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616)] 인력부족 아우성에도 여전히 높기만 한 정규직의 벽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2.10 10:08 ㅣ 수정 : 2024.02.10 10:08

일본사회의 비정규직 비율은 36.9%. 급여 수준은 정규직의 65% 수준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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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힘들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인력부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극도로 꺼려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리크루트 워크스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정규직을 희망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중 2022년에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고작 7.4%에 그쳐 조사가 개시된 2016년부터 눈에 띄는 상승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무성 통계에 의하면 일본의 비정규직은 2022년 기준 총 2101만 명으로 전년 대비 26만 명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정규직은 1만 명가량만 늘어 비정규직의 양산속도가 압도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심지어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36.9%로 리먼 쇼크로 인한 경기불황에 시달렸던 2009년보다도 오히려 3.2포인트나 더 높아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정규직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제국데이터뱅크의 2023년 조사에서는 정규직 직원이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 비율이 52%를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엔 재팬의 이직사이트를 통해 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직한 인원도 5년 전에 비해 4배나 급증했다.

 

즉, 기업들은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신입사원 TO를 늘리거나 경력직 시장을 기웃거릴지언정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인력을 보충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물론 이를 일본 정부가 가만히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2013년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한 기업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여 2023년에도 1인당 중소기업이라면 57만 엔, 대기업이라면 42만 엔을 지급하였고 그 결과 2022년까지 10년간 약 78만 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비정규직이 해마다 계약갱신을 거듭하여 통산 5년을 넘기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제도도 만들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차이가 큰 나라 중 하나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 비정규직 직장인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65% 수준으로 영국(85%), 프랑스(81%), 이탈리아(79%), 독일(74%) 등 G7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았다.

 

여기까지 보면 일본 비정규직 직장인들의 생활이 매우 고달플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데 사실 한국의 고용현황은 일본보다 더 안 좋다는 점이 매우 씁쓸하다.

 

대한민국 통계청이 작년 8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전체 임금근로자 2195만 4000명 중 비정규직 비율이 37%(812만 2000명)에 달해 일본의 36.9%보다 미세하게 높았다.

 

최근 3개월의 월평균 임금 역시 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4만 3000원 인상되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7만 6000원 오른 195만 7000원에 그쳐 정규직 대비 54%를 기록하면서 일본의 임금격차 65%보다 한참 낮았다.

 

한국이 대졸자 초임, 평균연봉 모두 일본을 이미 오래 전에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비정규직만 놓고 보면 그 불합리함은 오히려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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