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잇따라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국내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거래대금 폭증과 기업공개(IPO) 활황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에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곳은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한국투자증권(071050) 등 4곳이다. 키움증권(039490) 역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지난해 증시 활황에 1조 클럽 증권사 4곳..미래에셋증권은 2년 연속 영업익 1조원대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미래에셋증권은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3.01%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485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간 세전순이익은 44.05% 증가한 1조6425억 원, 순이익은 42.29% 늘어난 1조1872억 원으로 역시 1조원을 넘겼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원대를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잠정 실적 기준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2% 증가한 1조3167억 원, 삼성증권은 93.4% 늘어난 1조3111억 원이다.
NH투자증권은 주식 위탁매매와 기업금융(IB) 부문 등의 수수료 수익 증가와 이자 수지 개선을, 삼성증권은 증시 리테일부문과 IB, 운용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결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44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4.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13조9천305억 원으로 전년보다 12.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조2천889억 원으로 69.4%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PO와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 등 IB 전반에 걸쳐 고루 성장했으며 해외주식 거래 활성화 등으로 위탁매매(BK) 부문도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고 전했다.
키움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으로 72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국내 10대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최소 7조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내 10대 증권사는 2020년 당시 총 4조8966억 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대비 최소 53%이상 순이익이 늘어난 수치다.
■ 중소형 증권사도 역대급 실적 잔치...올해는 수익 둔화 예상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누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008560)과 대신증권(003540)도 각각 9489억 원과 89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 외에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003530), 교보증권(030610), DB금융투자(016610), 현대차증권(001500), KTB투자증권(030210) 등도 이익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 거래대금은 6768조6515억원으로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2020년보다도 1059조4763억 원(18.6%) 증가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이익 성장을 기반으로 주주환원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주주들에게 보통주 300원과 1우선주 330원, 2우선주 300원 등의 현금배당을 하고 1740억원 규모인 자사주 2000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합친 주주환원 규모는 모두 3622억 원으로 지난해 약속한 주주환원 성향 30% 이상을 넘는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시가배당률 7.7%에 해당하는 주당배당금 3800원을 결정했고, 메리츠증권은 보통주 100원, 종류주 283원의 현금 배당을 할 예정이다. 키움증권도 3년 만에 자사주 50만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뒤로 하고, 올해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에 증권사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을 봤을 때 증권사 대부분 4분기 당기순이익이 직전분기(3분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실적이 늘어난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2곳 뿐이다.
국내 증시 악화와 개인투자자 이탈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등이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증권사들은 각자의 강점에 집중해 브로커리지 수익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향후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IB와 부동산 부문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작년에 신규상장(IPO) 전담 부서를 확대했고, NH투자증권은 IB사업부에 인수합병(M&A) 자문 조직을 강화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관련 부서를 강화했고 해외 IB사업을 위한 대표이사 직속의 부서를 설치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역대 최고 실적에 대한 부담과 올해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것을 볼 때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및 주변 자금 흐름을 고려하면 브로커리지 수익 둔화가 지난해 4분기 이어 올해 1분기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 차입 여건 악화와 위험 회피로 대규모 개인 자금의 증시 재유입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