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만행 어디까지"… 김기유 전 태광그룹 의장 구속 탄원 이어져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김기유 전(前)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이 150억원 부당 대출, 여성 프로골퍼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 직원들에게 욕설과 갑질을 일삼았다며 구속을 촉구하는 탄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 전·현직 임직원 사이에서 김 전 의장이 재직 당시 그룹 2인자 자리를 무기로 욕설, 고성, 보복성 인사 등을 폭로하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김 전 의장이 태광그룹을 떠났지만 여전히 깊은 후유증을 남겨 직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며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김 전 의장의 이 같은 만행은 오너가 부재인 상황에서 그룹 2인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권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된다. 이와 함께 전문경영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어느 선이 적정한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종욱 흥국화재노동조합 노조위원장은 제출한 탄원서에서 “예전부터 김 전 의장 욕설과 갑질은 태광그룹 내부에서 모든 직원들이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과거 흥국화재 직원 중 그룹 기획실로 파견나갔던 직원이 김 전 의장 욕설과 고성을 이기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종욱 노조위원장은 이어 “김 전 의장 욕설과 협박, 표적 감사 때문에 이직을 결심하고 떠난 임직원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 위원장 외에 김 전 의장의 욕설과 부당 징계를 폭로하며 징계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김 전 의장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수많은 인사전횡, 인사폐해, 비리·비위를 자행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담당으로 재직하다 2022년 초 퇴사한 탄원인 A씨는 “사석에서 경영기획실의 무리한 감사와 인사전횡으로 조직문화가 무너져 걱정”이라고 한 발언이 알려져 김 전 의장 측으로부터 개별적인 경영감사를 받고 관계회사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보복성 감사에 따른 억울한 퇴사를 주장하는 이는 또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에서 사무·집기류를 관리하는 부서장을 맡았던 B씨는 “김 전 의장이 사무집기를 기존 사무기기 기업 코아스에서 신규 퍼시스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며 “전면 교체 전에 보수를 위해 기존업체로부터 보수부품을 일부 조달했다”며 운을 뗐다.
B씨에 따르면 이를 알게 된 김 전 의장이 기존업체와 유착했다며 감사를 실시했지만 비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7일간 정직 처분을 받았고 1년 뒤 보직 해임돼 퇴사했다고 하소연했다.
인사팀 직원도 김 전 의장 갑질을 피해가지 못했다. 태광그룹 기획실 인사팀에서 15년간 근무한 C씨는 “김 전 의장 공개프로필에 '태광그룹 기획실장' 및 와인 취급 계열사 '바인하임' 등 겸직사실을 게시한 후 이를 토대로 '김 전 의장이 태광그룹 2인자로 부상했다'는 인터넷 기사가 나온 것이 발단이 됐다”며 “김 전 의장은 자신 이미지를 훼손시키려는 목적으로 공시자료를 만들었다고 의심해 공시책임을 물어 스스로 물러나도록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평소 바른 말을 한다는 이유로 전방위적 퇴사 압박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태광그룹 계열사 태광산업에서 설비 구매를 담당한 D씨는 “부산 반여공장 증설관련 구매비리가 있을 것이란 이유로 집중 감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자 계속된 퇴사 압박에 2015년 말 불명예 퇴임을 하게 됐다”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외에도 약 30명에 이르는 태광 퇴직 임원들이 연명 탄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 전 의장이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며 오너 부재 중 그룹 경영위기 타개와 이미지 개선, 중장기 전략 수립·집행 등 본연 업무는 내팽개쳤다”면서 “경영기획실 인사·기획 조직을 자신에게만 충성하는 사조직 집단으로 전락시키고 욕설·협박·이간질 등 비상식적 갑질과 인사 전횡을 일삼았으며 온갖 전횡과 인사폐해, 각종 비리·비위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전 의장 폭언·협박 및 부당지시에 못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거나 시도한 임직원이 2명,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직원도 다수”라며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경영감사로 최소 73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해임 혹은 징계처리됐다”고 덧붙였다.
보복성 인사를 일삼은 김 전 의장은 그 빈자리를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들로 채웠다.
제출된 한 탄원서에는 “2018년 당시 허승조 고문 체제가 들어서면서 김 전 의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22년 3월 다시 경영 전면에 복귀하며 당시 대표이사 권중원을 포함 15명 경영임원 중 13명을 무리하게 해임했다”며 “그 빈자리는 자신에게 충성하다 퇴직한 임원들로 채웠다”고 주장했다.
이 노조위원장은 “김 전 의장이 자신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해 수백억원 대 비용을 허비하고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되는 중요한 시기에 잘못된 전략을 펼쳤다”며 “김 전 의장이 흥국화재 임직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태광그룹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더 큰 문제는 임직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소송 남발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거의 대부분 혐의 없음이거나 기각, 패소로 결론이 났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은 “김 전 의장이 태광 전현직 임직원에게 가한 고통과 비위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이 부과되려면 그에 대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깊이 헤아려주시길 바란다”고 간청했다.
한편 김 전 의장은 150억 부당대출 의혹과 성추행 혐의 등으로 이미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친분이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이 씨에게 150억 상당 대출을 해주도록 태광그룹 계열사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씨는 해당 대출금을 차명 계좌로 받았고 86억원 정도를 빼돌려 주식 투자 등 개인 용도로 횡령했으며 이 중 1000만원은 김 전 의장 아내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의장은 최근 여성 프로골퍼 강제 성추행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다. 골프단 창설 계획이 없었지만 거짓으로 프로골퍼를 꾀어내어 술을 마시게 한 뒤 강제로 추행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