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컵라면 논란' 촉발한 난기류 맞서 비행안전 해법 찾는다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대한항공이 이른바 '컵라면 논란'을 촉발한 난기류에 대한 해법 찾기에 나선다.
컵라면 논란은 대한항공이 이달 15일부터 장거리 노선 일반석의 컵라면 제공을 중단하기로 해 이에 따른 승객 불만이 커진 상황을 뜻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갈수록 늘어나는 난기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종합통제센터(OCC·Operations & Customer Center)를 강화하고 기내 서비스를 개편하는 등 항공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한다.
지상에서도 난기류 등 항공기 안전 위협에 실시간 대응하는 종합통제센터는 흔히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최신 설비로 리모델링한 OCC는 항공기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과정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조치를 펼친다.
이에 따라 OCC는 날씨 등 기상과 항로, 이착륙 등을 점검하고 운항 중인 항공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가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OCC에서 운항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대응조치를 지시한다.
또한 대한항공은 난기류에 따른 승객 피해를 줄이고 안전 운항을 갖출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 난기류 속 비행으로 승객과 승무원 14명 부상
대한항공이 이처럼 OCC 인프라 확충 등 난기류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일어난 난기류와 이에 따른 승객 피해 때문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 40분쯤 인천에서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197편은 강한 난기류를 만나 일부 승객과 승무원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 톈진공항 인근 상공 약 10km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난 대한항공 여객기는 약 15초간 강하게 흔들렸고 승객 10여 명과 승무원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4일 오전 9시 40분쯤 중국 톈진 공항 북동쪽에서 난기류를 맞닥뜨렸다고 밝혔다.
난기류로 승객과 승무원이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자 대한항공은 기내 비치된 소염진통제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울란바토르 공항 착륙 후 대기 중인 의료진이 부상자들을 진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난기류가 늘어나면서 장거리 노선 간식 서비스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올해 7월부터 난기류 증가 추세에 대응해 중·장거리 모든 노선을 대상으로 객실 서비스 시간을 미리 앞당겨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석 라면 서비스 중단도 이와 같은 조치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 컵라면 '비즈니스석은 되고 이코노미석은 안돼?'...난기류발(發) '형평성 논란' 불거져
대한항공은 승객를 난기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장거리 노선의 기내 간식 서비스를 개편해 일반석 컵라면 제공을 중단하고 샌드위치와 콘독(핫도그) 등 다양한 간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는 기내 컵라면 국물에 따른 화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난기류는 최근 수년간 2배 이상 더 늘어나 항공기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일이 잦아졌고 국물이 쏟아져 발생하는 화상 사고도 종종 벌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난기류 발생 건수는 624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무원이 일반석에서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을 한꺼번에 여러 개를 옮겨야 하고 승객이 가깝게 모여 앉아 있어 화상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일반석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하고 기존에 제공한 샌드위치 외에 핫도그, 피자, 핫포켓(파이 껍질 속에 다양한 속을 채운 음식) 등 새로운 기내 간식을 제공해 기내 안전과 승객 만족도를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비즈니스석과 퍼스트 클래스에는 기존 라면 서비스를 유지한다고 밝혀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항공사 측은 비즈니스석 등 상위 클래스 좌석 밀도가 낮고 테이블이 커서 화상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코노미석 좌석 너비는 약 17~18.5인치로 비즈니스석 좌석 너비(약 21인치)에 비해 협소하다"며 "이에 따라 라면 국물 등 뜨거운 액체로부터 승객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 컵라면 대신 핫도그로? 기내 간식 서비스 변화에 승객들 '갑론을박'
이에 대해 이코노미석 승객들은 "난기류가 일등석만 피해가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 A씨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11월부터 기내 셀프 스낵 바를 도입해 컵라면 대신 핫도그, 피자 등 제품 단가가 2배 이상 비싼 간식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대체 간식이 가격도 비싸지만 컵라면을 찾는 이들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 안전과 소비자 선호도를 모두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라면 대체식으로 등장한 식품에 대한 탑승객 만족도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한항공은 예측 가능한 난기류 지역을 통과할 때 신호음과 함께 ‘좌석벨트 착용(Fasten Seat Belt)’ 표시등을 켜 승객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며 "화장실 사용도 최대한 지양하도록 해 난기류에 따른 탑승객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