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우려, 주요국 긴축 흐름 등을 고려한 결과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대출금리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 ‘연쇄 인상’을 예고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기준금리 1.25%→1.50%···‘총재 공석’에도 인상 단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0%로 0.25%p 올린 데 이어 올 1월에도 연 1.25%로 추가 인상했다. 이후 지난 2월 동결한 뒤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이번 한은 금통위 이전 금융권에선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인상과 동결을 내다본 응답이 각각 50%씩 나올 만큼 의견이 엇갈렸다.
가장 큰 변수는 ‘총재 공석’ 사태였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말 임기가 종료되면서 한은을 떠났지만, 후임으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의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번 금통위 회의는 주상영 금통위원의 의장(총재) 대행으로 열렸다.
■ 깜짝 인상 배경엔 ‘인플레 압박’···연내 기준금리 2.00% 간다
이런 상황에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깜짝 인상’ 카드를 꺼낸 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전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 역시 8.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981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대폭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선 연준이 오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25~0.50%다.
시장에서 내다보는 연내 기준금리 전망치는 연 1.75%~2.00%다. 연 1.50%인 현재 기준금리에서 인상폭을 0.25%p씩 잡으면 올해 1~2차례 ‘연쇄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 예상 깬 기준금리 인상···은행권 “대출금리 상승 불가피, 대비해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장금리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기준금리는 예·적금 등 수신금리에 둔감하게 반응하지만, 대출금리에는 빠르게 반영된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한다. 준거금리가 뛰면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
은행권에선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차주들의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기준금리 연쇄 인상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특히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등을 받은 차주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76.5%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유리하게 적용해 드린다고 해도 기준금리가 올라 버리면 어쩔 수 없이 대출금리는 뛰게 된다”며 “가계 상황을 고려해 상환할 수 있는 대출은 상환하는 등 이자 부담 절감을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