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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비상경영' 이유 있었네…4대 그룹 영업이익 1년 새 47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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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4.25 05:00 ㅣ 수정 : 2024.04.25 05:00

국내 4대 그룹 영업이익, 복합위기로 65% 사라져
삼성 계열사 59곳 지난해 영업이익 93% 급감해 충격
SK, 반도체 정유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 79.55% 줄어
LG, 그룹 맏형 LG전자 지난해 영업이익 5767억원으로 선방
현대차그룹, 고부가 차종 판매 늘어 지난해 재계 영업이익 1위
임원 휴일 근무 확대·주말 사장단 회의 부활·보수 축소 등 비상경영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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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 영업이익이 1년 새 65%(47조원)가 사라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 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외생 변수로 국내 경기회복이 둔화되는 복합위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 등 재계는 출장을 줄이고 보수를 깎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재계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다툼 등 불안한 국제 정세와 고(高)금리·고환율·고유가, 글로벌 경기 악화 등 악재가 맞물려 힘든 1년을 보냈다. 

 

이에 따라 기업 실적이 매 분기 발표될 때마다 ‘어닝 쇼크(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악화’, ‘하락’ 등 부정적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기업들은 유례없는 위기임을 거듭 강조하며 비상 경영을 뛰어 넘어 생존 경영에 총력을 기울였다. 

 

예년 대비 기대에 못미친 실적으로 아쉬움에 내뱉는 앓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심각했다. 

 

국내 4대그룹 영업이익은 1년 새 65% 이상 폭락해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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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 국내 4대 그룹 영업이익 변동 현황 [자료 = 한국CXO연구소, 별도 재무제표/ 뉴스투데이 편집]

 

이와 관련해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4일 ‘국내 4대 그룹 주요 국내 계열사 2022년과 2023년 영업이익 변동 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실적을 공개할 때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활용한다.

 

그러나 한국CXO연구소는 그룹별 전체 경영 실적과 대기업 고용 현황 등 기업이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등을 고려해 별도(개별) 재무제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국내 계열사 306곳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은 24조5180억원으로 2022년 71조9182억원과 비교해 34.09%(47조4000억원) 줄었다.

 

특히 국내 주요 4대 그룹 가운데 1위 삼성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이번 조사 대상인 삼성 계열사 59곳의 2023년 영업이익은 2조8363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 계열사의 2022년 영업이익이 38조746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92.68% 급감한 셈이다. 

 

특히 삼성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에 따른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 실적 부진으로 11조 52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삼성전자 외 다른 계열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삼성전기 6749억원 △삼성디스플레이 6302억원 △삼성SDI 4225억원 등에 그쳐 전반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렸다. 

 

삼성에 이은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은 계열사 135곳의 영업이익이 2022년 19조1461억원에서 2023년 3조9162억원으로 79.55%(15조229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열사 가운데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2022년 영업이익이 7조6609억원에서 지난해 161% 줄어든 영업적자 4조6721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에너지 영업이익은 2022년 2조5923억원에서 지난해 84.5% 줄어든 4018억원에 그쳤다.

 

LG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LG그룹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LG그룹 계열사 48곳의 영업이익은 2022년 1조4429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118.76% 감소한 270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룹 맏형인 LG전자가 2022년 1107억원에서 지난해 420.6% 오른 5767억원을 기록하며 그나마 선전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6개 분기 연속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간 기준 3조8841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도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2022년 1조522억원에서 지난해 110.4% 줄어 영업손실 1091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4대 그룹 가운데 영업이익이 유일하게 40% 이상 늘어나 삼성을 제치고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판매가격 증가에 따른 물량 효과, 특히 고부가 차종 중심 판매 비중 증대로 영업이익이 2022년 2조8285억원에서 지난해 135.8% 오른 6조6709억원을 기록했다.

 

기아는 부품 수급 문제가 해결돼 신차 생산과 공급이 원활해지고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선방해 영업이익이 2022년 3조8억원에서 지난해 110.1% 오른 6조3056억원을 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국내 핵심 기업인 삼성, SK, LG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해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경영 실적이 좋아지겠지만 2020년~2022년 상황과 비교해 경영 실적이 얼마나 좋아질 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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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일각에서는 2024년 국내외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재계는 긴장을 늦추기는커녕 오히려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란·이스라엘 분쟁,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이 이어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은 연초부터 임원 휴일근무 확대와 주말 사장단 회의 부활, 이사 보수한도 축소 등 비상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이달 삼성 일부 계열사에 적용했던 ‘임원 주 6일 근무’가 자발적 동참으로 그룹 전체에 확대 적용한다.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이미 올해 초부터 임원 주 6일 근무를 시행 중이다.

 

지원과 개발부서를 중심으로 임원 절반이 근무했던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전체 임원이 참여한다.

 

SK그룹은 기존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개최한 핵심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올해 1월 말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격주 토요일마다 시행하고 있다. 

 

특히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경영환경 변화 대응에 대한 집중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사장단은 그동안 일부 계열사의 투자와 사업 전개에 거시경제 변수, 지정학 리스크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정교한 예측과 대응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SK사장단은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과 최적화 작업에 속도를 내자는데 뜻을 모았다.

 

LG그룹은 올해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사 보수한도를 전년 대비 축소했다. 예를 들어 지주사 ㈜LG와 LG전자, LG화학은 10억원씩 줄어 각각 170억원, 80억원, 70억원으로 결정됐다. LG생활건강은 20억 줄어든 60억원이다. 

 

LG화학은 성과급까지 개편했다. 향후 회사 전체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면 흑자를 낸 개별 사업본부이더라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위기가 우려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올해도 전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져 적극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며 “삼성이나 SK, LG 주요 그룹사가 중심이 되고 있어 추후 재계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한 경험이 있고 실적 영향이 컸다 보니 더욱 짜임새 있는 전략으로 대응하려는 분위기가 고조됐다”며 “위기 대응, 실적 회복과 함께 미래 경쟁력 강화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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