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전 시장 '춘추전국시대'...삼성·LG전자 이어 렌털업계까지 가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 세계에 ‘AI(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가전업계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로 AI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전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초부터 AI가 적용된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앞다퉈 선보이며 AI 가전 경쟁에 불을 붙였다. 두 업체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 경험과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에 방점을 둔 제품을 공개해 소비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가전 바람은 렌털 업계에도 불어닥쳤다. SK매직은 ‘AI 웰니스 플랫폼 기업’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있으며 청호나이스와 교원웰스 등은 다른 기업과 협업해 AI 기반 제품을 서비스 중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를 선포했다. 이는 AI가 일상생활 속에서 고객의 삶에 녹아들어 혁신을 만든다는 뜻이 담긴 삼성전자의 미래비전이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달 초 AI 기술을 통해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2024년 비스포크(BESPOKE·맞춤생산) 신제품 라인업(제품군)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공개할 AI가전은 모두 15종으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비스포크 AI 인덕션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무풍 갤러리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출시되는 AI가전 목표는 설치 공간과 제어 방식 제약에서 벗어나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더욱 진화한 AI 기반의 다양한 기능과 대형 터치스크린 기반의 ‘AI 홈’, 음성 인식 '빅스비(Bixby)'를 활용한 모든 연결기기 원격 제어 등이 핵심이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AI의 MDE(Multi Device Experience·여러 개 기기에 AI와 IoT(사물인터넷) 등을 접목하는 것)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MDE는 완성차 기업과의 협업이다.
이와 관련해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부회장)은 MDE가 배터리 관리 등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나 집 안 상황을 집 밖에서 제어할 수 있고 집 안에서 차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 사업이 될 것이라고 최근 강조했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는 고객에 맞춰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구현을 목표로 설계했다.
공감지능은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는 AI와 LG그룹 핵심 경영전략 ‘고객경험’을 결합한 개념이다.
공감지능을 실현하기 위해 LG전자는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칩을 자체 개발해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10여종에 이르는 주요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사용자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바람을 제어하는 ‘2024년형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과 일체형 세탁건조기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등을 시작으로 공감지능이 적용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경쟁사와 관련된 질의에 대한 답이나 언급을 자제했다. 그러나 두 업체는 AI 가전과 관련해 이전과 다른 온도를 보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3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AI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든 업(UP)가전”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AI가전 = 삼성전자’라는 공식을 앞세우고 있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LG전자는 2011년 업계 최초로 가전에 와이파이 모듈을 탑재해 제품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가전 시대를 열었다.
또한 LG전자는 2022년 1월 고객이 원할 때마다 신기능을 업그레이드로 추가하는 ‘UP가전’을 선보여 본격적인 AI가전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출발점'이 아닌 기술력과 보급 수준에 방점을 두고 AI가전 시장 선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종희 부회장은 “AI가 어떻게 빨리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누리게끔 하고 밸류(가치)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AI 생태계가 많이 확산돼 있지만 실제 제품으로 실생활에 적용된 것은 삼성전자가 제일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AI가전 바람은 가전 렌털 기업으로 확산 중이다.
렌털업계 가운데 현재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SK매직은 올해 AI 조직을 새롭게 구축하고 ‘AI 웰니스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SK매직은 국내외 AI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존 제품에 AI 기반 혁신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펫(애완동물), 실버케어, 헬스케어 등 웰니스 분야에서 새로운 AI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청호나이스와 교원 웰스는 다른 기업과 협업해 AI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헬스케어 디바이스 기업 ‘텐마인즈’와 코골이 파장과 패턴을 분석·학습해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주는 ‘AI 모션필로우’를 출시했다.
교원 웰스는 피부 분석 솔루션 기업 ‘룰루랩’과 손잡고 거울을 보며 피부를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맞춤형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웰스 스마트 미러’를 선보였다.
AI가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종합 커뮤니케이션그룹 KPR 부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AI 가전제품과 관련해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월 기준 AI 가전 관심도는 2830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 세계 기업이 AI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였던 CES 2024가 열린 1월에는 379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2075건) 대비 82% 늘어난 숫자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AI가 가전업계 화두로 떠올라 올해를 기점으로 AI 가전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업간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며 “머지 않아 AI가전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스마트싱스(SmartThings), 씽큐(ThinQ) 등 통해 추구하는 스마트홈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전의 AI화(化)가 제조사에서 가전 렌털 시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인 듯하다”며 “경쟁이 매우 치열한 레드오션에 진입한 렌털 업계가 신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AI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