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가전사업에 AI 생태계 입힌다(下)] AI가전으로 미국·유럽 빌트인 시장 파고든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5.10 05:00 ㅣ 수정 : 2024.05.13 00:27
삼성전자, 미국과 유럽 빌트인 시장 공략 채비 나서 유럽 빌트인 시장 규모 30조원...세계 시장 42% 차지 삼성전자, 럭셔리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 인수해 미국 시장 두드려 에너지 절감 기능 갖춘 AI 가전 제품 내놔 美·유럽 소비자 공략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인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8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초일류 생활가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제품 파격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비용 부담을 키우고 실적 부진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삼성전자의 가격 할인 전략은 결국 지난해 4분기 VD(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사업부 영업이익이 500억원 적자로 돌아서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비스포크(Bespoke·개인맞춤형) AI(인공지능) 제품과 스마트 포워드 서비스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과 빌트인 등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비용 효율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사업 재정비 과정에 나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을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글로벌 시장 규모의 절반이 넘는 미국과 유럽 빌트인(Built-in) 가전 시장을 잡아라'
빌트인 가전이 스마트홈으로 확대하면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붙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빌트인은 집이나 사무실에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나 가구 등을 건물 내부에 미리 설치하는 시설이다.
빌트인은 실내공간 활용도를 높여 같은 면적이지만 집이나 사무실이 더 넓어 보이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최근 AI(인공지능) 기능을 대폭 강화한 가전이 등장해 빌트인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업체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과 미국 빌트인 가전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과 미국 소비자는 빌트인 가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 빌트인 시장은 지난해 기준 212억 달러(약 30조원) 규모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의 약 42%를 차지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주요 8개국(G8) 회원국 이탈리아는 지난해 냉장고·세탁기·오븐·식기세척기 등 주요 가전 제품이 가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세계 최대 초호화 빌트인 시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해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시작한 럭셔리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했으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Bespoke·개인맞춤형)'와 결합해 미국 빌트인 가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를 별도 출범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가전업계 대세로 떠오른 'AI가전'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가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현존하는 AI가전의 강점이자 소비자 AI의 우수성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인 ‘에너지 절감’이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유럽과 미국 가전 시장에서 최근 에너지 효율 제품이 시대적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2022년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을 목표로 ‘리파워EU(REPowerEU)’를 선언한 데 이어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세계적인 에너지 과소비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대상으로 전기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대상으로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해 에너지효율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4(The Kitchen & Bath Industry Show 2024)’에서 AI가전을 핵심 테마로 내세웠다.
이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대표적인 삼성 AI가전은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 △비스포크 제트 봇 콤보 AI 스팀 △비스포크 AI 콤보 등이다.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는 AI를 기반으로 냉장고가 스스로 사용량을 예측하고 조절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사용 기준 최대 23%까지 줄인다.
AI를 통한 효과적인 에너지 절감은 비스포크 AI 콤보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비스포크 AI 콤보가 1회 세탁하면 소비전력량이 432.3Wh, 연간 기준 소비전력량이 90.8kWh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특히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할 때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최대 40%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건조 할 때는 소비전력량 1989.1Wh, 1kg당 소비전력량 147.5wh, 연간 소비전력량 318.3kWh로 이 역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품 에너지 효율성이 이미 충분하지만 ‘AI 절약 모드’를 사용하면 세탁할 때 최대 60%, 건조할 때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막을 올린 주방 가전·가구 전시회 ‘유로쿠치나(EuroCucina) 2024’에서도 ‘비스포크 AI’ 가전 라인업(제품군)과 빌트인 패키지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전시회에는 같은 달 유럽에서 출시한 ‘빌트인 와이드(Wide) 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가 소개됐다. 이 제품은 ‘AI 절약 모드’를 사용하면 동일한 에너지 등급 모델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1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AI가전의 급성장과 함께 향후 보급형 라인업부터 프리미엄 라인업까지 모든 가전 제품에 AI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빌트인 시장도 점차 AI가전으로 교체될 것”이라며 “빌트인 시장은 해외 현지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AI가전이 시장 주도권을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