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의 1등주의 경영(2) 효성티앤씨 스판덱스] 애플도 무릎 꿇은 '경제 중화주의(中華主義)' 벽을 넘는다

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3.31 07:19 ㅣ 수정 : 2021.03.31 07:19

중국시장 점유율 화펑 30%, 효성티앤씨 23%, 3위 산둥루이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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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명실상부한 3세경영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건강상 이유로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정위는 5월 1일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지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더 큰 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으면서 그룹의 혁신성장을 이끌어 가게 된다.  그의 핵심 비전은 ‘1등주의’로 요약된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와 같은 기존의 글로벌 1등을 강화하고 수소밸류체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최강자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조현준 회장의 1등주의 경영을 5회에 걸쳐 심층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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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 회장이 2018년 9월 인터텍스타일 상하이에 직접 참석해 글로벌 고객사 부스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효성]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의 1등주의 경영의 선두주자는 단연코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다. 스판덱스는 효성그룹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으며 압도적인 점유율(32%)의 글로벌 1등제품이기도 하다.

 

효성은 조 회장의 1등주의 경영철학 아래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에 따르면 효성의 스판덱스 ‘크레오라’는 현재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고 진출한 생산법인만 9개, 공장은 10곳이 있다. 

 

글로벌 시장 자체의 성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7390억 달러(한화 약 836조원)으로 매년 2.2%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업계에서는 2027년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이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최대 스판덱스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지기업이 1위를 굳혀왔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최강자인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갤럭시가 맥을 못추는 현상을 연상시킨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오포, 비보, 화웨이, 애플 등의 순이다. 빅 3가 모두 중국기업이다. 

 

이처럼 중국시장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이 중국제품을 선호하는 '경제 중화주의(中華主義)'가  군림하고 있다. 애플도 그 기세에 밀린 지 오래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최근 그 벽을 넘어서겠다는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 스판덱스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전략 1. 기존 강점을 극대화하라...글로벌 초격차로 화펑을 눌러라 

 

효성이 중국에 승부수를 던진 것에는 이유가 있다. 스판덱스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왕좌를 차지한다면 글로벌 1위는 난공불락이 된다.  더욱이 효성의 역전이 가능한 구도이다. 

 

효성티앤씨의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점유율은 3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뒤를 잇는 중국의 화펑의 점유율은 18% 정도다. 그러나 중국 스판덱스 시장만 놓고 비교해보면 두 기업의 점유율은 역전된다. 중국 내 1위인 화펑의 시장점유율은 약 30%다. 2위인 효성은 23%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드 맥킨지가 발표한 ‘글로벌 스판덱스 마켓리포트 2019’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스판덱스 소비의 절반을 웃도는 물량이 중국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중국 스판덱스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곧 압도적인 초격차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을 뜻한다.

 

조 회장이 공격적인 투자와 증설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최대 스판덱스 소비 시장이자 향후 성장가능성도 높은 중국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압도적인 격차로 글로벌 1위에 서있는 효성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프리미엄 스판덱스’라는 기존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통해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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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 [사진=효성 홈페이지]

 

중국 3위인 산둥루이 디폴트는 조 회장에게 찾아온 기회, 프리미엄 스판덱스 '크레오라'로 중국 1위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조 회장의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내 1위가 효성과 시장이 예상하는 시기보다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스판덱스 3위 기업 ‘산둥루이’ 그룹이 회사채를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하면서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산둥루이 테크놀로지 그룹은 중국의 섬유 재벌 그룹이다. 발리, 산드로, 아쿠아스큐텀 등 유럽 고가 의류 브랜드를 인수해 중국 내 고급 의류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특히 ‘라이크라’라는 스판덱스 브랜드를 인수하며 중국 내 스판덱스 판매 3위 기업으로 성장, 효성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산둥루이는 2017년 라이크라 인수 당시 인수 대금 26억 달러 중 40%를 차입에 의존하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산둥루이의 매출과 부채 규모를 비교해 보면 더욱 심각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전체 매출이 11억5000만위안(한화 1900억원)에 비해 부채 규모가 40억달러(한화 4조4000억원)에 육박했던 산둥루이는 결국 지난해 12월 만기가 돌아오자 10억위안 규모의 회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몰락하게 된다. 

 

산둥루이가 생산하던 스판덱스 브랜드 ‘라이크라’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프리미엄 스판덱스 시장에서 효성과 경쟁하던 대표 기업이었다. 글로벌 점유율에서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중국 내 시장에서는 산둥루이가 효성의 뒤를 추격하던 구도였다.  

 

키움증권 리서치에서 발표한 리아크라의 스판덱스 생산능력 현황을 보면 중국내 생산(불산공장 포함)이 전체에서 4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품 대부분 수요가 자국 시장 내에서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효성의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 확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조 회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행보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닝샤 법인에 560억원을 출자해 지분 75%를 취득하기로 이사회를 통해 결의했다. 올 상반기 중에 닝샤 법인에 대한 출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스판덱스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출자하게 된 닝샤법인은 중국 내 스판덱스 수요의 증가 및 산둥루이가 물러난 프리미엄 스판덱스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법인 출자 발표시기도 산둥루이의 디폴트 선언 이후 2주만에 처리된 결과다. 그만큼 조 회장이 치밀하게 시장을 궤뚫어 보고 있었고 그 전략이 빠르게 실행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효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 닝샤 법인 신설은 중국의 시장 점유율 확대 목적”이라며 "스판덱스의 초격차를 위한 목표를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은 출자만 결정됐으며 구체적인 규모·일정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전략 2. CEO가 브랜드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라...그룹 총수가 상하이 전시회에 매년 참석

 

조 회장의 1등 주의 전략은 글로벌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이후 매년 섬유 전시회 ‘인터텍스타일 상하이’에 참여하고 있다. 그룹 총수가 직접 전시회에 참여하는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가 얼마나 그룹 전면에 나서서 브랜드 마케팅에 힘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조 회장은 지난해 9월에도 온라인으로 개최된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2020’에 참가했다.

 

조 회장은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 무엇인지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글로벌 1위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품질혁신과 함께 마케팅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스판덱스 제품 특성상 B2B(기업간 거래)가 더 활성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시장에 '효성 그룹' 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조 회장의전략이 엿보인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여러 패션·스포츠 브랜드들과 제품 협업 마케팅을 통해서도 소비자 인식을 늘려나가고 있다. 조 회장은 이를 위해 “원사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B2B사업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고객에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VOC(Voice of Customer) 경영’ 키워드를 통한 직접 마케팅을 진두지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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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인도 스판덱스 공장 전경 [사진=효성]

 

전략 3. 글로벌 시장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공략하라...베트남 총리부터 멕시코 대통령까지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스판덱스 1등을 굳히고 점유율을 늘려나갈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은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는 전략이다.

 

취임 이전에도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조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인 2018년 응우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브엉 딘 후에 베트남 부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 위안자쥔 중국 저장성장, 아민 나세르 사우디아람코 CEO,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등 각국 최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스판덱스 및 효성의 각종 사업 협력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해왔다. 

 

효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 회장의)현장 경영의 핵심은 글로벌 고객들의 목소리를 수집해 그걸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VOC 경영’을 실현시키기 위한 현장 경영을 진행 중이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효성이 섬유산업에서의 글로벌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건 이러한 조 회장의 맞춤형 전략들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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