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사상 최대실적 HMM을 파업으로 내모는 산업은행
수년간 임금 동결 속에 고통 감내한 직원들 올해는 다를 것 기대 저버린 찔끔 인상안에 분노 폭발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역대 최대실적 행진을 벌이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이 파업위기로 치닫고 있다.
HMM 해상노조와 사측은 11일 최종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인금인상 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HMM 해상노조는 협상결렬과 함께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HMM에는 해상노조와 육상노조가 있는데, 앞서 사무직 중심의 육상노조는 지난달 30일 교섭 중지를 선언하고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은 중노위에 넘어갔으며 중노위 조정마저 불발로 끝나면 HMM 노조는 쟁의권 확보와 함께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임단협 결렬은 임금인상의 폭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임금인상 5.5%와 격려금 100%, 하반기 추가 격려금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노조가 내세운 명분은 그동안 임금이 줄곧 동결됐다는 점이다. 해운업 불황과 채권단 관리라는 멍에 속에 해상노조는 6년간, 육상노조는 8년간 임금인상이 없었다.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한 지난해 겨우 임금인상에 합의했지만 임금인상 폭은 2.8%에 그쳤고 코로나 극복 위로금 100만원 지급, 임금총액 1% 이내 범위에서 해상수당신설 등이 전부였다.
지난해 매출 6조4113억원, 영업이익 980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낸 HMM은 올해는 1분기에만 영업이익 1조19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1조5000억원 가까운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연간으론 5조원 가량의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HMM의 10년차 과장급 임금평균(급여와 상여액 합산)은 2018년 기준 5900만원 정도이며, 회사 측 공시자료는 이보다 약간 더 높아 1인당 평균 68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와 있다.
회사 측 자료인 6800만원을 기준으로 해도 동종업계에 비하면 약 2000만정도가 낮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동종업계보다 낮은 임금체계가 지속되면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호황과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HMM 직원들은 그동안 고통을 감내했으니 이제는 업계 평균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도 사측은 5.5% 인상안을 고집하고 있다.
사측이 고수하고 있는 5.5% 인상안은 사측이 의뢰한 외부 컨설팅 결과 수치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HMM 직원들은 협상결렬의 책임이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에 있다고 화살을 돌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형식적으로 노사간 임금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노조는 오는 19일까지 조정을 기다려본 후 조정에 실패하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돌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그 피해는 간단치 않을 것이며 중소 수출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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