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재산분할에서 명백한 오류 발견해 대법원 상고"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재산 분할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이 항소심 판결 이후 18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약 8분간 재판 관련 입장을 직접 밝혀 최 회장 측과 노소영 관장이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언론과의 소통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형희 SK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과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 등이 자리했다.
최 회장 측은 그동안 ‘6공(共) 비자금 300억원 유입’, ‘재산분할 판단 등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 등에 관해 재판부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은 판결 오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첫 공식 자리다.
■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 뉴스…진실 바로잡을 것”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최 회장 이혼소송과 관련한 사측 입장을 전했다.
이형희 위원장은 “이번 소송은 개인 간 소송이기 때문에 그동안 회사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항소심 판결은 SK그룹이 비자금과 6공화국 비호 아래 성장했다고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따라 약 15만명의 회사 구성원과 수많은 투자자,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돼 버렸다”며 "진실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 SK 숙제가 됐다”며 앞으로 대법원에서 다뤄져야 할 주요 사안에 대해 언급했다.
우선 비자금 300억원 전달 방식과 사용처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아버지 노태우 전(前) 대통령이 사돈인 최종현 선대회장 등에게 300억원대 비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약속어음과 김옥숙 여사 메모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비자금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용도로 전달됐는지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세부 내용은 알려지 않은 채 SK가 노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받은 게 기정사실화 됐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특히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이 폭로됐을 때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최 선대회장을 조사했지만 드러난 사실은 없었다.
이 위원장은 “1995년 비자금 조사 당시 현재 논란이 된 메모지 속 300억원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며 "SK에 요구한 후 유야무야된 어음 100억원 역시 어음 이행 여부와 행방 등에 관한 명확한 후속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는 한국이동통신 인수 등 6공 시절 누렸다는 특혜 논란에 대해 특혜가 아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체신부는 제2 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했고 당시 선경이던 SK는 사업자 경쟁에 참여했다. 그리고 송언종 당시 체신부 장관은 이동통신신규 사업자로 당시 선경을 최종 선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현직 대통령 사돈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돼 결국 선경은 사업권을 반납했다.
김영삼(YS) 정부 시절에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주도 하에 제2 이동통신 선정을 다시 추진했지만 당시 최 선대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상황이어서 공정성 논란을 고려해 공개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YS 정부 시절 경쟁 입찰로 참여했고 제2 이동통신을 2배가 넘는 금액으로 인수했는데 이를 과연 특혜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SK는 6공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절대로 아니다”라며 “6공 특혜설은 해묵은 가짜 뉴스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하나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재산분할 결정적 전제 ‘SK C&C 주식 가치 증가 기여분’ 오류 치명적
이어 법률 대리인 이동근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쟁점이 될 ‘SK C&C(옛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증가 기여분’을 집중 조명했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모태가 되는 기업으로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된다는 게 이 변호사 설명이다.
최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그리고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그해 11월 당시 자본잠식 상태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사들였다.
이후 1998년 SK C&C로 사명을 변경한 후 대한텔레콤 주식 가격은 두 차례 액면분할을 통해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축소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입장이다.
재판부 역시 이 같은 회계 산정 방식이 옳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주식가액에서 이견을 보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그리고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 과정에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판부는 최 회장 기여도가 최 선대회장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 기여분을 인정해 재산분할 비율을 65대 35로 정해 약 1조3800억원의 재산분할을 판시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고 평가했다.
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이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했고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해 65대 35 재산비율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10배 증가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1배 줄어든다고 재판부 계산을 바로잡았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해 최 회장을 사실상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 때문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오류와 함께 앞서 언급된 6공 특혜 논란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상고장 제출 마감 기일은 이번주 금요일로 조만간 제출 예정이다.
이날 재판 당사자인 최태원 회장은 직접 나서 국민에 대한 사과와 입장을 직접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한 최 회장은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한번은 직접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사법부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고민 끝에 상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재산분할과 관련해 주식이 분할 대상인지, 그렇다면 얼마큼 돼야 하는지에 관한 전제에 치명적이고 큰 오류가 발견됐다”며 “또 ‘SK그룹의 성장이 불법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6공화국 후광으로 성장했다’는 등 SK그룹 역사를 부정하는 판결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된 것을 바로잡고자 상고한다”며 “다시 한번 국민들께 개인적인 일로 심려 끼쳐 사과드리며 향후 판결과 관계없이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이 치명적 오류라고 지적한 부분을 반영해 경정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식가액을 100원에서 1000원으로, 최 회장 기여분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다만 오류가 수정됐다고 해서 판결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1조3808억원으로 인정한 재산분할 주문은 유지했다.
재판부 경정결정에 최 회장 측은 "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의미"라며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또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