외 상황은 그리 썩 좋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여러 환경 탓에 기존 사업구조를 이어나갈 수 없어서다.
업계는 지난해 놀라운 성적을 낸 5곳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6조8180억원에 달했으나, 올해 전망치는 5조258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6000억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도 1조 이상 이익을 노리는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에 영업이익 6059억원을 달성했지만, 하반기도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1조 클럽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4189억원에 머물러 아쉬운 성적표를 냈고 삼성증권은 3949억원, 키움증권 3404억원, NH투자증권은 3159억원을 기록해 4000억원을 밑돌았다.
지난해와 상황이 달랐던 주식시장은 주식 거래대금 급감 이유가 가장 컸던 만큼 기업공개(IPO), 전통 IB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채권 운용 평가 손실까지 늘어나면서 증권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증권사들 대다수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40~50% 떨어진 실적을 냈다. 시장은 증시 악화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급감하는 등 비우호적인 환경으로 실적 악화가 이미 예고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만이 대체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IB부문의 포트폴리오 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각 사의 강점을 살려서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각각 6059억원과 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다른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8604억원에 그쳤던 메리츠증권은 상반기(5757억원) 기세에 이어 하반기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대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노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증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증권사 실적은 수익 다변화에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도 국내외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IPO 대어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IB부문에서도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수년간 실적 성장을 이뤘던 부동산 PF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시장이 위축할 수 있는 상황을 잘 대처해야 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실적은 이전에는 주식 중개 수수료에 의존해 시장 환경에 100% 연동됐다면 이제는 IB, 트레이딩, 자산관리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이 다변화하고 있어 시장 환경에 영향받는 수준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