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K-방산⑦] KAI 강구영 호(號), 완제기·기체부품 사업으로 424조원 시장 거머쥔다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8.21 05:00 ㅣ 수정 : 2024.08.21 08:34

뛰어난 FA-50 제조 역량으로 약 144조원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
280조원 규모로 커질 기체부품 시장서도 꾸준히 영역 확장 나서
폴란드 '급박한 요구' 충족하는 능력 갖춰 폴란드 향후 사업 기반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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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 등이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방위산업이 새로운 '효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이들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수주 성과가 두드러져 이제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정세도 방위산업 성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3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방산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탁월한 방산제품 양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은 재래식 무기부터 첨단무기까지 우수한 무기체계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LIG넥스원 미사일체계 기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뉴스투데이>는 'K-방산' 대표기업의 제품 수출 성과를 비롯해 기업 가치 상승, 첨단 기술력 등을 집중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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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대표 강구영·사진)이 전투기, 경공격기 등 완제기 사업과 기체 부품 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공략해 약 424조원에 이르는 거대시장을 거머쥔다.

 

이를 통해 KAI는 매출 등 외형 성장 못지 않게 기업 가치 상승이라는 회사 몸값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21일 영국 군사정보 컨설팅 업체 제인스(Jane's)에 따르면 KAI가 생산하는 FA-50급 전투기 세계 시장은 2023∼2031년 총 2713대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FA-50 1대 가격이 4000만달러(약 53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2031년까지 전투기 등 완제기 시장 규모는 143조7890억원에 이른다.

 

기체 부품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츠(Fortune Business Insights)는 전 세계 기체부품 시장이 2024년 1232억5000만달러(약 164조원)이며 해마다 6.94% 성장해 2032년 2106억5000만달러(약 28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완제기 사업과 기체 부품 사업을 모두 합치면 약 424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여행 수요가 회복하면서 항공기 수리·보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체부품 시장 규모가 완제기 시장 을 계속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KAI도 이와 같은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군수·민수 사업에 모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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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은 경공격기, 훈련기, 전투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KAI]

 

KAI의 핵심 매출원은 완제기 공급 등 군수 사업이다. 

 

KAI는 2022년 폴란드로부터 수주한 4조원대 FA-50 전투기 48대 공급을 2024년 말부터 진행해 실적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KAI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군수 사업과 민수 사업 모두 회사의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최근 민간 항공업체 업황이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KAI는 기체부품 사업 역량 강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 속에서 KAI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KAI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5조4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 1주일간 시가총액은 5조6146억원으로 12.2%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KAI 시총이 크게 오르지 못한 것은 2022년 수주 물량 가운데 초도물량(12대)만 폴란드에 전달되고 나머지 물량(36대)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나머지 물량도 예정대로 공급되면 시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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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의 FA-50 폴란드 수출이 올해 말부터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여 2025년 큰폭의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사진=뉴스투데이]

 

유진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KAI는 올해 매출 3조7790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KAI 매출 3조8193억원, 영업이익 2475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성적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AI는 폴란드 요청에 따라 한국 군(軍)에 납품할 예정이던 FA-50 물량을 개량해 지난해 하반기 폴란드에 12대 공급했다"며 "나머지 36대 물량은 2024년 말부터 전달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KAI 실적은 2025년부터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FA-50 폴란드 수출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민간 항공업체 업황도 나아져 KAI의 기체부품 사업 실적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업기조를 고려해 유진투자증권은 KAI가 △올해 매출 3조7790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 △2025년 매출 4조5260억원, 영업이익 3510억원 △2026년 매출 4조7280억원, 영업이익 41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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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GF 첫 물량이 지난해 7월 폴란드 민스크 공군 기지에 도착한 후 전시돼 있다. [사진=KAI]

 

■ KAI, 폴란드 수요 반영한 '맞춤형 첨단 전투기' 공급해 신뢰도 높아 

 

폴란드에 FA-50 전투기를 공급한 KAI는 폴란드 정부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KAI 관계자는 “폴란드와 2022년 9월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 7월 FA-50GF 1호기, 2호기를 현지 공군기지에 납품했다”며 “이후 지난해 말까지 나머지 물량을 전달해 한치의 오차 없이 계약을 이행했다”고 말했다.

