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간 연장 앞서 바빠진 증권사들…'서학개미' 정조준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2.04 07:35 ㅣ 수정 : 2024.02.04 07:35

코스피는 부진, 미국 증시는 랠리에 투자자 이탈 증가
정부, 금융시장 안정화 중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해
증권사들, 서학개미 모시기 열심… 이벤트와 서비스도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미국 증시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투자자들(개미)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영향이다.

 

특히 미국 시장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우수한 장기투자 수익률,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한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히면서 개미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더욱 활발할 전망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26일까지 개미들의 미국주식 거래 건수는 77만1741건으로 나왔다. 전년 동기(61만9179건) 대비 24.63% 증가한 수준이다. 

 

코스피에서 개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사이 해외주식 보관금액도 불었다.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미)의 보관금액은 지난해 1월 533억9000만 달러에서, 올해 1월 664억5000만 달러로 24.4%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연말 이후로 금융시장 안정화와 증시 활성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7% 넘게 빠지며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해외 이탈 수는 계속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반면 해외 증시는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마감해 올 들어 7번째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지수들이 강하게 올랐다. 그만큼 주식투자가 일상화된 데다가, 변동성에 휘둘리는 국내 증시보다는 해외주식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단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 고객을 위해 투자에 재미를 더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개인의 자금이동(머니무브) 가속화 조짐에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주식 서비스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해외주식 입고 시 혜택을 부여하는 곳도 줄짓고 있다.

 

그 중 KB증권은 해외주식 투자자 고객의 편의·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실시간 환전 가능 시간을 기존 7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서 24시간으로 확대했다.

 

실시간 환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가능하며, 공휴일(일요일 제외)에도 환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 시스템 점검을 위해 환전 가능 시간 중 오후 11시 45분부터 익일 새벽 0시 15분까지 30분간 거래가 제한된다.

 

이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인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기존 오후 3시 30분 → 익일 새벽 2시) 방안을 내놓고 오는 7월 시행에 앞서 이달부터 6월까지 운영하는 시범 거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지난밤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해 주요국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면서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시범운영을 앞둔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관련해 "환율이 결정되는 은행간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시장자율규범을 확립하고, 선도은행 선정기준을 개편해 새로운 시장 구조 하에서 거래가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image
[자료=교보증권 리서치팀]

 

그밖에 키움증권은 최근 미국주식옵션 거래 종목을 기존 49종목에서 200종목으로 대폭 확대했다. 거래 매체도 기존 영웅문G(HTS), 영웅문SG(MTS)에 더해 영웅문S#(MTS)까지 확대하며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BanKIS)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29일까지 해외주식 입고 이벤트를 통해, 다른 금융사 계좌에 보유중인 해외주식을 한국투자증권 뱅키스 계좌로 옮긴 고객에게 입고·거래 금액에 따라 최대 610만원의 축하금을 준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3월 31일까지 ‘해외주식 입고 이벤트’를 열었다. 기존에 타 증권계좌에서 보유한 해외 상장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신한투자증권으로 대체 입고한 후, 해외 주식을 1000만원 이상 거래하면 최대 200만원까지 현금 리워드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들의 해외자산 투자 지원을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미국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국내 시장에 편중된 고객 자산을 해외로 분산해 투자 다각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에서다. 

 

삼성증권 역시 해외선물을 거래하는 고객 대상으로 수수료 혜택을 준다. 삼성증권에서 해외선물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이나 휴면 고객은 10만달러 해외선물 온라인 거래 수수료 쿠폰을 준다. 이 쿠폰은 오는 3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MTS를 사용하는 모든 고객 대상으로 해외주식 미국달러 환전 시 90%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해외주식 계좌만 있으면 별도 신청이나 조건 없이 90% 우대 환율로 해외주식 환전을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 통화는 USD로 한정하며, 달러를 사거나 팔 때 달러당 (+,-)1.45원의 우대 환율을 적용해 준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15일부터 글로벌 바로매매 서비스를 개시했다. 기존에는 주식 매도 대금을 다른 국가 주식 매매에 활용하려면 2~3일가량의 주식 결제일이 지나야 했지만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바로 살 수 있다.

 

증권가는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것과 다르게, 국내 증시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워 개인 이탈이 가속화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내외적 변수를 고려할 때 당분간 자금 이동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서비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는 2400~2600의 박스권에 머무는 횡보세로,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실적발표는 과거 대비 부진한 결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