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수소환원제철·양극재· 소재사업 강화해 120조 시장 선점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포스코그룹(대표 장인화)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비롯해 양극재, 소재사업 부문을 강화해 120조원 대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이를 위해 포스코그룹은 철강업 혁신과 2차전지 소재 사업 풀 밸류체인(공급망) 역량 등 모든 사업에 대한 독보적 역량을 최근 언론에 공개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한 환원제(촉매제)로 수소를 사용하는 친환경적인 제철 공법이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철강 혁신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무주공산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와 함께 소재 사업 가운데 가장 활성화된 양극재 시장에서 포스코가 독보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경영전략도 담고 있다.
업황 전망은 밝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50년 수소환원제철 관련 시장 규모는 14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는 배터리 제조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다른 2차 전지 소재와 비교해 시장 규모가 크다.
배터리 시장 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 시장은 2021년 173억달러(약 24조원)에서 2030년 783억달러(약 10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소환원제철과 양극재 시장만 따져도 120조원 대 시장인 셈이다.
40여개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포스코그룹 프레스투어'는 24∼25일 이틀에 걸쳐 진행했다.
첫날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둘째 날에는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광양 양극재 공장에서 관련 사업과 기술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프레스투어에서 준(準) 친환경 제철 방식이라고 불리는 파이넥스(FINEX) 공법, 그리고 궁극의 친환경 제철 방식 수소환원철에 대한 기술 준비 상황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통해 △철강업의 친환경 역량 강화 △양극재 양산역량 △소재 리사이클 역량 등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 18여년간 진화해온 파이넥스 기술, 수소환원제철로 퀀텀 점프 시동
프레스투어 첫날 기자단 이목을 집중시킨 기술은 '파이넥스(FINEX) 공장'과 '전기용융로(ESF) 설비'다.
기자단은 파이넥스 3공장에서 관련 설비를 관람하며 포스코 경영 방향과 기술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을 실현하기 위해 고로(용광로)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해온 전통적인 제철 방식을 벗어나 파이넥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를 개발 중이다.
기존 고로 제철 방식은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고 이를 가열하는 형태로 공정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친환경적인 방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에 비해 파이넥스 기술은 철광석과 함께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유동환원로(고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기)에 투입해 가열한 후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다. 이후 DRI를 전기로에 넣어 녹이면 쇳물이 생산된다.
직접환원철은 철광석을 고체상태에서 환원가스(CO, H)를 이용해 환원해 철근을 제조하며 불순물이 적어 고급고철 대용으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물과 소량의 이산화탄소만 배출돼 파이넥스는 준 친환경설비라고 불린다.
포스코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1992년 파이넥스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2007년 상용화를 거쳐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 친환경적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며 “포항제철소에는 총 3기의 파이넥스 설비가 가동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2023년까지 3400만t의 누계 쇳물을 생산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파이넥스 기술을 활용하면 비용절감이라는 장점도 있다.
고로를 활용했을 때 가격이 비싼 덩어리 형태의 철광석 원료가 사용된다.
그러나 유동환원로 기반 파이넥스 공정을 활용하면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생산원가가 15%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상용화된 파이넥스 기술은 수소와 일산화탄소 투입 비율이 25%대 75%이다. 이 비율이 수소 100%로 바뀌면 쇳물 외에 불순물로 물만 배출된다.
이에 따라 수소 100%를 촉매제(환원제·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화학반응)로 사용할 때 진정한 친환경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완성되는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이넥스 기술에서 활용된 유동환원로 4기와 이를 통해 생산된 DRI를 ESF넣어 용융하는(녹이는) 기술이 하이렉스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설명을 들은 후 기자단은 파일럿 ESF를 관람했다. 이 설비는 이번 프레스투어에서 처음 공개된 것이기에 기자단 관심이 컸다. 기술개발이 극비로 진행돼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되던 전기로는 고로 대비 쇳물 품질이 떨어진다는 측면이 있다”며 “이 같은 품질 문제를 극복하고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ESF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SF는 로(爐) 안에 탄소가 일부 존재해 환원환경(철과 결합된 불순물 제거환경)이 유지되고 기존 고로처럼 슬래그(찌꺼기) 성분을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품질의 원료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날 기자단에 공개된 파일럿 ESF는 시간당 최대 1t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해 7월 제작해 올해 1월 완공했다.
특히 안정적인 조업과 테스트를 통해 올해 4월 첫 출선(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에 성공해 총 15t의 쇳물을 생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가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포스코는 전기용융로 요소기술 개발과 하이렉스 기술 완성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파일럿 설비인 만큼 향후 다양한 품위의 원료와 시험 조업으로 원료 장입 분포 최적화, 내화물 개발, 용선 품질 확보 등 전기용융로 요소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전세계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ESF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포스코그룹 계열사 SNNC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합금철 ESF를 운영해 관련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핵심 전기로 기술개발을 가속화해 앞으로 30만t 규모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수소환원철 하이렉스 상용화를 선보일 방침이다.
■ '완전 자동화된 양극재 양산부터소재 리사이클까지'...강화된 ‘풀 밸류체인’ 눈길
이튿날 기자단을 반긴 것은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광양 공장이다.
