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장애' 수면 위...IPO 열풍, 또 오면 어쩌나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8.14 08:35 ㅣ 수정 : 2022.08.14 08:41

한국투자증권, 폭우로 HTS·MTS 먹통... 현재는 정상 복구, 보상 마련
올해 상반기 민원 92.7% 전산장애, LG에너지솔루션 민원만 50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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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때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전산장애’ 이슈가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진편집=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때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전산장애’ 이슈가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의도에 본사들 둔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주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15시간 이상 ‘먹통’ 사태를 빚은 것이 HTS, MTS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을 촉발한 것이다.

 

14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 민원건수는 521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고, 이 중 증권사 HTS·MTS 장애와 관련된 '내부통제·전산장애' 유형은 전년 동기 대비 140.1% 증가했다.

 

증권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새 역사를 썼으나, 급증한 전산장애 민원 해결이라는 과제를 남긴 셈이다. 

 

폭우 이슈를 떠나 공모주 상장일 시스템 접속 급증으로 인한 민원이 크게 늘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부각됐다. 

 

올해도 20대 증권사 상반기 총 민원건수는 6614건으로 전년 대비 353.6% 늘어났고, 전체 민원의 92.7%(6128건)가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었다. 

 

올해 2분기 들어 증권사 전산장애 민원이 전분기 대비 큰 폭 감소(82건)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증권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 문제가 터지면 IPO 시 HTS·MTS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지연되거나 먹통 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을 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여러모로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IPO 기업은 89개사로 전년보다 27.1% 증가했고, 공모금액도 19조7000억원으로 무려 334%나 급증했다. 일반투자자 청약경쟁률도 1136대1을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당시 하이투자증권에만 5000건이 넘는 청약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급 공모 규모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데다, 증거금도 110조원에 달할 정도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상장 첫날 거래량이 몰려 MTS와 HTS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퓨런티어와 케이옥션 상장 당시에도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때도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대형·중소형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거래시스템 먹통 사태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2분기는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대명에너지, 보로노이에 이어 전일 현대오일뱅크까지 줄줄이 상장철회를 결정해 MTS 오작동 문제가 이전처럼 불거지지 않았다. 

 

비대면 실시간 거래 환경에서 전산 운용에 드는 비용은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안정성과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증권사들은 MTS 통합, 간소화 리뉴얼도 핵심 전략으로 꼽히겠지만, 투자자들의 주식 활동계좌가 대폭 증가한 만큼 원활한 전산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9개 증권사 전산운용비는 총 6668억원으로 전년보다 14.93% 늘었고, 3년 연속 증가세다. 

 

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늘어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 또한 전산 설비를 보완해 왔다. 공모주 상장일 일회성으로 접속이 몰리는 때를 대비에 나섰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다.

 

증권사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평소 HTS나 MTS에 접속하는 리테일 고객이 많지 않기에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다가도 공모주 청약과 같은 이벤트가 있으면 접속량이 한꺼번에 몰려 전산 시스템이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렇다고 IT나 인력 등 인프라, 네트워크가 알려진 것처럼 크게 열악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들도 있지만, 외부적으로 운용을 맡길 수밖에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한계일 수 있다”며 “IPO는 주관사 2~3곳으로 몰리다 보니 몰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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