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재계, 긴급회의 소집·일정 취소…긴장 속 숨죽였다
SK·LG·HD현대 등 주요 기업, 임원진 긴급회의 소집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 취소…향후 영향 예의 주시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국내 주요기업들이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긴장감 속에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4일 이른 아침부터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하는가 하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은 밤 사이 긴박하게 전개됐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상황에 따라 시장동향 점검 및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46.5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15일(1488.0원) 이후 15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뉴욕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상황을 보여 긴장을 늦추지 않고 리스크 점검에 나선 것이다.
■ 주요 기업 긴급 사장단 소집…경영 리스크·금융시장 동향 파악
이날 오전 각 기업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LG그룹은 이날 오전 계열사별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했다. 금융시장 동향 점검과 함께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LG는 새벽 직원들에게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는 비상계엄령 선포·해제가 시장 및 그룹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했다.
HD현대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 나가기로 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 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권 회장은 또 “조선 등 생산 현장에서 원칙과 규정 준수에 더욱 유념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한때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안감을 키웠지만 계엄 해제로 일단락된 분위기”라면서도 “환율, 주가 등 금융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주시하며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주요 기업의 예정된 일정이 순연되거나 취소됐다.
대한상의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날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도 이날 오전 진행하려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 경제단체도 긴급 회의…부총리와 경제상황 인식 공유 등 간담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이날 오전 임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가운데 관계자는 “조속히 정국이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부처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협회도 긴급 경영진 회의를 개최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 해제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으며 한국경제인협회도 내부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경제단체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따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후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6단체 대표들과 함께 긴급 간담회를 갖고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공유 및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제단체 대표들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여건이 급변해 업계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최 부총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정된 투자·고용·수출 등 기업 경영활동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제팀이 노력하겠다"며 “국민·기업·정부 등 경제주체가 합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한 “경영활동 과정에서 겪는 애로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해 주면 이를 최대한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경제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소통창구를 열어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ICT업계 비상대응체제 가동…통신 마비·대란 없었다
통신·플랫폼 업계 등은 비상대응체제를 가동 중인 가운데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이뤄진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통신망 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무렵 네이버 카페 접속과 뉴스 댓글 달기 등 일부 기능에서 오류가 발생했지만 곧 정상화됐다. 이를 제외하면 대규모 통신 장애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오류가 인터넷·통신 제한 조치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트래픽 급증에 따른 일시적 오류로 밝혀졌다.
네이버는 트래픽이 몰려 장애가 발생한 전날 밤부터 비상상황에 가동되는 긴급 체계 핫라인을 구축하고 실시간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또한 이날 오전 정신아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을 중심으로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이번 상황이 향후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했다.
통신망 장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통신사들은 장애 사고에 대비 중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이날 오전 비상 회의 등은 소집하지 않았다. 다만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긴급 네트워크 관리 체제를 유지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주시하면서 통신망 안정적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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