 

FA-50GF는 한국 군에 공급하려 했던 FA-50 개량 버전이다.

 

남은 물량 36대는 폴란드 공군 요구에 맞춰 현지에 최적화된 개량 버전 'FA-50PL' 형태로 제작해 올해 말부터 2028년까지 차례대로 납품한다.

 

지난해 말 진행된 12대 공급이 차질없이 진행된 것은 폴란드 측의 신뢰를 확보하는 시금석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KAI가 폴란드 정부와 FA-50 48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폴란드는 2023년 말까지 FA-50 12대를 선제적으로 공급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글로벌 방산 역사상 전투기 12대를 1년 만에 공급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KAI는 좀처럼 실현되기 어려운 폴란드 측의 무리한 요구를 충족시켰다"며 "이를 계기로 KAI는 앞으로도 폴란드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KAI는 지난 6월 폴란드 민스크 공군 기지에서 현지 항공정비(MRO) 전문 업체 WZL-2와 FA-50 운영에 필요한 후속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는 협업 합의서(TA)를 체결했다.

 

KAI 관계자는 “합의서 체결을 기반으로 폴란드 공군이 FA-50 항공기를 총 수명 주기(30∼40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급, 정비, 기술지원 등 후속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KAI는 폴란드 공군 및 WZL-2와 성과기반 군수지원(PBL) 계약 체결도 추진 중이다. 

 

성과기반 군수지원은 무기체계 첨단화에 따른 운용유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방산 업체가 후속 군수지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담당하고 군(軍)에서 제시한 목표가동률 등 성과지표를 기반으로 업체가 수행한 성과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KAI는 WZL-2가 보유한 F-16 전투기, C-130 수송기 등에 대한 창정비(대규모 유지보수) 능력을 FA-50GF·PL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상호 협의하고 있다.

 

또한 KAI는 WZL-2가 FA-50 유지보수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서 FA-50 마케팅 활동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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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후 기체부품 부문 매출이 급락했으나 2022년 부터 서서히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 KAI, 군수 부문 외에 기체 부품 사업에서도 '게임 체인저' 노려 

 

KAI가 핵심 사업인 군수 부문외에 기체부품 부문 사업을 강화하는 점도 기업 수익 다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경영전략이다.

 

KAI는 지난해 기체부품 부문 매출이 8060억원을 달성했으며 오는 2030년 매출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체부품 사업의 주요 고객사는 △미국 보잉(Boeing)과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유럽 에어버스(Airbus) △브라질 엠브라에르 (Embraer) 등 항공기 제작사로 알려져 있다.

 

2020~2021년 지구촌을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세계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기 수요가 줄어 항공업체 기체 제조 업황도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KAI 기체부품 부문 실적은 2020년 6080억원, 2021년 4990억원을 기록해 2019년 1조450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민간 항공업체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KAI 기체부품 사업도 되살아났다. 

 

이를 보여주듯 KAI 기체부품 부문 매출액은 2022년 748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8060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KAI 기체부품 부문이 올해 매출 1조310억원, 2025년 1조116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KAI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민항기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항공기 부품 사업 수주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대형민항기 중심의 사업영토를 중형항공기, 비즈니스 제트기 등으로 넓히고 엔진·연료·항공기 장비 등을 보관하는 유선형 몸체 나셀(Nacelle), 날개 밑 외부에 장착물을 장착하는 구조물 파일런(Pylon) 등 신규 기체 품목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파일런은 회전익(프로펠러) 기체 날개나 동체에 전기 동력 장치와 엔진 나셀(Nacelle) 등을 견고하게 장착시키는 구조물로 제품 부가가치가 높다.

 

이를 보여주듯 KAI는 지난 4월 브라질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업체 이브이 에어 모빌리티(Eve Air Mobility)와 1조원대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eVTOL’의 파일런 부품을 수주해 새 먹거리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KAI가 사업 영토를 핵심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주변 사업으로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를 토대로 KAI가 2025년 기업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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