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K-방산⑧끝] HD현대중공업, 144조원 대 함정 건조·MRO 사업 공략 '가속페달'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8.26 05:00 ㅣ 수정 : 2024.08.26 10:46

최근 3년간 1조원 넘는 함정 수주…방산 사업 확장 가속
수빅 조선소 거점 확보해 MRO 사업 국제적으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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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 등이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방위산업이 새로운 '효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이들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수주 성과가 두드러져 이제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정세도 방위산업 성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3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방산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탁월한 방산제품 양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은 재래식 무기부터 첨단무기까지 우수한 무기체계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LIG넥스원 미사일체계 기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뉴스투데이>는 'K-방산' 대표기업의 제품 수출 성과를 비롯해 기업 가치 상승, 첨단 기술력 등을 집중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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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노진율 HD현대중공업 대표,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오는 2030년에 144조원대로 커지는 함정 건조와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을 잡아라'

 

1975년 한국 최초의 전투함 '울산함' 건조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이 고유 업종인 함정 건조는 물론 외국 함정 MRO까지 담당하는 등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를 토대로 HD현대중공업은 상선(상업 선박) 사업 절대강자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함정 건조와 MRO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빨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함정 건조 시장 전망은 밝다. 

 

26일 대한조선학회 미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시장 규모는 2020년 340억달러(약 45조3600억원)에 머물렀지만 해마다 평균 2.70% 성장해 2030년에는 444억 달러(약 59조2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MRO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인텔리전스는 전세계 함정 MRO 시장이 2024년 577억6000만달러(약 77조원)에서 해마다 1.95% 성장해 2029년 636억2000만달러(약 84조89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함정 건조 시장과 함정 MRO 시장까지 포함하면 무려 144조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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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등이 포함되는 특수선 사업 부문은 상선 대비 사업 규모가 크지 않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매출 3조8840억원, 영업이익 195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분기 특수선 사업 매출은 4002억원, 영업이익은 305억원이다.  이에 따라 2분기 총 실적에서 특수선 사업 매출 비중이 10.3%,  영업이익 비중이 15.59% 차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HD현대중공업이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려면 오랜 기간 주력해온 상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보다 수월한 선택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며 "그러나 상선 사업도 경기사이클처럼 ‘침체-회복-호황-둔화’ 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상선 업황이 좋지 않을 때에도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을 일궈내려면 다른 먹거리가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특수선 등 방산 사업에도 보폭을 넓혀 경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이 함정 사업보다 규모가 큰 MRO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함정은 인도후 20여년 간 운용한다.  그런데 함정은 군(軍)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함정 성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는 함정 MRO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함정 인도를 통한 매출은 한번에 그치지만 MRO를 통한 매출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다"며 "이에 따라 MRO 시장에서 광폭행보를 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은 향후 성장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HD현대중공업의 이와 같은 경영 전략은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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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은 최근 3년 새 수주한 함정 물량이 과거 수주 물량을 앞지르고 있다. [사진=SK증권]

 

■ 해외 함정 수주, 최근 3년 새 가파른 상승세

 

울산함 건조를 통해 국내에서 대형 함정 프로젝트에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수년간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는 최근 3년간 이뤄낸 해외 수주 현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해외 무대에서 총 1조3689억원을 수주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21년까지 31년간 일궈낸 수주 총액(1조원)을 능가한 수준이다. 

 

최근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6월 필리핀으로부터 2200t 급 원해경비함 6척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은 총 7449억원에 이른다.

 

특히 원해경비함 건조계약식에는 델핀 로렌자나(Delfin N. Lorenzana) 필리핀 국방부 장관, 버나드 발렌시아(Bernard N. Valencia) 해군부사령관 등 당시 필리핀 국방 주요 인사가 참석해 HD현대중공업과의 협력관계를 과시했다.  선박 6척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선박 건조장)에서 건조돼 오는 2028년까지 차례대로 필리핀에 인도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2016년 필리핀으로부터 호위함 2척을 수주하고 2020년 호위함 2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해 필리핀과의 신뢰 관계가 쌓였다”며 “이를 기반으로 이번 대규모 함정 수주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 페루 국영기업 시마(SIMA) 조선소로부터 △3400t 급 호위함 1척  △2200t 급 원해경비함 1척  △1500t 급 상륙함 2척 등 총 6240억원 규모 수주계약을 맺어 눈길을 끌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방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주페루 한국대사관, 코트라(KOTRA) 등은 ‘팀코리아’를 꾸려 이번 수주전에 뛰어들었다”며 “이를 통해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쟁쟁한 경쟁국을 제치고 한국이 수주에 성공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페루는 앞으로  △호위함 5척  △원해경비함 4척  △상륙함 2척 등을 추가 발주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지난 수십 년 간 한국 해군이 필요한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을 건조해 인도했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으로 해외 함정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 향후 해외 수주전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보여주듯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폴란드 해군 차기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전에 참가해 수주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6월 폴란드에서 진행된 ‘해군 현대화 위한 방위산업 발전방안’ 세미나에 참가해 ‘폴란드 해양 안보 과제와 해군 및 방위산업체 발전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이 3조3500억원에 이르는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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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빅 조선소 전경 [사진=수빅경제특구]

 

 

■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거점 삼아 외국 함정 MRO 사업 본격화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2년 11월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 군수지원센터(LSSC)를 설립해 세계 각국 함정을 겨냥한 MRO 사업을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 LSSC를 설립한 것은 같은해 6월 필리핀 국방부와 MRO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필리핀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MRO 사업을 펼치게 됐다.

 

이에 힘입어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현지 군수지원센터를 통해 MRO 서비스 외에 함정 설계와 건조까지 사업 보폭을 넓혀 ‘글로벌 톱 클래스 함정 솔루션 파트너’로 거듭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의 글로벌 경영 전략은 특히 올해 4월 수빅 조선소에서 슈타이너 네르보빅(Steinar Nerbovik) 미국 필리조선소 대표와 ‘미국 함정·관공선에 대한 건조 및 MRO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국 군(軍) 당국과 함정정비협약(MRSA)을 체결해 현지 함정 MRO 시장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서비스를 공급 중인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MRO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미 해군 함정 MRO 또한 성공적으로 수행해 미국 군 당국의 신뢰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이 MRSA를 체결해 미국 함정 MRO 사업 참여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 MRO 사업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올해 6월 선진엔텍, HSG성동조선 등 MRO 관련 국내외 9개 기업과 ‘함정 MRO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이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은 MRO 사업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선박 정비·건조 및 선박 인프라 구축 사업까지 총망라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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