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K-방산①] 현대로템 이용배 호(號), 방산·철도 '두 토끼' 잡아 18조 시장 거머쥔다
현대로템, 기업가치 6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기염' 토해
폴란드와 2022년 체결한 K2 전차 공급계약 기업 가치상승 출발점
30여년 간 쌓아온 고속철 기술력, 마침내 해외에서 인정 받아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 등이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방위산업이 새로운 '효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이들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수주 성과가 두드러져 이제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정세도 방위산업의 성장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3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방산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탁월한 방산제품 양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은 재래식 무기부터 첨단무기까지 우수한 무기체계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LIG넥스원 미사일체계 기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투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뉴스투데이>는 'K-방산' 대표기업의 제품 수출 성과를 비롯해 기업 가치 상승, 첨단 기술력 등을 집중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현대로템(대표 이용배·사진)이 방위산업과 철도 사업 등 18조원대에 이르는 '알토란'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간판급 제품 'K2전차'와 첨단 고속철의 해외 수출을 늘려 글로벌 방산·철도 시장을 모두 공략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5일 글로벌 리서치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세계 전차 시장 규모는 2022년 53억5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에서 연평균 3.2% 상승해 2030년에는 59억1000만달러(약 8조1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은 2022년 8월 폴란드와 4조5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K2전차 18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4분기부터 폴란드에 K2 전차를 수출하고 있다.
해외사업에 힘입어 현대로템 방산 부문 매출은 해마다 탄탄한 성장세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현대로템이 K2 전차를 폴란드에 수출하기로 한 계약을 체결한 시점인 2022년 8월에 방산 매출은 2057억원을 기록했으며 △K2 수출을 시작한 2022년 4분기에는 443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성장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2024년 2분기 방산 매출 규모가 5645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고속철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고속철 시장은 오는 2026년 1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방산과 고속철 시장은 현대로템이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두 사업 부문의 세계 시장 규모가 18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 현대로템은 철도사업 부문에 30년이 넘는 첨단 기술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K2 전차 역시 현대로템의 글로벌 사업 영토를 넓히는 수출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2 전차와 고속철 수출에 힘입어 현대로템 기업가치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현대로템 시가총액은 올해 초 2조9195억원을 기록했지만 상반기 마지막 증시 거래일인 6월 28일에 4조4530억원으로 마무리 됐다. 현대로템 기업 가치가 불과 6개월 만에 약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는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방산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방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독자 개발한 고속철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2022년, 글로벌 전차 시장 진출의 원년... 첫 방산 수출 효과 '톡톡'
현대로템의 도약은 2022년 8월 폴란드와 4조4992억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폴란드에 K2전차 수출은 현대로템이 오는 2030년 59억1000만달러까지 커질 글로벌 전차 시장에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됐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K2전차를 해외에 수출하지 않고 한국 육군에만 공급했기 때문이다.
K2전차 등 대규모 해외 수주 물량에 힘입어 현대로템 매출도 가파른 성징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2년 방산 부문 매출이 1조592억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 1조5781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은 현대로템 방산 부문 매출이 올해 1조80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 총 매출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33.4%에 이어 △2023년 43.9% △2024년 47.6%(예상치)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방산기업이 한국 군(軍)에 방산제품을 공급하면 마진이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방산업체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국가 안보에 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마진 폭이 크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외 시장은 다르다. 수출 물량이 국내 보다 마진 폭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 관계자는 “방산 부문 마진 부분은 국가 극비 사항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K2 수출을 통한 현대로템의 방산사업 마진은 2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와 계약을 체결한 후 10대를 초도 납품(첫 공급)했으며 △2023년 18대 △올해 상반기 18대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에는 38대가 공급될 예정이며 2025년에는 96대가 폴란드에 전달될 것으로 보여 방산 부문 실적은 해마다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 열리는 폴란드 방산 전시회(MSPO)에서 현대로템이 추가 수주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동호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9월 폴란드 정부로부터 K2 전차 180대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지난 2022년 계약과 같은 4조5000억원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 연구원은 또 “올해 연말에는 루마니아 전차 사업이 구체화 될 것”이라며 “현대로템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이며 지난 5월 루마니아 현지에서 K2 전차 시험평가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루마니아 전차 사업 규모는 6조3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현대로템 IR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방산 부문 수주잔고(남은 수주 물량)는 5조원 대에 이른다. 이에 더해 폴란드 추가 물량과 루마니아 수주까지 현실화되면 현대로템의 방산 수주잔고는 15조원 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현대로템, 10조원대 글로벌 고속철 시장 공략해 세계 유력업체로 발돋움
현대로템의 철도사업은 답보 상태를 보여왔다.
철도 부문 매출액이 2022년 1조7788억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 1조5536억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현대로템 철도 부문 매출이 1조47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의 철도 부문 실적이 커지려면 소수 선진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고속철 시장으로 진출해 사업 영토를 넓혀야 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로템은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2700억원 규모 고속철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산 고속철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며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수출 외교에 나섰고 한국수출입은행이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전폭적인 협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우즈베키스탄 계약 체결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수출 계약 실적을 바탕으로 모로코, 폴란드 등 새로운 고속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주는 10조원 대에 이르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국내에만 국한됐던 고속철 제작·운영 실적이 해외로 확대하면 향후 국제 고속철 입찰에서도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형 고속철 기술력이 국산화에 착수한 지 30여년만에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 고속철 역사는 1992년 6월 경부 고속철 건설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고속철 기술이 전혀 없던 한국은 1994년 프랑스 고속철 제작 업체 알스톰(Alstom)과 시속 300km 급 고속철 도입 및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후 1996년 12월 프랑스에서 고속차량 제작 교육을 받은 국내 기술진을 중심으로 ‘시속 350km급 한국형 고속차량 HSR-350X(G7)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현대로템은 2005년 12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신규 발주한 KTX-산천 100량 경쟁 입찰에서 알스톰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한 S2008년에는 HSR-350X를 기반으로 제작된 첫 국산 양산형 고속철 KTX-산천이 처음 출고됐고 2010년 3월 첫 영업운행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자체 고속철 기술을 확보해 상용화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고속철 제작 기술을 확보한 이후 꾸준히 해외 시장 공략에 매진해왔다”며 “고속철은 일반 열차와 비교해 시장규모가 크지 않고 기술 안정성, 신뢰성 등이 모두 평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 공략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대로템은 30년이 넘는 기술력을 토대로 마침내 첫 해외 고속철 수주에 성공했다"며 "이는 현대로템이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할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키움증권은 현대로템이 방산 및 철도 사업 선전에 힘입어 올해 매출 3조7832억원, 영업이익 253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3조5874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 대비 각각 5.4%, 20.7% 증가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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