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힌 하이트진로...지배구조 B 등급으로 하락
기업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연구·조사를 수행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900여 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등급을 부여하는 기관이다. 매년 분기별로 상장회사들을 대상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3가지 부문에 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ESG 평가 및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1,2,3분기는 등급변동 기업만, 4분기에는 전체 상장사의 등급을 정기평가한다. 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회사들의 ESG 공시 정보를 모아놓은 ‘ESG 포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SG등급은 재무적 가치를 넘어선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 지수로 주목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와 ESG포털의 정보를 토대로 삼아 국내 주요기업들의 ESG 경영 실태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하이트진로와 모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2년도 1차 ESG등급 평가 조정에서 지배구조(G) 부문이 B등급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종합등급이 기존 B등급에서 B+등급으로 상향됐다. 환경(E)과 사회(S) 부문의 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지배구조(G)부문의 ‘오너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 5개 '친족회사 누락' 혐의에 지배구조 등급 하향 조정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지배구조 부문이 각각 한 단계씩 하락해 기존 B+등급에서 B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하향 조정 이유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게 약식 기소된 점을 지적했다.
박 회장은 2017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공정위에 제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자료에서 계열회사 5개(연암·송정·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퍼니)와 친족 7명에 대한 사항을 누락 제출한 바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20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배구조 하향 조정은 지난해 검찰이 기업 총수를 약식 기소하면서 혐의가 확실시된 것을 기반으로 삼아 자체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며 ”특히 논의의 쟁점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서 지정 자료를 누락 제출한 건이었다“고 말했다.
■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 최대 매출액의 93%에 달해
하이트진로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자회사 하이트진로(53.81%)와 진로소주(100%)를 소유한 구조다.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최대 주주로서 2021년 9월 기준 29.49%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계열회사는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 등 상장사 2개사와 비상장사 20개사 총 22개사가 등록돼있다.
그 중 비상장사로 등록된 연암·송정·대우패키지·대우화학·대우컴바인은 박 회장의 조카와 사촌 등 친인척들이 최대주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연암과 송정은 박문덕 회장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 산업회장의 아들 박세진과 박세용이 각각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대우패키지, 대우화학, 대우컴바인은 박문덕 회장의 사촌관계인 이상진과 그 자녀 이동준, 손자 이은호 등이 소유한 회사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공시 의무가 있는 기업집단이다.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 총수의 특수관계인(친족 8촌, 인척 4촌 이내)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는 계열사로 신고해야한다.
해당 법안은 그룹사 안의 내부거래를 막기 위함이다. 계열사끼리 필요한 매매를 하는 행동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계열회사의 제품을 비싸게 사주는 등 비공정거래는 부당내부거래로 간주된다.
대우컴바인은 주류를 담는 PET용기를 납품하는 회사로 2019년 매출액 155억원 중 93.0%에 달하는 144억원을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플라스틱 상자와 파라솔 등을 만드는 대우화학은 내부거래 비중이 87.1%, 연암과 대우패키지는 각각 25.0%와 23.0%에 달한다.
이에 기업지배구조원은 계열회사 및 친족에 대한 사항이 누락된 허위 자료를 고의로 제출한 점이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등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기본적으로 준법 경영과 윤리 경영은 지배구조에 해당하는 항목이다”며 “기업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면 그 자체만으로 거버넌스 영역에서 감점을 당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