방진철 포스코홀딩스 상무보 등 그룹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경영진은 전기자동차 시대를 맞아 포스코그룹이 어떤 밸류체인(공급망)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포스코그룹 경영진은 “2차전지소재 원료인 리튬과 니켈 생산에서 전략적으로 확보해온 원료광산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상업 생산시대를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유럽연합(EU)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핵심원자재법(CRMA) 등으로 2차전지 산업망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포스코홀딩스는 탄탄한 핵심원료 공급망을 갖추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시적인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라 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발생하고 있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며 “포스코홀딩스는 이러한 산업 기조를 고려해 2차전지 공급망 내 원료 분야의 부가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고수익 원료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말 △리튬 생산능력 총 42만3000t으로 매출 13조6000억원 △고순도 니켈 24만t으로 매출 3조 8000억원 △리사이클사업을 통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7만t 생산능력 기반으로 매출 2조2000억원 △양극재 100만t 양산 체제 구축으로 매출 36조2000억원 △음극재 37만t 체제로 매출 5조2000억원 등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총 매출액 6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업계획이 밝혀진 후 기자단은 전남 광양 율촌 산업단지에 자리잡은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 설비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수산화리튬 생산설비를 둘러봤다.
올해 기준 포스코퓨처엠은 △광양공장에 9만t △구미공장 1만t △포항 1만t, △ 중국에 2만5000t 등 총 15만5000t 규모의 양극재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기자단이 방문한 광양 공장은 포스코퓨처엠의 여러 양극재 공장 가운데서 규모가 가장 큰 설비로 기자단의 탄성을 자아냈다.
양극재 공장에는 소성로, 격자기, 적재기 순으로 관람이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제조 완료 후 샘플을 추출해 이를 자동분석하는 시스템도 살펴봤다.
특히 기자단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소성로 및 적재기 시스템이다.
소성로는 열을 가해 여러 물질을 섞는 역할을 하는 기기다.
니켈, 코발트 등을 원료로 제조된 전구체에 리튬을 섞어 900도 이상 고열로 가열하는 소성(수분 제거) 작업은 양극재 제조의 핵심 공정이다. 특히 50m 길이 이상의 소성로 작업장이 대부분 자동화돼 인력이 최소화 됐다는 점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소성로에서 일정 수준으로 가열된 중간재는 적재기를 통해 다음 공정으로 옮겨졌다. 이 같은 과정 역시 대부분 자동화됐기 때문에 사람 손길은 최소화됐다.
완제품 인근서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양극재 공장에는 완성된 제품 가운데 샘플을 실시간으로 이송하는 자동 이송장치와 공기 이송장치 등이 설치돼 있다"며 "자동화 창고와 제품설계, 공정관리, 출하관리가 일원화된 통합관제 센터 또한 운영하고 있어 높은 생산성과 안정적인 품질관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장소는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 설비다.
포스코HY클린메탈 관계자는 “이 공장은 1년에 블랙메스 1만2000t을 리사이클 할 수 있고 이는 약 8만5000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블랙메스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되는 공정 스크랩(불순물) 및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를 방전·파쇄해 생산하는 분말 형태 원료다.
기자단은 HY클린메탈의 원료창고, 침출동, 탄산리튬동 등을 둘러봤으며 이 같은 설비에 힘입어 포스코그룹의 풀 밸류체인(공급망)이 상당부문 강화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포스코HY클린메탈 관계자는 “최근 블랙메스를 통해 90% 이상 원료 회수가 가능해졌다”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기금속회수율이며 이를 통해 2차전지 리사이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장을 통해 니켈 2200t, 코발트 700t, 망간 600t, 탄산리튬 2100t이 해마다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원료는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에 전달돼 풀 밸류체인을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수산화리튬 생산설비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가 82%, 호주 광산기업 필바라미네랄스가 18%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이에 따라 필바라미네랄스는 호주 광산에서 채굴한 스포듀민(리튬정광)을 해마다 4만t 이상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으로 이송하고 이는 수산화리튬 원료가 된다.
수산화리튬은 고밀도·고용량이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사용된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설비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1공장과 2공장이 다른 방식으로 설계돼 생산라인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준공된 1공장은 포스코 자체 역량인 전기투석(BPED) 기술이 반영된 수산화리튬 생산설비다. BPED란 특정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전기투석막에 전류를 흐르게하는 방식을 뜻한다.
2공장에는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가성화·냉각 결정화 기술이 적용돼 건설 중이다. 이 기술은 가성소다를 활용한 화학적 물질 추출 방식을 뜻한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관계자는 “1공장은 원료인 스포듀민을 가열한 후 황산과 결합해 황산리튬을 만들고 전기화학적인 방식(BPED) 기술을 활용해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며 “2공장에서 황산리튬 제조 까지는 동일한 공정이지만 이후 가성소다를 사용해 화학적으로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뮬레이션 결과 두 공장의 연간 수산화리튬생산량은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향후 두 공장 효율을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것인지 경영진 검토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연 4만3000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광양 양극재 공장에 전달돼 풀 밸류체인 일부가 된다.
이처럼 포스코HY클린메탈과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역량 덕택에 양극재 밸류체인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