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모친·장남, 등기이사 물러난다
[뉴스투데이=박기태 기자]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의 일가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논란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정재연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대주주의 답변'을 17일 공개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린 바 있다.
이번 답변서에서 홍 전 회장은 "현 이사회 내에 대주주 일가인 지송죽, 홍진석 이사 2명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확대를 이사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송죽 씨는 홍 전 회장의 어머니이며, 홍진석 씨는 홍 전 회장의 장남이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3명이 홍 전 회장의 가족이다. 나머지 1명은 지난 3일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광범 대표다.
이같은 답변에도 석연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홍 전 회장 자신의 등기이사 사퇴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서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만큼 여전히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홍 전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율은 51.68%이다. 여기에 부인인 이운경씨(지분율 0.89%), 동생 홍명식씨(0.45%), 손자이자 홍진석 씨의 아들인 홍승의 군(0.06%)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하면 53.08%에 달한다.
이와 관련 정재연 비대위 위원장은 "소비자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강도 높은 혁신을 위한 세부 조직 인선과 외부 자문단 구성 등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자사 유산균 음료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반박을 내놨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고발도 당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다. 이로 인해 경찰 수사도 받는 중이다.
게다가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해 2개월 영업정지 처분도 사전 통보한 상태다.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제품의 약 40%를 생산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홍 전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