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3조짜리 '이베이' 놓친 롯데 신동빈, 1.5조짜리 '한샘'으로 눈 돌리나?
롯데쇼핑 앞세우면 인수 자금 충분 / 하이마트·건설 등과 시너지도 기대 / 롯데 "관심 있지만 정해진 건 없다"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샘을 품으면 종합가전 유통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대표 황영근) 등과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ON)'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대표 강희태)이 앞장 서면 자금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현재 롯데쇼핑의 보유 자금은 한샘 예상 매각가인 1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 6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당시 마련한 자금 3조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2일 한샘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신설 사모펀드(PEF)에 출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샘은 지난달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명이 보유한 보통주(지분 30.21%) 및 경영권을 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양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때 한샘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22만원 수준으로, 전체 매각 금액은 1조5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IMM PE는 다음달 중순에 진행할 주식매매계약(SPA)에 앞서 전략적 투자자(SI)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롯데쇼핑은 IMM PE가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투자를 통해 한샘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쇼핑이 한샘 인수에 나서는 건 이베이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이커머스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선보인 롯데온은 1년5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시장 점유율이 5% 안팎에 불과하다.
때문에 KB증권과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등 5개 증권사는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단계 내렸다.
교보증권 정소원 연구원은 "롯데쇼핑도 이커머스 역량을 재정비해 고성장세를 시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샘이 롯데쇼핑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백화점 부문이 지난 6월 부산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처음으로 생활용품 전문관인 '롯데몰 메종 동부산'을 여는 등 가구와 가전 등 유통 사업에 힘을 쏟고 있던 시점이여서다. 그만큼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매물로 나온 한샘이 더없이 반가웠을 터.
게다가 롯데그룹이 신세계그룹이나 현대백화점그룹 등 여타 유통 대그룹과 달리 가구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것도 한샘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게 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까사미아를,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바트를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은 한샘을 인수할 경우 롯데쇼핑뿐 아니라 롯데하이마트, 롯데건설 등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한샘은 가구기업 중에서도 알짜로 손꼽히는 기업"이라며 "한샘을 인수한다면 롯데는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고 기존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롯데의 한샘 인수는 한샘이 가진 생활용품 시장 노하우와 롯데의 유통 채널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다만 롯데 측은 "하이마트 등과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 (한샘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면서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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