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커진 저축은행, 빗장 풀린 시중은행 대출에 역풍맞나
대출 규제 풍선효과, 지방은행 실적 근접
은행 영업 정상화, 인뱅 성장 등 경쟁 심화
기업금융 확대 등 새로운 먹거리 모색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 상호저축은행(저축은행)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지방은행의 실적을 따라잡으며 금융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추며 다시 대출 영업 시장 정상화에 시동을 걸면서 그동안 대출 규제로 누려왔던 풍선효과의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인터넷은행 성장으로 중금리시장 경쟁도 심화되면서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SBI저축은행은 34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대비 35.3% 증가한 것이다. OK저축은행은 전년보다 32.7% 증가한 2431억원, 웰컴저축은행은 17.3% 증가한 1121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이들의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대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 48.3%(당기순익 896억원), 다올저축은행(前 유진저축은행) 61.5%(838억원), 페퍼저축은행 134%(817억원)등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 폭풍성장 저축은행, 시중은행 실적 위협
수위권 저축은행은 지방은행 실적을 넘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SBI는 BNK부산은행이 거둔 지난해 당기순익 4026억원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DGB대구은행(3300억원), BNK경남은행(2306억원), 광주은행(1965억원), 전북은행(1613억원)의 실적을 앞질렀다.
OK저축은행도 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의 실적을 넘어섰다. 웰컴저축은행도 전북은행과 500억원 이내로 격차를 좁혔다. 나머지 저축은행들도 급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지방은행 수준의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급성장세는 디지털 서비스 강화 등 저축은행 스스로 수신고객 유치 경쟁력을 높여온 것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로 문턱이 높아진 시중은행 대신해 저축은행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국내 저축은행 대출현황’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대출잔액은 100조5598억원으로 전년보다 22조9167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59조4457억원, 2019년 64조9964억원, 2020년 77조6431억원으로 최근 대출잔액 증가 추이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 시중은행 대출영업 정상화, 중금리 시장 경쟁도 치열
하지만 최근 대출시장 환경 변화로 저축은행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규제를 완화하며 대출영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미 신한‧국민·하나‧우리 4대 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대출 조건과 한도 규모를 복귀시켰다. 여기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대출 고객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방은행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구은행도 지난 28일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일부 항목에 대한 일시적 취급제한을 해제하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며 영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상당수 시중은행은 부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량한 중·저신용자에 대한 영업 강화를 추진, 저축은행과 고객 영입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급부상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중금리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뱅크가 새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해보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목표치를 경쟁적으로 높이며 중금리시장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게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2023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확대하고 인터넷은행까지 경쟁상대로 급부상하면서 저축은행이 강점을 가져왔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로 지난해(21.1%) 절반 수준인 10.8~14.8%를 제시했다.
이처럼 대출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저축은행업계 또한 기업대출 확대 등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올해 투자금융(IB) 부문을 확대, 조직을 새로 만들어 운영키로 했다. 웰컴저축은행 또한 올해 경영전략 핵심 키워드로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전문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율만큼이나 저축은행의 기업 대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기업대출 추이와 금리 상승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 기업 대출잔액 증가율(25.8%)이 예금은행(9.3%)을 훨씬 앞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저축은행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고객층이 달라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보긴 어려워 수요 변화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중금리대출 시장에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이 또한 시장이 세분화되어 있고 저축은행이 쌓아온 데이터와 경험이 있어 경쟁에서 크게 밀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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