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흥행 '러쉬'…증권사도 속속 발행 복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줄줄이 수요예측에 흥행하는 등 발행 완판이 이어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도 대형 증권사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성공하며 투자심리가 개선되자, 중소형 증권사들이 채권 대표주관 및 인수 업무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20일 기준 21조26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7586억원 늘었다. 지난달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도 4조5000억원으로 동월 기준 22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발행금액이 1년 전보다 눈에 띄게 급증한 것은,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시작돼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다 향후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매매차익을 얻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진 영향이 컸다.
연기금 등 ‘큰손’ 기관들이 자금을 집행하는 연초 효과에 4월 총선 이후 채권시장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총 1500억원 모집에 1조54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500억원 모집에 5330억원,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1조1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SK증권과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은 SK가스(AA-)는 3년 단일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서 총 69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KT(신용등급 AAA) 회사채에도 당초 2000억원을 모집했으나 9배를 웃도는 1조81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KT의 이번 회사채 주관사단은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으로 꾸려졌다.
AA~AAA급 우량채가 흥행을 이끌자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도 동반 흥행하는 분위기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BBB+)는 500억원 모집에 248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무엇보다 대표주관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이름을 올린 것은 대형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한 기업의 회사채를 주관사들이 총액인수할 경우 자칫 기업의 리스크로 셀다운(재판매)에 실패할 수 있고, 그 결과 손실은 커질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규모가 큰 회사채 발행 주관 업무에 다수의 증권사가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리는 이유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PF 관련된 것들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린 것도 있으나, 아직 회사채 시장은 순탄하게 퍼져가고 있다"며 "채권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다양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에 나선 미래에셋증권(AA)과 삼성증권(AA+), KB증권(AA+), NH투자증권(AA+) 등은 기관투자가가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에 힘입어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특히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KB증권의 단독 주관 실적이 이목을 끌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서 적어도 5곳 이상의 증권사가 공동 주관을 맡는 등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는 중이다.
대형 증권사에서 중소형사로 훈풍이 전달됐다. 다른 증권사들도 회사채 시장에 속속 복귀해 자금 조달에 나설 전망이다.
중소형사들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 속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채를 만기가 긴 회사채로 전환해 차입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현대차증권은 올 들어 대표 주관업무를 맡은 채권 규모(24일 기준)가 3조15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대표주관 점유율 7.06%를 차지했다.
한양증권은 중소형사임에도 채권 인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인수한 채권 규모는 약 2조4000억원으로 업계 내 7위를 차지했다.
증권사들은 유동성 장세를 활용해 회사채를 발행,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고 있다. 단기물인 전자단기사채·기업어음(CP) 등을 장기물인 회사채로 대체하는 것이다.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안정세다. 지난 20일 기준 크레딧 스프레드는 0.669%포인트로, 0.8%포인트대였던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거듭 중이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된다는 건, 기업의 신용 위험이 낮아져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된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을 하면서 빚어진 부동산 PF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 불안감이 남아 있어 연초 효과를 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용스프레드가 하락하는 가운데 시장금리가 고개를 들면서 회사채 기준으로 4%대를 넘나드는 횡보세가 지속 중이다"며 "기업들은 크레딧시장 호조에 힘입어 적극적인 자금 조달을 회사채 시장에서 이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