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가 수소밸류체인 '3총사'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명실상부한 3세경영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건강상 이유로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정위는 5월 1일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지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더 큰 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으면서 그룹의 혁신성장을 이끌어 가게 된다. 그의 핵심 비전은 ‘1등주의’로 요약된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와 같은 기존의 글로벌 1등을 강화하고 수소밸류체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최강자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조현준 회장의 1등주의 경영을 5회에 걸쳐 심층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효성 조현준 회장의 1등주의 경영이 새로운 타깃으로 설정한 분야는 수소연료 산업이다. 이미 세계 1위인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과 같이 주력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효성은 이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 강점을 갖고 있다.
효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수소연료 생산 및 유통을 담당하는 연관산업들에 포진해 있다. 계열사간의 협업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이다. '수소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조현준 회장의 구상은 이 같은 현실을 토대로 삼고 있다.
수소연료산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유럽연합(EU)등의 선진국가들이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연료는 석유나 석탄과는 달리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이다. 자동차, 선박, 기차, 우주선, 공장 등이 풍력이나 태양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소연료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에너지정책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 입지를 강화시킬수록, 조 회장의 수소밸류체인도 탄력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 효성화학은 수소가스 생산,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및 충전소 담당, 효성첨단소재는 수소탱크 재료인 탄소섬유 생산
효성그룹은 수소연료 생산과 유통의 전과정을 담당할 수 있는 기술력을 주요계열사별로 구축하고 있다.
먼저 효성의 수소가스 생산은 효성화학에서 담당한다. 효성화학의 주요 생산품인 폴리프로필렌은 프로필렌을 원료로 한다. 이 과정에서 부생수소가 발생한다. 별도의 비용을 투자해서 수소가스를 생산하지 않고도 양질의 수소가스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효성중공업으로 넘겨진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작업을 통해 액화수소를 생산한다. 뿐만 아니다. 오랜 기간 쌓아 온 회전기와 압축기 등 중공업 분야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 충전기부터 냉각시스템, 가스 압축 패키지 등을 모두 국산화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수소충전소 보급률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및 충전소 설치 및 운영을 포함하는 수소인프라 구축 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린데그룹과 출범하는 합작법인을 통해 액화 수소 생산 및 충전 시설을 망라하는 밸류체인 구축을 본격화 했다. 액화수소 판매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과 생산법인인 린데하이드로젠 등 2개가 그것이다.
효성중공업은 린데하이드로젠과 함께 2023년까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1만3000t)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연 10만 대의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량이다. 액화 수소는 기존 기체로 된 수소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연료를 보다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현대차를 포함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시장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조현준의 수소밸류체인에서 또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수소연료탱크의 재질인 탄소섬유를 생산한다. 탄소섬유는 수소 밸류 체인을 확장시키고 나아가 또다른 체인을 만들어 낼 한 축으로 꼽힌다.
현재 수소연료시장은 수소가스에서 액화수소로 이동중이다. 탄소섬유는 수소가스 탱크에서 사용돼왔지만 액화수소시대에도 여전히 수소탱크의 핵심재질로 이용될 전망이다.
이처럼 수소 연료탱크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 기술력을 효성첨단소재가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는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4번째로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로 만든 탄소섬유 ‘탄섬’을 만들었다. 당시 조석래 회장이 해외의존 성격이 강한 탄소섬유에 대한 국산화의 열망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효성은 꾸준히 독자기술 개발에 몰두한 결과 2011년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 효성의 수소산업 투자계획은 1조원대 / 현대차, SK 등에 비하면 투자규모 적지만 '수소 생태계' 구축 효과는 커
따라서 조현준 회장의 수소밸류체인은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액화수소 사업과 관련 “효성중공업이 추진하는 액화 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효성의 투자가 한국의 수소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에서 효성의 가치는 각별하다. 현재 국내 수소산업을 이끄는 기업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기업은 현대자동차, SK그룹, 포스코 등이다. SK는 수소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연료전지 발전소 등에 18조5000억원, 현대차는 수소차 등에 11조원을,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에 10조원가량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수소경제위원회’ 역시 이 그룹들이 주축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상태다.
이들 기업에 비하면 효성이 예고한 투자 규모는 1조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효성의 수소밸류체인이 ‘숨겨진 강자’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수소연료산업에 관한한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구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관련 리포트에서 “효성중공업에서 액화수소 공급 및 수소 충전소를 확충하는 등 수소 공급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으며, 여기에 효성첨단소재에서 탄소섬유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소 사업의 성장성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효성 측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효성은 수소생산부터 시작해 액화·공급·제품적용까지 모두 가능한 기업”이라며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수소 충전소 점유율은 40%정도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 탄소섬유는 조현준이 그리는 효성의 또 다른 미래
조 회장은 탄소섬유에서 효성의 또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탄소섬유 신규 증설 및 투자 협약식’에서 “효성은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은 오는 2028년까지 ‘탄소섬유’ 생산량을 연간 2만4000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탄소섬유 세계점유율도 높여갈 전망이다. 효성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탄소섬유 점유율에서 효성은 2% 남짓을 차지하고 있으나 오는 2028년까지 점유율 1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목표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인 ‘넥쏘’의 수소연료탱크에 효성 탄소섬유를 사용하면서 구체화 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생산되는 넥쏘에 효성 탄소섬유가 사용하면서 효성과 조 회장의 수소 밸류체인 구축이 보다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효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탄소섬유는 무게가 가벼우나 압력에 강하고 탄성이 높아 수소연료탱크의 핵심원료”라며 “현대차 넥쏘의 수소연료탱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소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항공·우주·선박 등 다양한 산업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