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뼈대’ 만든다...ICO 허용 '기대·우려 공존'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새 정부가 국내 가상자산 공개(ICO) 허용을 공식화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 업계와 전문가, 투자자들은 대체로 제도 도입에는 긍정적이다. 다만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과 기존 공약 등이 빠졌다는 아쉬움과 우려는 공존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법제 도입이 가시화되자, 그동안 제도 마련을 기다려왔던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2017년 이후 금지됐던 ICO가 합법화되는 점에 대해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가상자산 시장은 코인 열풍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투자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제도적 마련이 시급했던 터였다.
전문가들은 10일 정부의 정책 방향을 환영 하지만 단순히 거래소와 투자자 보호에 그쳐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특임교수 겸 암호화폐연구센터 센터장은 “새 정부 정책 방향대로라면 거래소와 투자자 보호에만 맞춰져 있다”며 “새로운 산업이 도약하도록 다양한 산업발전에 대한 이해와 제도 마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안타깝다. 코인 산업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NFT와 다오, 디파이 등 산업 전반에 걸쳐서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가상자산의 새 업권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해석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며,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 형평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업권법은 통상 ICO를 말하는 건데, 문제는 자본조달이다”며 “업권법이 새롭게 만들어지면 자본시장법과는 별개로 움직일 텐데, 업권법이 자본시장법보다 더 쉬워지면 규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자본시장법이 자본조달을 할 때 불편하고 단계를 강화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만약 코인 업체들이 자본조달 시 자본시장법보다 쉽거나 약하면 유상증자할 필요가 없어진다. 역차별과 소비자 보호 실패 등을 겪지 않으려면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여야 하고, 국회법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어떤 답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취지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내에서 성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 조성 의지가 담겼다.
대체불가능한토큰(NFT)과 디지털 자산의 발행, 상장 관련 주요 행위규제 등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거래안정성 제고 방안이 목표다.
이와 함께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금융기구 및 미국 행정명령이 궤를 함께하도록 규제의 탄력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ICO 여건 조성은 가상자산 경제적 성격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ICO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 체계에 따라 발행하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한다. 비증권형 코인은 국회와 논의를 통해 발행·상장·불공정거래 방지 등 규율 체계를 갖춰 나간다.
국내에서는 2017년 ICO를 내세운 사기성 프로젝트가 난립하자, 이듬해 금융위에서 ICO를 전면 금지한 바 있어 투자자 보호가 쟁점이다.
짧게는 수년간 준비해야 하는 증권시장 기업공개(IPO)와 달리, ICO는 재단 백서에 의존하는 투자 방식이어서 이런 특성에 기반한 위험성이 존재했다.
국내에서도 점차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초기 발행, 최초거래소 발행(IEO)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법적인 체제가 마련되는 것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가상자산도 자산적인 성격을 갖는 부분은 존재해 화폐로 보기는 어렵지만 투자자들이 가치로 보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는 있다. 기존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도록 철저하고 신중한 방안이 필요할 때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의 요청이 집중됐던 '디지털산업진흥청(가칭)' 설립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후순위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