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비켜'...지평주조, 막걸리를 코스 요리로 내놓은 레스토랑 '푼주' 선보여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막걸리에는 파전”이라는 편견이 깨졌다.
막걸리 제조‧유통기업 지평주조는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고급 한식 맡김차림(오마카세) 레스토랑 ‘푼주’를 열었다. 푼주는 우리 술과 음식,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퀄리티를 높여 한국 술 문화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선보인 매장이다.
기자는 23일 오전 푼주를 방문했다. 푼주는 최연소 대한민국 요리명인 김세진 셰프의 한식 맡김차림과 지평주조의 한정판 막걸리 3종(부의주, 석탄주, 백화주)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평주조는 푼주를 통해 신메뉴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자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오픈된 주방이 한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주위에는 전상근 작가가 만든 식기가 진열대에 전시돼 있었다. 이 진열대는 100여 년간 지평양조장 지붕을 받치고 있던 대들보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또한 리움미술관 리움스토어와 손잡고 만든 술잔도 볼 수 있었다.
김세진 셰프는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시, 디저트를 차례로 소개하면서 각 음식에 맞는 막걸리를 선보였다. 그는 동동주로 알려진 부의주(浮蟻酒)를 내놨다. 부의주는 ‘하늘에 뜬 구름과 같은 술’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달콤한 맛이 특징인 부의주 알코올 도수는 8.5%다.
애피타이저는 생양배추와 일본식 된장으로 만든 보리된장, 물 대신 지평막걸리로 만든 호밀빵과 서리태 콩을 넣은 버터가 나왔다. 막걸리 특유의 쿰쿰한 향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오렌지를 넣었다.
계란껍질에 담겨 나온 계란찜에는 김장아찌, 전복, 허브(처빌) 등이 토핑 돼 나왔다. 기자는 사진을 찍기 위해 계란찜이 올라간 접시에 손을 댔다. 그런데 계란찜을 다 먹을 때까지 온기가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접시가 따뜻하게 데워 나왔다. 김 셰프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 셰프는 수묵화가 그려진 잔과 함께 석탄주도 선보였다. 석탄주(惜呑酒)는 ‘차마 삼키기 애석한 술’이란 뜻이다. 석탄주는 시판되는 막걸리 도수(5~6%)보다 2배 가량 높은 12%다. 양이 많고 배부른 막걸리 단점을 보완해 적은 양으로도 취기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석탄주로 입안을 정리한 뒤 푼주 시그니처 메뉴 ‘주병합 타파스’를 맛봤다. 타파스는 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한 입 거리 음식'을 말한다. 겉으로 봤을 땐 주병(술병)이지만 이를 나누면 4가지 타파스가 등장한다. 이 가운데 참치 육회가 있었다.
김 셰프는 “한식 특성 상 식재료가 무겁다는 점이 단점”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고기보다 가벼운 참치를 사용했고 바다의 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감태를 함께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메인 요리로 숙성회와 통새우전, 수비드 보쌈, 무밥, 해장국이 순서대로 나왔다. 보통 오마카세에서는 ‘붉은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 셰프는 파와 고송버섯(표고‧송이버섯)을 활용해 붉은색 해장국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100가지 꽃으로 만든 백화주가 선보였다. 백화주는 ‘뜰에 가득한 꽃 같은 술’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도수는 8.5%로 달콤한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특히 백화주는 디캔터(Decanter)라고 부르는 용기에 옮겨 제공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막걸리와 공기가 만나 산미가 올라가 식후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김 셰프는 “디저트와 백화주를 마시고 추가로 막걸리를 요청하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며 “제철 식재료로 특색 있는 메뉴를 계속 선보이고 새로운 막걸리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푼주는 사업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화할 계획은 없다”며 “막걸리 문화를 알리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