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4.28 07:38 ㅣ 수정 : 2022.04.28 08:31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이후 대출금리 우상향 차주 이자 부담 늘지만 금융사들은 돈방석 정치권에선 은행들 가산금리 적정성 정조준 취지 좋지만 과한 시장 개입 논란 가능성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우상향을 그리며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가산금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도한 가산금리 책정으로 차주 이자 부담 증가 및 대출금리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대출금리 상승세에 힘입은 주요 금융지주들이 실적 파티를 벌이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가산금리를 비롯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시작된 만큼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 18일부터 적용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42%~연 5.32%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상단이 0.27%포인트(p)가량 높아졌다. 고정금리의 경우 연 3.90%~연 6.38%를 기록했다.
대출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에 기인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3개월 만에 추가 인상이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정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준거금리인 국채·은행채 금리도 뛰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 대출금리 상승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연내 은행권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가 연 7%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 은행들의 가산금리 논란이 불거졌다. 시장금리 상승세는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은행들의 과도한 가산금리 책정이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정부 대출 규제 동참 명목으로 가산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현재 은행들이 신용도별로 적용 중인 가산금리 수치 자체는 공개돼 있지만, 이를 어떻게 산정했는지는 외부에서 알 수 없다. 금융당국의 개입에 금리가 조정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결정권은 은행들이 가지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중 취급한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47%~연 4.96% 수준이다. 이 중 가산금리 평균의 경우 연 3.13%~연 4.30%에 달한다.
최근 발표된 금융지주들의 1분기(1~3월) 실적 발표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합계는 역대 최대인 5조236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자로 벌어들인 돈만 11조3385억원에 달했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대출금리 상승에 편승한 금융지주들만 돈방석에 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올 2월 잔액 기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대마진)는 2.27%p로 지난 2019년 6월(2.28%p)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대마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다. 격차가 벌어질수록 은행들에게 돈 벌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은행권은 이자 이익 증대를 위한 가산금리 책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대출금리 상승세는 기준금리 인상이 주요인”이라며 “그간 해온 것처럼 차주의 신용도나 상환 능력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이 무리하게 (가산금리를) 높이게 된다면 금융당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5일 주요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가산금리가 적정한지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은행들의 예대마진 공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은행들의 가산금리 책정에서 ‘영업비밀’ 성격인 리스크 관리 비용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어질 대출금리 상승세 속 은행들의 가산금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은행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를 위한 은행들의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 산정은 각 은행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반영된 건데, 이를 공개하라고 하는 건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며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각종 우대금리 적용과 예금금리 인상 등을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