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S/W·반도체 기술인재 임원으로 대거 승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부사장 이하 정기 임원 인사에서 미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차세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 인재를 대거 승진시켰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반도체 위기론(論)'에 대응하기 위해 임원 승진 규모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AI, 차세대 반도체 등에서 성과를 낸 인재를 임원으로 발탁해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수준)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40대 부사장', '30대 상무' 등 과감한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와 성과주의 분위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27일)에 이어 29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35명, 상무 92명, 마스터(Master) 10명 등 총 137명이 승진했다. 반도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로 승진 폭이 대거 축소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 등 총 143명이 승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수가 140명 이하로 줄어든 것은 2017년 5월(96명)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인사는 승진 숫자가 줄었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수 인재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등 ‘인적쇄신’에 방점을 뒀다.
이를 보여주듯 앞서 사장단 인사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이어 임원 인사에서 갤럭시AI를 주도한 인재와 반도체 부문 기술 통(通)을 승진시키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리더십을 보강하고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S/W, 첨단기술 분야 인재 다수를 승진 명단에 올렸다”며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경영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보한 젊은 리더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주요 사업분야에서 성과 창출과 핵심적 역할이 기대되는 리더들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주목할 인물로는 홍주선(53)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활가전(DA)사업부 회로개발그룹장 부사장이 있다.
그는 생활가전 제품군에 적용되는 회로·인버터·센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AI 가전 기능을 고도화하고 차세대 제품 센서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일궈냈다.
한 예로 삼성전자 AI 가전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150만대를 판매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부민혁(51) DX부문 MX(모바일경험) 사업부 Advanced(어드밴스트) 디자인그룹장 부사장도 눈길을 끈다.
부 부사장은 VD(영상디스플레이), DA 제품군에서 풍부한 디자인 경험을 갖춘 스마트폰 선행 디자인 전문가다. 그는 또 신규 폼팩터(제품 형태) 컨셉 발굴, 스마트폰 바-타입(Bar-Type) 차별화 디자인 제안 등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DS(반도체) 부문에서는 배승준(48)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3그룹장 부사장 활약이 기대된다.
배 부사장은 D램 I/O(입출력) 회로 설계 전문가다. 그는 D램 제품의 고속 I/O 특성 확보에 앞장섰고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공개한 업계 최고속 10.7Gbps LPDDR5x 개발 등 D램 제품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또 S/W 개발 분야 리더를 비롯해 차기 신기술 분야에서 역량이 입증된 우수 인력을 다수 승진시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할 기반도 다졌다.
DX부문에서 박정호(50) DX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SR 차세대통신연구센터 부센터장 부사장과 이형철(48) DX부문 MX사업부 스마트폰S/W PL2그룹장 상무가 주목된다.
박 부사장은 5G(5세대 이동통신) 선행기술 개발 및 상용화 분야에서 성과를 낸 통신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5G 이동통신 환경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5G 시대’를 이끌었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통신기술 개발했으며 6G 에코시스템 구축 등을 이끈 박 부사장이 6G 시대 주도권 확보도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선보인 ‘갤럭시 AI’는 전 세계 모바일 AI 시대를 여는 등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이 상무는 MX 제품군의 앱(App), 시스템(System) 등 다년간에 걸친 S/W 상품화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갤럭시 AI ’ 개발 과제를 이끌었다. 그는 또 폴더블(접을 수 있는) 제품의 S/W 기능 완성도를 높였다.
DS부문은 채교석(46)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 PA3그룹 상무와 박일한(48) DS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Flash)설계1그룹 상무가 승진 명단에 올랐다.
채 상무는 D램 제품 소자 전문가로 D램 소자 특성을 개선하고 양산화해 업계 최선단 D1b 제품과 세계 최고용량 D1b 32Gb DDR5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박 상무는 플래시 제품 설계 전문가로 V-낸드 제품 코어(Core) 회로 설계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는 또 고용량 QLC V-낸드 제품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Biz 확대를 위한 Cell 특성 및 신뢰도 확보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30대 상무∙40대부사장을 과감하게 발탁해 미래 경영자 후보군을 확대∙강화했다.
이번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최연소이자 유일한 30대는 하지훈(39) DX부문 CTO SR 통신S/W연구팀 상무다. 그는 S/W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한 차세대 통신 S/W 플랫폼 설계분야 전문가다. 특히 vRAN(가상화 무선접속망) 차별화 기술을 이끌어 통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 밖에 올해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혁신적 조직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역량이 검증된 여성·외국인 리더들이 발탁됐다.
이지연(45) DX부문 한국총괄 A&E영업2그룹장 등 마스터 포함 총 8명의 여성 인재가 신규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또 시티촉(Sitthichoke, 52) DX부문 동남아총괄 TSE-S법인 상무가 외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신임 상무로 발탁됐다. 시티촉 상무는 태국 출신 영업 전문가로 MX 플래그십 제품 판매를 계속 늘렸으며 세계 무대로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 사례를 발굴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성과주의를 원칙으로 젊은 인재 중심의 세대교체가 이어졌다"며 "다만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 승진 규모는 다소 축소한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30대, 40대 젊은 임원을 과감하게 발탁해 세대교체와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