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위기 속 '수익원' 줄고…새 먹거리 사업도 불투명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4.24 07:46 ㅣ 수정 : 2024.04.24 07:46

증권사, 랩어카운트·CFD·ELS 수익 감소 불가피
토큰증권발행·탄소배출권 사업 원활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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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와 CFD(차액결제거래)·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여파 등으로 수익성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인낸싱(PF) 위기 속 랩어카운트와 CFD(차액결제거래)·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여파 등으로 증권업계의 수익성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한 것도 업계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새 수익원으로 점찍은 토큰증권발행(STO)과 탄소배출권 사업 등 여러 먹거리 사업이 아직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점도 증권사들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최근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밸류업 모멘텀이 실적으로 이어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어서다. 

 

다만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의 향방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이 갈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증권업계가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했으나, 아직도 부동산 업황 침체가 이어져 향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국내외 CFD 증거금을 포함한 잔고는 1조886억원이었다. CFD 사태 전인 지난해 3월 말 잔고(2조7697억원)와 비교하면 60.7% 줄었다. 

 

여기서 증거금을 제외했을 때 5336억원이다. 지난 2월말엔 5277억원으로, CFD 거래가 재개된 지난해 9월 1일(6820억원) 이후 최저치를 찍은 뒤 바닥 수준을 이어가는 중이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 가격변동 위험에 투자해 차액을 얻을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통상 증권사는 CFD 고객에게 신용융자를 빌려줘 이자 수익을 챙겨왔다. 

 

차입(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주가폭락 사태에 CFD가 지목되고 증권사들의 CFD 거래를 중지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설상가상 금융당국은 CFD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해 문턱을 높였고 공매도금지 조치까지 겹쳐 증권사들 수익은 감소했다. 

 

CFD 재개 이후 서비스를 내놓은 증권사 13곳 중 아예 재개를 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있어서 CFD 시장 회복은 더욱 더뎌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CFD 사태 이후 부정적인 인식이 깔린 데다, 투자 문턱이 높아져 투자자 유입이 줄었다”며 “특히나 공매도까지 금지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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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투자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 랩어카운트 잔고 역시 줄었다. [이미지=freepik]

 

증권업계의 투자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 랩어카운트 잔고 역시 줄었다. 랩어카운트는 지난해 불건전 운용 실태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업계가 적극 나서보고는 있으나,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고(계약자산)가 지난 1월 말 기준 90조6662억원 규모로, 전년(114조2376억원) 대비 20.6% 감소했다. 지난 12월 말 90조6260억원보단 소폭 불었지만 여전히 100조원을 밑도는 상황이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산을 하나로 묶어 알아서 운용해주는 투자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다. 고객이 채권·주식 등의 투자를 증권사에 일임하면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하고 고객 자산 규모에 비례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랩어카운트 한때 시장에 뭉칫돈이 몰려 증권사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잔고가 줄기 시작했고, 지난해 불법 운용 이슈로 더욱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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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미상환 발행잔액. [자료=예탁결제원]

 

ELS 발행 규모도 줄었다. 홍콩H지수 하락으로 인한 ELS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이 여파로 1분기 홍콩H지수를 연계한 ELS 발행금액은 직전분기보다 89.7%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분기 ELS 발행 금액은 8조9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직전 분기 대비 73.9% 각각 감소했다

 

발행 종목 수는 2830종목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3%와 28.9% 줄었다. 직전 분기(3980종목) 대비로는 28.9% 줄었다. 

 

최근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 검사를 마친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 등 11개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보내는 등 이들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개시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새 수익원이 마땅잖다는 거다. 연내 개화할 것으로 기대되던 이 토큰증권(ST) 시장이 활성화를 위한 필수 법안이 지연되고 있다. 

 

총선 국면이 끝나면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지만, 법안을 주도적으로 밀어붙여 온 윤창현, 김병욱 의원이 모두 낙선하면서 법안의 연속성은  끊긴 상태다.

 

증권사들이 대형·중소형 가릴 것 없이 토큰증권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삼으며 ST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등 활발히 준비해 왔다. 하지만 STO 법제화의 진척은 불투명해지면서 먹거리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증권사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진행 및 선점 확보 경쟁 속도가 느슨해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데다, 배출권이 남아돌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양호할 것이란 평가는 지난해 워낙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부동산 PF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큰증권 등 먹거리 사업은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여러 부실 악재가 겹쳐 증권사 수익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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