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로 진화하는 ‘MTS’…증권사들의 ‘투트랙’ 전략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빅테크 기반의 증권사들과 기존 국내 증권사들이 사용자 편의를 강화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출시하면서 이른바 ‘주린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현재 사전 예약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자사의 MT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MTS는 카카오페이 플랫폼에 직접 탑재되기 때문에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국내·해외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카카오페이 측이 일부 공개한 MTS는 베타서비스 단계로, 이르면 이달 말 쯤 공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내부적으로 경영진 리스크와 주가 부진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에 공개된 MTS는 이용자들로부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대중에게 친숙한 자사 캐릭터의 적절한 활용 등 호평을 받으며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핀테크 어플리케이션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계열사 토스증권을 통해 MTS를 공개했다.
토스증권의 MTS도 출시 당시 카카오페이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기존 토스 앱에 장착돼 기존 토스 이용자들을 유치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증권 전체 가입자 수는 405만9000명으로 같은 해 6월말(350만8000명) 대비 55만1000명 늘어나며 최근까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이용자 중 20대 이하와 30대 비율이 각각 36%와 32%로 집계되며 MZ세대의 가입자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등 토스의 주류 고객인 젊은 층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투자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주린이’들이 정착할 MTS를 찾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증권사들도 지난해부터 기존 MTS와 별개의 신규 MTS를 출시하며 기성 고객과 신규 고객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투자자가 한 증권사의 MTS를 선택하면 다른 서비스로 옮기지 않고 기존에 선택했던 프로그램을 꾸준히 사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최근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많아지며 잠재적 충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초보자를 위한 MTS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간편 MTS는 삼성증권의 ‘오투(O2)’와 KB증권의 ‘마블 미니(M-able Mini)’, 유진투자증권의 ‘유투(U.TOO)’ 등이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6월 선보인 오투는 기존 삼성증권의 ‘엠팝(mPOP)’ 대비 메뉴를 6분의 1 수준까지 줄이며 가시성을 높였다.
KB증권도 지난해 8월 기존 MTS인 ‘마블(M-able)’을 간소화한 MTS 마블 미니를 출시해 4개월 만에 다운로드 50만건을 달성했다.
중소형 증권사인 유진투자증권도 지난 3일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간편 MTS 유투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최근 기존 증권사들이 자사의 MTS 외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이유는 기존 MTS의 진입장벽이 높아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는 ETF나 ETN, 선물, 옵션 등 대중에게 생소한 용어들이 많은데, 기존 MTS는 기능 대부분을 제공하다 보니 신규 투자자들에게 어려운 용어가 포함된 인터페이스는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초보자들에게는 오히려 토스와 카카오처럼 일부 기능이 생략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친절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MTS가 더 편리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MTS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간소화된 MTS로 이동해야 하는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 깊이 있게 진입한 기존 투자자들은 오히려 일부 기능이 빠진 간편 MTS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며 "반면 최근 토스나 카카오 등의 핀테크 기업이 MTS 출시를 통해 신규 고객을 빠른 속도로 유치하면서, 기존 증권사들에 기존 고객층 유지와 동시에 유입 고객 유치라는 두 가지 임무가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증권사들은 기존 MTS를 그대로 유지·보수하며 원래대로의 경쟁체제를 이어가는 한편, 새로 내놓는 간편 MTS는 핀테크 업체들과 경쟁하는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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