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주가 급락에 환율·금리 리스크 잔존...금융그룹도 ‘경계감’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2.04 16:37 ㅣ 수정 : 2024.12.04 16:37

KB·신한·하나·우리금융 주가 일제히 와르르
정치 불확실성에 외국인 중심 자금 이탈세
채권·환율 변동폭 줄였지만 잠재 우려 여전
금융그룹, 리스크·유동성·보안 대비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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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로고.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비상계엄’ 사태로 주요 금융그룹들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가가 급락한 데다, 금리 및 환율 상승 등의 금융시장 리스크도 잔존해 있다는 평가다. 금융그룹들은 경계감을 높이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이날 코스피(KOSPI)에서 전 거래일 대비 6.67% 하락한 6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한지주(055550)와 KB금융(105560)도 각각 6.57%, 5.73%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주가가 2.79% 떨어졌다. 이날 장 마감 기준 4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94조2000억원으로 전일(99조5000억원)보다 5조7000억원(5.7%) 줄었다. 

 

이는 전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처리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졌지만, 향후 벌어질 정치·사회적 불확실성 확대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46~78% 수준이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주가 부양 노력을 이어온 금융그룹 입장에선 뼈아픈 상황이다. 4대 금융그룹은 수천억원대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한 주주환원 제고에 나서고 있었다. 중장기적 달성 총주주환원율도 50%로 제시했다. 다만 대규모 비용을 들여 끌어올린 주가가 비상계엄이라는 대형 변수에 부딪혔다.

 

‘비상계엄 충격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덮치면서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덮쳤다. 채권금리와 원·달러 환율 등 주요 지표가 요동친 게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591%로 전일 오후(2.585%) 대비 0.043%포인트(p) 상승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연 2.9%대까지 치솟은 뒤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상승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비상계엄 상황이던 이날 오전 12시 20분께 1442원선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날 새벽 4시 30분께 비상계엄이 본격 해제된 이후 오전 9시 원·달러 환율은 1418.1원으로 출발해 1410.1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신인도 하락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펀더멘탈(기초체력) 약화 심화 속에 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 및 국내 자금의 동반 이탈 현상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금융사 영업·재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채금리가 뛰면 금융채(은행채) 금리도 오르는데, 이를 기준으로 삼는 대출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은 금융그룹이 보유한 외화 자산과 해외법인 자산, 해외 지분투자 평가액 등에 영향을 끼친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면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주요 지표의 변동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외환, 채권, 주식의 트리플 약세 우려가 있다”며 “연말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주요 금융그룹들은 일제히 최고경영자(CEO) 주재로 개최한 긴급 임원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리스크 점검 및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동성 변동, 금융 보안, 내부통제 강화 등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그룹의 관계자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나 유동성에 대한 부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오늘 영업 현장은 평상시와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가장 걱정되는 건 주가인데, 그동안 밸류업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해온 상황에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일종의 리스크로 보고 자금을 빼면서 단기적으로 머니부브(자금이동)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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